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허용 병의원 서열화 초래"

이재호
발행날짜: 2011-01-17 06:43:06
  • 이재호 의사협회 전문위원

지난 12월 17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011년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 시장 확대 및 규제 완화라는 명목 하에 의료기관, 전문의약품 등에 대한 방송·신문광고 허용 방침을 밝혔다.

또한 지난 12월 31일에는 종합편성방송채널사업자로 선정(조·중·동·매경)된 언론재벌들이 전문의약품, 의료기관, 생수 등 일부 방송광고 금지 품목에 대한 대중광고 허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종합편성방송채널사업자들에 대한 재정적인 뒷받침을 하기 위해 방송광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의 속성상 광고주는 더 많은 상품이 팔려 기업의 이윤을 최대한 극대화 시키려는 기업마케팅을 하려하므로 전문의약품 및 의료기관의 대중방송광고가 허용될 경우에 다른 매체에 비해 방송광고가 가지는 영향력 및 파괴력이 대단하므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의약품의 대중방송광고가 허용이 될 경우 첫째, 의사의 처방행태 왜곡 및 의약시스템 붕괴로 인하여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 의약시스템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또한 환자의 요구에 따른 전문의약품 처방으로 의사의 고유권한인 처방권이 훼손됨은 물론 의사들 또한 환자들과의 처방갈등을 고려하여 대중광고를 많이 하는 인지도 높은 전문의약품을 집중 처방하게 됨으로써 의약품 처방행태가 전체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

둘째, 환자의 요구에 따른 전문의약품 처방에 대한 의약품 부작용과 약화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

특히, 치료약에 대한 일차적응증이외의 사항이 확대 광고될 경우 그 정보가 소비자에게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고, 이미 시판되어 처방된 전문의약품일지라도 사용 중에 부작용 발생이나 의약품 허가사항 변경을 해야 될 중차대한 건강상의 위험이 인지될 경우 광고가 시기적절하게 이를 반영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셋째로 대부분의 대중광고는 자본력이 있는 대형 제약사나 다국적 회사가 할 것이므로 이로 인한 약제비 증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고, 제약사들은 대중광고매체 마케팅비용을 약가에 반영할 것이 자명한바,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의료기관 방송광고 추진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 상당수가 광고만 믿고 찾아갔다가 수술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살펴볼 때, 이는 소문난 명의 중에 명의가 없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공익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의료기관 광고는 아주 제한적인 매체를 통해 허용을 하고 있는데, 의료기관에 대한 방송광고가 허용될 경우 매체의 특성상 국민들에게 대형병원일수록 더 우수하다는 단순논리를 각인시켜 의료기관간의 서열화와 의료인간의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 광고는 자금력을 동반한 대형병원과 네트워크 병원들이 집중적으로 방송광고를 할 것이 예상되므로 의료기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의료계 내부의 갈등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다.

이러한 광고비의 과다지출은 결국 환자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방송광고시장 확대 움직임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종편 사업자를 먹여 살리려는 방통위와 거대 언론재벌인 종편사업자들과의 권언유착이라는 의혹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전문의약품·의료기관 대중광고를 단지 시장논리와 규제완화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반공익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통위의 발상은 방송의 공익성과 책임성을 방기하고 5천만 국민들의 건강과 종편사업자의 상업적 이익 보장을 맞바꾸려는 시도로 비추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정부가 규제완화라는 미명하에 종편사업자의 광고영역보전을 위해 대중광고를 허용하려거든 우선 의약분업제도 폐기를 선언해야 할 것이다.

전문의약품·의료기관 대중방송광고가 허용되면 의약분업 시스템 및 의료전달시스템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분야는 단순히 시장의 논리로만 볼 수 없으며, 타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희생될 수 없는 영역임을 감안해야 하며, 정부가 자처하여 의약시스템을 몰락시키고, 의약품의 오남용과 대학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조장한다.

국민건강과 1차의료를 망가뜨리고 건강보험재정을 파탄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방송광고는 현행과 같이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며, 의약품 재분류를 통한 합리적인 의약품 정책이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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