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처방 환자 가장 꼴불견..일반인과 극명한 인식차
[창간 4주년 설문조사=의사들이 바라본 환자]#강남구 A내과의원 김모 원장은 환자와 입씨름을 하느라 기운이 빠졌다. 오전 첫 환자인 박모 씨가 진료를 마치기도 전에 “위염 증세가 있으니 OO약을 처방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일단 몇 가지 검사를 해 볼 것을 권했지만 그는 인터넷에서 이미 자신의 증세에 대해 검색해봤다며 특정약을 처방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의사와 환자는 ‘라포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국민들은 진료실에서 대하는 의사의 이미지를 의사집단에 투영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의사와 의사집단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또 의사와 국민간 소통에 문제는 없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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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국민들은 의료계를 불신하고 있다
(하)선생님 대우 못받아도 진료에 최선
의사들은 단순히 질병을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존경의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늘 ‘선생님’이라고 불렸고, 사회적 권위 또한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오늘을 살고 있는 의사들은 달라진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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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존경받는 지도층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의사 56%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의사들은 미래의 사회적 위상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향후 의사의 사회적 위상이 어떻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53%가 ‘그럭저럭 명맥만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고, 27%는 ‘전혀 위상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국민과 의사가 느끼는 인식차도 심했다.
진료시 질병과 치료방법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의사 77%는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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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민 대상 설문조사(3일자 기사) 결과와 상반되는 것이다.
건강보험 수가는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8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그렇다'는 답변은 7%에 불과했다.
반면 국민들은 건강보험 수가가 원가 이하라는 의료계의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더니 58%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해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또한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의료계가 강력 반발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의사 67%가 ‘이유 있고 타당한 행동’이라고 응답했으며, 32%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했다.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이라고 바라보는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들이 부당청구를 일삼는 등 부정행위가 만연해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가 70%로 압도적으로 많아 이 역시 국민들과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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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평소 어떤 환자가 꼴불견이라고 느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49%가 “OO약 주세요”라며 스스로 처방까지 내리는 환자를 꼽았다. 이어 의사 응답자 중 20%는 인터넷 의료정보를 습득하고 와서 아는 척 하는 환자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반발하는 환자'가 14%, '주변 병·의원과 비교하는 환자'가 9%, '진료비를 깎아달라고 조르는 환자'가 7%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신민섭(신경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건보수가는 낮고 환자는 많아 현실적으로 3분진료를 할 수밖에 없어 불신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