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료자원분포의 불균형 해소 전략이 필요하다

홍윤철
발행날짜: 2020-02-03 05:45:50
  •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건강은 대개 자기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금연과 절주, 그리고 식이관리와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건강은 소득이나 교육수준과 같은 사회적 결정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이러한 사회적 결정요인들이 각 개인의 생활습관 및 건강관리에도 강력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개인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들의 영향을 분리해서 보기는 어렵다. 또한 분명한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흔히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더 나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고,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흡연할 가능성이 더 적기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에 비하여 보다 나은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소득이나 교육수준의 차이에 의해서 생기는 건강 불평등은 생애 전체에 걸쳐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어서 현재 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소득과 교육 수준 외에 거주 지역과 같은 사회적 결정요인도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득이나 교육 수준은 각 개인의 노력에 의하여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지만 사회경제적 박탈지수로 평가되는 지역적 요인은 지역사회 혹은 중앙정부의 노력이 없이는 개선되기 어렵다.

2018년에 간행된 박진욱의 ‘지역간 건강 불평등 현황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2개 시·군·구별로 기대수명이 78.9세부터 86.3세까지 7.4년의 격차를 나타내며 다르게 나타났다. 물론 지역 간 격차에는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건강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존재하지만 지역간 건강 불평등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에 의료자원의 분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강은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자원이 어떻게 분포되어있고 의료자원에 대한 접근이 얼마나 용이한 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19년에 수행된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서울대병원 연구에서 인구 10만명 당 요양기관 수를 10분위로 나누어 의료자원분포에 대한 지표로 분석한 바 있다. 이 연구결과를 보면 의료자원분포가 질병 혹은 건강결과와 상당히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뇌졸중 및 심근경색 환자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 서울 거주자에 비하여 사망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자원분포가 희소한 지역에서는 중독(독액성 동물, 농약 등) 에피소드 유병률이 높았다.

장애가 있는 경우 병의원에 대한 접근용이성이 의료이용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의료자원분포에 보다 민감할 수 있다. 의료자원분포와 장애유형별 우울증과의 관련성을 분석하였을 때 청각장애와 신장장애를 가진 사람은 의료자원분포가 희소한 지역에 거주할수록 우울증 유병률이 높은 추세를 보였다. 신장장애인의 경우 의료자원분포가 가장 희박한 1분위 지역에 거주할 경우 자살률도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이 의료자원의 분포는 건강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제 질병에 대한 대응전략은 생활습관 개선과 같은 개인적 수준의 관리전략을 넘어서 사회적 결정인자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확대 발전해야 한다. 소득과 교육수준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영향을 줄여나가는 노력과 함께 특히 의료자원의 분포를 개선함으로써 의료 격차를 줄이고 형평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수준의 관리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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