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코로나19 대책 세미나 개최…"여파 덜해도 대비는 해야"
중환자실·응급실 문제 여전…"의료진이 책임지는 구조 개선해야"
올 가을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최대 15만 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의료계에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코로나19 미래와 대책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오는 9∼10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최대 15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높은 백신접종률을 이유로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 이화여대 천은미 교수는 "국민 절반 이상이 백신과 확진으로 면역을 가지고 있으며 40대 이하 환자는 증상이 감기·독감보다 경증으로 지나가는 사례가 많다"며 "과거 사망자가 많았던 이유 중 하나는 치료제 투입이 늦어졌기 때문. 이를 줄이기 위해선 모든 병원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해도 대비책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한림의대 김재석 교수는 "노인 등 취약계층이나, 예방접종을 2회만 받은 경우 상당한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기존 코로나19 확진자도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지 대규모 조사가 필요하며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고려의대 교수는 "델타 바이러스 이후 오미크론이 등장했던 상황을 보면 어떤 변이가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할지 예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여러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동안의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림의대 박성훈 교수는 관련 문제로 ▲중환자실 병상 부족 ▲간호인력 부족 ▲응급실 과밀화 등을 꼽았다. 지난 2년 간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여러 개선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관련 문제의 원인으로 중환지실 입·퇴원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꼽기도 했다. 의료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는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회복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환자는 중환자실 입실을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또 관련 조치로 문제가 생기면 현장 의료진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도 개선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향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선 상시적으로 일반중환자와 감염병중환자를 구분한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대유행 시 동원 가능한 의료진을 미리 준비하는 등의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 중환자실 간호인력을 확충·교육해 미래의 감염병 재난 시 동원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중환자 근무를 기피하는 상황에서는 인원만 늘리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전문성 보장과 수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의원급 재택치료 모델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에 고위험군 재택치료에 사용됐던 서울형 재택치료 모델의 효과가 검증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의원급의 감염병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원구의사회 조문숙 회장은 "해당 모델은 진단을 통한 치료과정·결과 공유로 질환에 대한 예측·치료가 가능하다"며 "지역 내 감염병 발생빈도 및 환자군 파악이 가능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격리해제 후에도 지역사회를 통해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오는 가을 유행에 대비해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 정통령 총괄조정팀장은 "확진자 억제가 쉽지 않은 만큼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며 예방접종도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남은 기간 동안 보다 많은 데이터 공유하고 정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한다. 전문가 의견이 충실히 반영되는 의사결정 구조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