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적 측면의 양한방 통합

안용항
발행날짜: 2004-12-23 15:33:23
  • 인천시의사회 기획이사 안용항

문화의 진화 측면에서 본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통합

문화의 갈등
우리의 의료역사는 나라의 근현대사와 밀접한 연관은 너무나 당연한 말일 것이다. 서구의 발달한 문물에 너무나 놀랐고 일제시대와 해방 후 정부주도의 강제적 서구제도 이식과정에서 우리의 문화와 서양문화가 통합될 겨를이 없었다. 이러한 과정의 반발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민족주의를 향한 강한 부르짖음은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로 표현되었다. ‘우리 것’이기 때문에 반듯이 ‘모두’ 좋을 리는 없다. ‘우리 것’보다 더 좋은 ‘남의 것’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교적 의식과 서구적 의식이 통합되지 못하고 때로는 유교적 가치로 세상을 보고 때로는 서구적 가치로 세상을 본다. 이 둘 사이의 충돌은 사람들을 이중적인 모습으로 비치게 한다. 이것은 급격한 경제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서로 다른 공동체간의 문화는 충돌을 일으킨다. 그리고 진화한다. 생존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도 그러하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모습으로 남아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보다 경쟁력 있는 문화의 모습으로 진화를 하는 것이다.

의료는 문화이다
국민의 의식과 기술이 어우러져서 나오는 문화이다. 진화하는 문화임이 틀림이 없다. 자연스런 의료문화의 진화를 억지로 막는다면 이는 퇴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의료문화의 자연스런 진화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 사람들의 삶에 가장 적합한 것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너무나 이상하다. 다른 극동 국가들은 이미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자연스런 통합을 거치고 있지만 우리는 정부가 앞장서서 굳이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구분시킴으로 의료문화의 통합을 방해 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구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런 통합의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동양의학에서 초음파 등의 서구적 개념의 진단도구의 사용이다. 서양의학에서는 전기침 등의 모습으로 서구적 이론과 기술로 발전되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문화의 진화를 막는 장애물이 ‘법에 의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면허구분’이다. 의사면허의 의미는 국민을 위한 온정적 간섭주의에서 나온다. 서양의학 면허와 동양의학 면허의 구분이 국민을 도와주는 온정적 모습일까?

진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자연스러운 진화를 법으로 방해하는 것에 대한 갈등이 최근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방병원에서의 CT 촬영사건 등은 자연스런 의료문화의 진화를 법에 의한 강제적 억제인 것이다.

법에 의한 의료문화 진화 억제는 우리나라의 의료문화를 퇴행시키는 것이다. 이는 우리국민을 괴롭히는 행위가 될 것이다. 정부는 관리의 편리함이나 이해관계의 득실을 떠나서 자연스런 문화적 진화를 달성하도록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지속될 것이고 필요 없는 것은 사라지게 된다
지금 세계는 국경이 사라지고 인터넷을 통한 빠른 문화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배용준이 일본의 욘사마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세상이다. 한국의 김치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제일 중요한 원인은 다른 음식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김치는 끊임없는 맛의 변형을 일으킨다. 다른 나라 국민의 입맛에 맞추어서 진화하는 것이다.

한국문화에 적합한 의료문화로 진화시켜야 한다. 세계 의료문화에 적합한 의료문화로 진화시켜야 한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이라는 모습으로 ‘억지로’ 쇠사슬에 묶어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진화를 할 수 있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동양 서양의학의 벽을 허무는 것이 한국 의료문화의 진화를 위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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