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높이고 소송 해결되면 제왕절개 준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6-11-23 08:10:30
  • 산부인과학회 대토론회.."의료분쟁 탓 방어진료 불가피"

“자연분만 수가는 턱없이 낮고, 의료소송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기관이 승소할 확률은 매우 낮으며 배상하게 될 액수는 무척 크기 때문에 일단은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22일 주최한 ‘제왕절개 분만 적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성모산부인과 이종승 원장은 진료현장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성모산부인과는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05년 상반기 제왕절개 분만율 조사에서 전국 680개 의료기관 중 최하위(2.8%)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의료사고에 따르는 법정 소송이 많아졌고, 수가 증가는 미미한데 반해 소송비용이나 배상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산과의사들이 방어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쌍둥이나 둔위 임신 거의 대부분이 제왕절개를 통해 분만하게 되었고, 겸자나 흡인기 등 제왕절개를 피할 수 있는 기구들이 분만실에서 사라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일단 병원 대기실이나 주차장에서 농성을 하면서 진료를 방해하고, 막상 소송에 들어가면 의사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거나 불가항력적인 많은 의료분쟁에 대해 국가적인 배상이 없어 환자나 환자 가족 입장에서도 하소연할 데가 병원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한국 수준의 진료비를 받으면서 미국 수준의 소송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게 이 원장의 말이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국가에서 의도적으로라도 환자 혹은 임신부들이 의사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의사들도 제왕절개율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데 대한 반성과 개선에 대한 노력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면서 의사와 환자간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의료수가 문제를 해결하고, 무차별적인 소송 걱정이 없어진다면 방어진료 문제가 해결되고 산부인과의사들이 다시 분만실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면 제왕절개율이 절반쯤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뇌성마비 발생이 대부분 의사가 분만중 행위에 의한 것으로 생각해 소송이 잇따르고 있고, 이로 인해 일부 산부인과의사들은 이런 가능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시적인 태아곤란증이 있거나 분만 진행이 느려질 때 쉽게 제왕절개수술에 의존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뇌성마비 환아가 발생했을 때 재활치료를 비롯한 금전적인 부분은 국가에서 부담하고 의사들이 소신진료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면 결국 전체적으로 산모와 태아, 신생아의 복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조윤미 상임위원은 제왕절개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산과 관련 의료분쟁 조정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 마련, 의료인과 임산부 교육 강화, 국가 예산 확보 등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