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로 산다는 것…자전거패달 밟는것”3-完 >

이창열
발행날짜: 2003-06-11 07:33:10
  • 의원간 과당경쟁 자제, 상생 해법 찾아야

[기획취재] 개원가가 무너지고 있다<끝>

개원가 불황이 심상치 않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개원가마져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폐업이 잇따르는가 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개원의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개원 붐을 주도하던 대학교수와 봉직의 등 이른바 개원예비군들도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이미 개원가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성급한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개원가 불황의 원인과 타개책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연재순서>>---------------
[제1탄] 벼랑끝 몰린 개원가 돌파구가 없다
[제2탄] 인력수급 수가정책 개선 시급
[제3탄] 과당경쟁 자제, 상생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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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3월 대한의사협회(당시 회장 신상진) 집행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월평균 수익을 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논쟁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 논쟁은 보험공단측이 의약분업 시행 1년 6개월을 경과하여 분업 전후 건강보험 이용실태를 분석해 발표하면서 의원의 월평균 수익이 3천만원이라고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공단은 분업 1년 후 의료비 총 16조 4,995억원 중 요양기관종별로는 의원급에서 34% 5조 5,349억원으로 가장 많이 가져가 의원당 연평균 수입은 2억 9,475만원으로 월 수입이 대략 3천만원 이상으로 발표했다. 급여분만 계산에 넣었으니 비급여 부분을 합한다면 그 이상일 것이다는 추계이다.

의협은 여기에 대해 “공단의 계산법은 총량에 대한 단순 나눗셈으로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특히 3천만원은 임대료 이자비용 직원급여 등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제하면 오히려 수익이 줄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공단 자료에서 전문과별 수입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과별 연평균 진료수입 상위를 보면 ▲ 안과 4억 3,176만원 ▲ 정형외과 4억 2,935만원 ▲ 이비인후과 4억 2,738만원 ▲ 신경외과 3억 5,353만원 ▲ 내과 3억 5,241만원 순이며 연간 10억 이상 급여 매출을 올리는 의원도 290개소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 21개 전문과중 안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내과, 마취과, 재활의학과 등 급여상위 7개과가 전체 보험급여액의 약 50%를 차지했다.

심평원이 2003년 3월 현재 기준으로 4인 이상 근무 의사 의원급의 보험급여비 청구액에 대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서울 서초구의 모의원은 39억 7천여만원의 보험급여 소득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과별로 지역별로 소득격차 편중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의료계내에서도 ‘20’이 전체 부의 80%를 갖고 ‘80’이 나머지 ‘20%’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소위 ‘2080’ 정글의 법칙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과별 수익 편중 심화는 전공의 모집으로 이어져 임상병리과 진단방사선과 등 중추 핵심 의학을 돈 못 버는 비인기과로 전락시켜 미달사태가 벌어지는 한편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이른바 돈 잘 버는 과는 경쟁이 치열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보험료 저수가 저급여의 3저 억제정책기조로 유지하며 의료전반을 왜곡시켜온 국가의 일차적인 책임과 반성위에서 의료계와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저급여 손실을 비급여 수익으로 충당하는 것에 만족하며 안일했던 의료계의 타성 또한 지적되어야 한다.

경기도에서 가정의학과 의원을 4년째 운영하고 있는 K원장은 “처음 개원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지금도 많은 신규 개원의들이 밤늦게까지 진료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처음에 잠시 야간 진료하다가 안 했거든요. 개원을 한 이유가 아등바등 하면서 살기 싫어서이었는데 다시 그렇게 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환자들 개개인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개원의가 가장 좋은 의사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요즈음 점방(진료실)에 혼자 앉아 환자를 기다리면서 개원의로서 산다는 것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쉼 없이 달려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전거에서 내려오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위태롭지만 쉬지 않고 패달을 밟을 수밖에 없거든요”라며 최근의 어려운 심경의 일단을 비친다.

2003년 한국의료 개원가는 자전거의 패달을 쉼 없이 위태롭게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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