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경영의 악화원인과 타개방안

정기선
발행날짜: 2003-09-29 01:33:52
  • 정기선 가천의대 병원경영대학원 교수

의약분업후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들이 많이 개업하여 병원들은 의사구인란에 처하게 되었다. 반면에 새로 개업한 의사들은 한동안 월 1천 또는 2천만원 이상의 이익이 난다고 기뻐했던 분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업가도 불황으로 돌아서서 다시 병원으로 들어오려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어떤 의사들은 자기의원을 다른 의사에게 넘기고자 하나 인수받을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는 예도 많다.

의원이 불황에 처한 원인
첫째, 너무 많은 의사들이 개업하여 의료수요에 비해 의료공급이 상당히 초과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비급여수가는 덤핑으로 대부분 절반수준으로 하락하였다.
많은 의사의 개업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하게 된 결과, 수가를 덤핑하는 의원도 늘어나 비급여수가는 대부분 절반수준으로 하락하였다. 특히 새로 개업하여 단골환자가 없는 의원들은 환자확보를 위해 비급여수가를 낮춤에 따라 수가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상은 안과(라식수술),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한의과 등 비급여수가가 많은 의원의 경우 그런 현상이 많이 나타났다.

셋째, 복지부는 일부수가를 인하하고, 전문약품을 일반약품으로 전환하였다.
의원들의 증가로 중소병원은 외래환자수가 30% 내외, 대학병원은 10~15% 줄어들었다. 그 결과 도산하는 병원이 늘어가므로 복지부는 병원과 관련된 입원료 등을 올려주는 대신 의원과 관련된 일부수가를 인하하였다.
또한 1,480여개의 전문약품을 일반약품으로 전환하였다. 이 조치전에는 환자들은 의사처방을 받기 위해 의원을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이 조치후에는 약국에서 직접 이들 일반약품들을 살 수 있게 되어 그만큼 의원방문이 줄었다. 이 조치는 특히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등에 타격을 주었다.

넷째, 개업시 인테리어 등에 대한 투자가 과다하였다.
늦게 개업대열에 참여한 의사들은 남보다 앞서려면 무언가 산뜻한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인테리어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였다. 이처럼 과다투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자기돈으로 개업비용을 모두 조달한 의사는 조금 나으나 은행에서 차입한 의사는 개업비에 대해 매년 이자를 많이 부담해야 한다.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다면 년간 7백만원 내외를 이자로 지급해야 한다.
2) 인테리어는 잘 해놓아도 5년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법인세법에서도 내용년수를 5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테리어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년간 2천만원의 돈이 감가상각비로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인테리어 등에 많이 투자한 의사는 그만큼 환자가 더 많고, 수익도 더 많아야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못하여 인테리어에 대한 투자가 결손원인의 하나가 된 의원이 많다.

다섯째, 소득세부담을 감안하지 않았다.
많은 의사들은 세무에 대한 지식이 없다. 특히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들은 병원에 들어갈 때 갑근세를 뺀 순급여(Net Pay)로 계약했다. 따라서 병원근무기간중에는 병원에서 자기급여를 국세청에 얼마에 신고했는 지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개업후에는 개인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년간 1억 2천만원의 이익이 발생한 의사는 4천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대부분의 의사는 개업후 월 1천만원의 이익이 발생하면 이 돈이 모두 자기 것이 되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4천여만원을 차감하고 나니 년소득이 8천여만원이 되어 병원근무시 받던 금액보다도 적게 된 의사들이 많다.

또한 병원근무시는 자기가 투자한 것이 하나도 없이 의료기술만 제공하면 됐었다. 그러나 개업시는 2~3억원을 투자했으므로 이에 대한 기회이익(Opportunity Profit)은 년간 14~21백만원(년리 7%로 계산)이나 된다. 따라서 적어도 이 만큼을 더 벌어야하는데 병원근무시보다도 적게 버는 의사가 많이 나타났다.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등을 개업한 의사들은 처음에는 일평균 최소 100~150명을 목표로 하였으나, 점차 70명, 50명, 30명으로 하향조정된 예가 많다.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개업한 의사들도 처음에는 월평균 의사 1인당 최소 2천만원 이상의 이익을 목표로 하였으나, 점차 이 목표가 절만 이하로 줄어들었다.

일부의사들은 난국을 타개하고자 홍보/마켓팅을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최근에 인터넷 등을 통한 홍보는 정말 치열하다. 그러나 원래 마켓팅이라는 것이 비용을 많이 쓴다고 효과가 정비례해서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쓰는 것이 적정한가를 알기도 어렵다. 일부 Net-work을 갖고 있는 의원들은 월 5천만원~1억원을 쓰기도 하는데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의원들의 난국타개방안

의원들의 난국을 타개하는 방안은 진료과별로 사정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일괄하여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다. 또한 필자는 병원경영의 전문가이고 의원분야는 거의 컨설팅도 안하기 때문에 정확한 처방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병원의 예를 감안하여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가 처한 상황을 치밀하게 판단하여 진로를 정해야 한다.
홍보/마켓팅에 좀 더 주력한다면 희망이 보이는 의사는 이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방안으로 타개가 어려울 것 같으면 의원을 다른 의사에게 넘기거나, 폐업하고 병원에 들어가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둘째, 자기가 개업한 지역이 적합한 지역인지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개업한 지역이 적합한 지역이 아니라면 어렵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의원을 옮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쟁이 매우 심한 지역에 남아있기 보다는 경쟁이 덜 심하거나 자기가 경쟁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 예를 들어 신흥지역에는 많은 젊은 의사들이 개업하여 경쟁이 치열한 예가 많다. 그러나 구시가지는 대부분 나이가 50~60대인 의사들이 포진해있어서 의원수가 많아도 젊은 의사들이 진출하여 성실하게 진료하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셋째, 자기의원의 환자접대방법이 적절한가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원장자신이나 직원들의 환자를 대하는 태도, 의원내의 인테리어, 여러 가지 홍보전략 등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은 자기의 진료태도 등은 가장 최고라고 믿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는 그렇지않은 경우가 많다. 소위 명의로 알려진 의사들의 진료태도를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면밀히 조사하여 고쳐야한다. 직원들은 무심히 환자들에게 대하고 있으나 필자가 의원들을 방문해보면 직원들의 태도에는 차이가 매우 크다. MOT(Moment of Truth)의 중요성을 알고 직원들을 교육훈련시켜야 한다. 또한 큰 돈을 안들이고도 집기비품의 재배치, 그림이나 화초의 적정한 배치 등을 통해 로비를 보다 안락하게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정기선(한국병원경영학회 회장, 가천의대 병원경영대학원 교수, 경영학박사,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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