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탄핵한다.....(II)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04-29 10:51:10
  •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 신세계클리닉 원장)

선전 선동론을 공부 할 때 그중에서 제일 먼저 익히게 되는 개념이 "프로파젠다"라는 개념이다. 이 프로파겐다는 활동가의 입장에서는 기본적 소양에 속하는 것으로서.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선전"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개념인데. "과제"( 아젠다 )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의 되어지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프로파젠다는 아젠다를 상위개념에 두고, 아젠다를 획득하기위한 도구로서 작동하는 수단이라는 의미이다

보통 프로파겐다는 "슬로건"의 제작에서 출발한다. 이때 슬로건은 고도로 조직화된 활동가들이 대중을 교양하고 대중에게 아젠다를 설득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향성과, 짧고 압축적이며, 동의반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직선쟁취.호헌철폐등이 여기에 속한다)

즉 슬로건은 선전선동전략에서 가장 일차적인 시작점에 속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전략으로서의 슬로건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슬로건을 사용하는 것은 선전전략의 초입에서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난 몇달간 "의협의 정치세력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치적 함의가 가득한 수사들을 양산해왔다,( 사실 이 구호들은 "의료오적" "선택분업 쟁취 "등의 각종 쇠냄새나는 구호들이 대부분이었는데..정작 문제는, 우리의 슬로건의 목적성이다, 우리의 이러한 슬로건이 국민대중을 향한 선전전략의 관점에서 제작된 슬로건이 아니라, 의사회원을 상대로 한 슬로건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의사협회에서 의사회원들을 선전선동하는 대상으로 삼고있다는 어이없는 상황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더우기 이것을 (우리의 슬로건을 ), 우리가 그동안 줄곳 대립각을 세웠던 대상, 즉 현 집권당의 "양심건국"이라는 세련된 슬로건과 비교해보면 , 우리의 "쟁취"와 "세력화"가 " 직선쟁취" "오적"호헌철폐"라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아젠다를 차용한 지극히 즉물적인 발상에서 비롯한 치졸한 구호이며, 오히려 우리가 대립하는 상대방이 십수년전에 사용하고 버린 이미지의 쓰레기를 아무생각없이 훔쳐 사용하고 있었던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서는 것이다,

( 다시 말하면 대한의사협회 지도부는 대국민 슬로건 하나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 없으며, 그저 즉흥적으로 선동성이 강한 구호를 아무렇게나 골라서, 정작 그 구호의 대상이 국민인지,의사인지도 모른채 외쳐대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다시말하면..

우리는 앵커출신의 세련된 리더가, 총선 이틀전에 단식으로 국면을 전환 할 줄 아는 정권을 대상으로, 삭발 전력이 있는 (지금도 그분의 머리 길이는 모 강경노조의 노조위원장보다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도부의 후진적 프로파겐다로 대정권투쟁을 선언한 셈인데.만약 여러분이 우리의 아마추어리즘을 그쪽에서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안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일단 이쯤에서 복잡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잠시 화제를 돌려. 지난 신상진 회장의 의협지도부가 연임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물론 이문제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 그분의 아마추어리즘이나, 혹은 언행일치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이 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분의 연임실패는 대선에서 특정 정당에 올인함으로서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것에 대한 조직원들의 자연스러운 심판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우리의 판단이 역사인식의 측면에서 보면 어떤것이었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있지만, 정권의 성격에 동의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 특정 이익집단이 (우리는 엄연히 이익단체이다 ) 사생결단으로 정치권력에 올인 할 경우의 리스크를 경시했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다시말해 기대이익에 눈이 멀어 기대손실의 가능성을 외면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전임 회장은) 대선이후 처한 의협의 입지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자신은 유력 제일 야당의 지역구 공천을 획득하는 ( 당선 여부를 떠나 ) 정치적 획득을 이루었고, 아울러 그의 그러한 정치적 획득은 의협회장출신이라는 명함의 두께와 아울러, 대선에서 보여준 공로에 대한 포상의 성격이 짙은 것임을 아무도 부인 할 수없다( 하다못해 요식업협회나 안마사 협회조차 감히 할 수없는 이익단체의 대선에서의 올인 전략에 대한 포상으로는 그것으로도 부족 할지 모른다 )

때문에 그의 지역구 출마는 "의사의 정치세력화"라는 아젠다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하는 문제에 해당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조직전체의 명운을 위험에 빠뜨린 전임 회장의 오류를 문책해야하는 상황에서 ,(정작 그는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입신양명에 성공 할뻔했다), 우리 스스로 "정치세력화"라는 어슬픈 아젠다의 함정에 빠져, 오히려 그를 "의사출신 국회의원 1석 "확보라는 정체절명의 "프로파젠다"로 둔갑시켜 버린 채 그의 당선을 두손모아 빌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 현 집행부는 그들이 지도부로 선출된 함의를 읽어야 함에도 (전임 집행부가 상대적 선명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정치적 실책에 대한 문책으로, 오히려 타협에 능해 보이는 현 집행부를 선택했던 회원들의 표심), 그들의 빈약한 역사의식은 슬프게도 그점을 짚어내지 못했다,

다시말해, 회원전부가 바라는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지, 전임과 같은 어슬프고 무조건적인 선명성 경쟁을 벌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회원 대중이 아직까지 지난 일차투쟁의 불꽃이 누구로 인해 무너졌고, 지금 의협의 분열과 대립이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너무나 선명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를 선택한 뜻은 ( 한번 사퇴했던 회장을 다시 선택했던 까닭은)..이제 그에게 과거사에 대한 "결자해지"의 임무를 부여했던 것이지, 그에게 과거 삭발투쟁후 투쟁철회라는 뒤통수 때리는 회색투쟁가의 면모를 다시 보고자 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 아울러 그가 국내 최고급호텔에서 존경하는 장관님을 외치며 ,와인잔을 들어 올리면서"의협의 정치세력화"를 연호하는 희안한 장면을 연출하라는 뜻이거나, 혹은 설마 아니겠지만... 전임회장처럼 4년후에 또 어느당의 의원후보로 그의 이름을 올리기를 바라는 뜻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

다시말해, 전임집행부가 대선에 올인함으로서 조직을 위험에 빠뜨렸음에도. 지도부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자산을 획득한 것으로 끝나버린것이라면. 후임집행부는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조직에 대한 예상가능한 위협요인을 풀어나가라는 뜻 이었지., 그것이 전임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회원들이 그 책임을 물었던 것이고,.이제 후임이 그 뜻을 길이 이어받아 그 특정정당이 일당이 되는데 결정적 위력을 발휘하는데 별동대가 되라는 뜻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우리에게 그럴만한 능력은 눈꼽만큼도 없다)

(사실 의협의 정치세력화라는 이야기에 대해 상대당의 분위기는 "냉소" 자체. 그 이하고 이상도 아니다, 다시말해 설령 대한민국 의사들이 전원이 단식하고, 전원이 여의도 둔치에서 삭발투쟁을 해도, 이미 집권세력내에서는 그런일이 있었는지를 아는 사람조차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우리자신을 아는것이며 우리들의 입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어쩌면 필자는 현 지도부도 그 한계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의협회장이 담당국장조차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는 입지를 가진 채, 그나마 집권세력으로부터 "적대시"도 아닌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지도부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사실 필자도 총선전에 핵심부의 이러한 우려를 직간접적으로 지도부에 전달한 사실이 있다 )

그럼에도 왜 그는 전임집행부가 저질렀던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가 다음번 임기를 생각한 선명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거나, 혹은 그로인한 반대급부로 다음의 무엇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면 부디 이쯤에서 스스로 내려오기를 간곡히 권유한다. , (필자는 최소한 필자가 속한 조직의 지도부가 그정도 수준은 아니기를 믿고 싶다),

아울러 만약 그가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무모함을 내세워 조직을 이끌어 갈 것 이라면, "그의 진실한 아젠다"는 무엇인지. 다시말해 "의협의 정치세력화"의 아젠다가 성취가능한 것이라는 판단에서 추구하는 것인지. 혹은 그것이 정말 그의 불꽃같은 소신인지. 그는 우리를 위기에서 구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이런 상황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해명이 필요하다,

이것이 그를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두번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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