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주류ㆍ비주류 논리

박경철
발행날짜: 2004-09-20 06:13:04
  •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고정칼럼 집필자 소개>
인터넷에서 필명'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 외과전문의는 국내 최고의 사이버애널리스트로 MBN 주식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인정받고 있다.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개원의협의회는 의협에 연수평점 부여기관인정을 요구하고, 해당학회는 이러한 개원의 협의회의 요구에 반대하는등 의료계의 이전투구가 점점 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의 선두에 선 "내과 개원의 협의회"는 "내과의사협회"로 명칭을 바꾸고, 연수평점 부여기관 인정을 의협에 요구했다.

사실 이 문제는 두가지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먼저 대개가 바라보는 헤게모니 싸움의 연장선이다. 가장 많은 회원을 거느린 내과 개원의 협의회가 의사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대부분의 생각이 어느정도는 사실일 것이다.

원래 조직이란 불가사리와같은 자기확장의 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 자체의 몸집 키우기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의 이면에는 우리가 미쳐 자각하지 못하는 주류와 비주류의 논리가 숨어있다.

의료계는 대개 개원의와 봉직의로 구성된다, 그리고 개원의는 또 전문의와 일반의로 나뉜다,이런 구조에서 일반의는 전문의에 대해 비주류적 속성을 띄고 있다. 같은 성격의 일차 진료에서 진료행위에 대한 댓가를 차별적으로 지급받고 있다.

또 전문의내에서는 분과 전문의라는 분화를 통해 일반 전문의들에비해 배타적인 지위를 획득함으로서 새로운 주류를 형성하고 나머지를 비주류로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 내과의 신장분과와 외과의 대장항문학회의 움직임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봉직의의 경우는 어떠한가, 봉직의도 소위 수도권의 특정 대학을 종업한 특정병원의 의사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개원의와 봉직의를 망라한 학회에서는 봉직의들이 개원의를 비주류로 몰아낸지 오래이며, 아울러 봉직의 안에서도 특정대학과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인맥 구조가 학회를 장악(?)하고 대부분의 봉직의들을 변방에 서있는 비주류로 취급한다.

또 이러한 구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고 특정지역에서 일반진료를 중심으로한 수입을 올리는 일부과목의 일부 의사들은 그외의 소위 보험과 의사들에 대해 주류의 시각을, 종합병원은 일반병원에 대해 주류의 논리를, 또 수도권은 지방에 대해, 소위 일류대는 그외의 대학에 대해 주류와 비주류의 논리로 편을 가르고 배척하며 분화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이러한 주류와 비주류의 논리는 사회 전반적인 주류논리와 맞물려 드디어 폭팔직전의 비등점에 도달했다, 사회는 이미 상고출신의 대통령과 군수출신의 장관이 등장하고, 압구정-서울대- 사자직업으로 상징되는 기존 주류를 타켓으로 한 비주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현 정부의 성격에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의료계 내에서도 스스로 봉직에 대한 개원의의 주도권 다툼으로, 소위 소수 엘리트 주의에 대한 다수의 주장으로, 거대 의료자본에 대한 개별자본의 대립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때문에 "내과 의사협회"라는 이름에 담긴 함의는 소위 "내과학회" 안에 들어있는 주류의 논리를 배제한 " 비주류가 주류가되는 학회"라는 논리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내는 시발점이며, 이러한 비주류와 주류의 분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 할지 모른다.

때문에 우리 의사사회가 이러한 문제들을 적시하지 못하고, 기존의 주류논리로 인맥과 구질서에 사로잡힌 과거의 폐쇄적 양태를 반복한다면 ( 의협지도부의 선출부터 의사사회를 움직이는 전반적인 구 질서들), 의협내에서도 필연적으로 " 대한 개원의 협회"에 이은 "한국 의사협회"가 탄생 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 한 것이다.

의사들도 이렇게 다양상을 가지고 분화하고 있다면, 의사사회의 지도부도 과거의 논리와 질서에 사로잡힌 근시안적인 발상을 버리고, 개원의, 지방 (대), 일반의.젊은의사등 기존에 모두 포용하지 못했던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포용하고 안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첩첩이 쌓인 의료계의 난제를 앞에두고 언제까지나 이전투구만 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이제 우리 의사사회도 수십년간 겹겹히 쌓여있던, 때를 벗기고 새로운 판에서 완전히 새로운 리더쉽을 구축하고 전체의 신뢰를 획닥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기존 리더쉽의 과감한 양보와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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