영리병원과 사무장병원 사이에서

오성일
발행날짜: 2010-08-05 11:09:18
  • 오성일 의협 불법진료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이 시행된 지 어언 30여년, 국가의 규제와 간섭으로 인해 의료계는 영세해지고 의사들은 가난해졌다.

2000년 의약분업 특수로 인해 반짝 개원이 늘어났지만 요즘은 개업보다는 폐업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럴 듯하게 개원을 할려면 의원급도 보통 3-5억원이 든다. 삐까번쩍하게 개원을 할려면 쉽게 1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그럴 정도의 자본이 없으면 기존의 병의원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은행빚과 사채를 이용하다 보면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버티다 못해 폐업을 한다. 폐업 후 취직자리를 알아 보지만 매년 3500명 이상의 의사배출로 인해 봉직의 자리도 여의치 않다. 한마디로 의사들은 갈 곳이 없다.

이 틈새를 사무장들이 비집고 들어 와 의사들을 유혹한다. 치명적인 유혹이지만 호구지책을 면할려는 마음에 의사들의 경계심은 사라지고 좋은 게 좋다는 요행을 바라며 사무장병원에 취직을 한다.

양적인 팽창을 추구하는 사무장병원의 속성상, 경기가 좋아 병원의 성장이 가능하다면 모순점이 가려졌지만, 과다경쟁에다 불경기인 지금 사무장병원의 무한한 양적 팽창의 모순점은 금방 드러난다.

결국 사무장 병원은 망하게 되고 사무장은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뒤집어 씌우고 도주하거나 발뺌하고 의사만 남아 모든 덤테기를 쓴다.

당연히 법적 분쟁이 생기게 되고 수년간 막대한 변호사비용을 치르며 남은 결과는 사무장은 벌금만 내면 되지만 고용의사들은 벌금에다 의사면허 정지에다 건강보험공단의 환수까지 삼중처벌을 받는다.

이 사회에서 삼중처벌을 받고나면 향후 의사로서의 재기가 불가능하다. 평생 삼류병원에서 봉직의로 살면서 월급의 반을 압류당하고 신용불량자의 그늘에서 신음하며 살아가야 한다. 가혹한 시지푸스의 원죄이다.

유혹은 달콤하지만 그 열매는 쓰다. 사무장의 유혹은 황금빛 가면을 쓰고 나타나므로 곤궁한 의사의 입장에서는 사무장이 메시아처럼 보인다. 사탄과 메시아의 구별이 헷갈린다.

곧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라는 소문도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의료선진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데 그 핵심이 영리병원의 허용이라 한다. 자본이 없는 의료계에 영리법인을 허용하여 의사들이 자본 걱정없이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소식들이 간간이 들려 온다.

지금은 사무장 병원이지만 조금만 참으면 합법화될 것 같다. 아니 내일 당장이라도 사무장병원이 영리병원으로 합법화될 것 같다. 마음이 이끌린다. 뭔가 화려하고 그럴 듯하다. 누적되는 빚과 간당간당하는 은행잔고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을 졸인다.

이때를 조심해야 한다. 이브의 사과처럼 사무장 병원은 갖가지 모습으로 의사를 꼬시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쉽고도 돈이 안 드는 방법은 대한의사협회 게시판의 법률상담실과 불법의료신고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의사 자격이 있으면 상담비용이 무료이므로 자신의 처지를 미주알 고주알 적어서 상담을 하면 된다. 이삼일 지나면 답글이 올라오니 그 내용대로 하면 된다. 의사국에 전화를 하여 더 자세한 상담도 가능하다.

글을 쓰기가 귀챦거나 인터넷이용이 서툰 의사들은 지역의사회를 이용하여 전화하면 된다. 구군회장들은 바쁘지만 회원들이 전화하여 상담하면 모두들 기꺼이 응해 준다.

지역의사회 사무실로 전화하여 상임이사인 임원들과 상담해도 좋다. 같은 지역의 같은 의사이니 속내를 모두 드러내도 책잡힐 일이 없다. 친구와 대화하듯이 하면 된다.

계약서를 작성 시에는 유료지만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의사들이 법무지식이 없어서 불리한 계약이나 사기에 얽매일 수 있다.

사무장들은 이 사회에서 불법과 탈법을 교묘히 이용하며 잡초처럼 건달처럼 살아온 사람들이다. 세상물정을 모르고 공부만 했던 의사들은 상대가 안 된다. 혼자서 상대할려 하지 말고 주위의 도움을 청하자.

자신의 입지 변화를 추구할 때 혼자만의 생각으로 판단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돌다리를 두드리 듯 신중하게 대한의사협회나 지역의사회나 법무인의 도움을 받아야 안전하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자.

교묘하게 위장된 사무장병원의 함정은 개인의 능력으로 헤쳐 나가기 어려우니 주위의 도움을 받자. 지금이라도 사무장병원의 늪에 빠진 의사들은 대한의사협회 불법의료신고 센터에 자진신고하여 도움을 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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