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판매에 눈 돌리는 의협

이창열
발행날짜: 2003-12-01 07:19:09
의사들의 건강보조식품 판매가 뜨거운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는 지난 주 토요일(29일) ‘의료기관에서의 건강기능식품의 처방과 영양치료’를 주제로 의료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 주제를 쉽게 말하면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하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한 타당성 또는 명분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유수 교수의 의학적 타당성에 대한 현학스러운 현란한 의학적 고찰이전에 사실 포럼의 핵심은 의사의 건강보조식품 판매이다.

김재정 의협 회장은 여기에 대해 “건강보조식품이 마구잡이로 제조 판매되고 있어 국민에게 무엇이 득이 되고 실이 되는 지 알 수 없다”며 “의협이 국민건강을 위해 이러한 자리를 만들어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한동관 관동대 의무부총장은 “의사는 환자 진료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작금의 의료현실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 의사들이 건강보조식품 시장에 눈을 돌리는 의료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쉽게 말하자. 의사들이 병의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해도 될까? 의사들의 건강보조식품 판매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어떠할까?

우선 가능한 추론을 해보면 ▲ 의사가 파는 것이니만큼 분명 약효가 있을 것이다 ▲ 현대의학적 치료에 자신이 없으니 보조식품을 파는 것이다 ▲ 건강보조식품을 먹으면 좋긴 좋을 것이나 안 먹어도 되는 것을 호주머니 털라고 사게끔 유도한다 ▲ 의사들도 약사 다 됐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들은 제약광고에 모델로서 출연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쉽게 미루어 짐작하듯 ‘의사’라는 표시 하나만으로도 해당 약의 약효를 본의 아니게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위법행위가 아니면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없으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어떠한 행위이든 용납될 수 있다.

그동안 의사들은 우리나라 현행 ‘저수가’ 의료보험제도상 비급여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개혁을 주장했던 젊은 의사들은 저수가에 비급여로 안주하며 돈 번 선배의사들을 현행 난마처럼 얽힌 왜곡된 의료제도의 부작위 공범으로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 원죄를 추궁했다.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 의사의 품위유지와 환자진료에 전념하기가 어렵고 교과서적인 진료가 불가능하다면 그것에 당당히 맞서 정면 승부를 벌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회피하면서 시선을 ‘건식판매’라는 돈벌이에 돌려 뛰어든다면 그 업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배 고프다고 시도 떄도 없이 아무거나 주어 먹을 수는 없다.

국민들은 아직도 의사들을 신뢰한다. 의사를 믿기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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