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것은 지키고 남의 것은 빼앗는다

박경철
발행날짜: 2005-01-24 06:53:25
  •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서울대학 병원에서 임상 실험을 진행 한 결과 인체의 특정 부위에 날카로운 자극을 가할 경우 이 부분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증가되어 수용체의 포화를 유방함으로서 통증 감각을 둔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대학 병원에서는 28G 크기의 바늘이나 기타 침등을 이용 이러한 특정 부위에 대한 신경자극을 행함으로서 일정부분 제통효과를 노릴 수 있음에 주목하고 향후 임상에서 적용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특정 식물에서 얻어낸 수용성 물질이 의학적으로 일부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고, 지용화 과정을 거친 복잡한 제조과정 없이도 일선 개원가에서 특정 식물을 고온에 가열하여 얻어 낸 수용액을 환자에게 투여함으로서 특정 약물에 저항성을 가진 환자에게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것은 모년 모월 모일에 실린 메디게이트 뉴스의 가상 기사다.

그러나 만약 어느날 이러한 뉴스가 실제화되고, 의사협회에서 이러한 치료법에 대한 의료의 일부분으로 인정받기위해 국회 보건복지위 보좌진들과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에게 광범위한 로비와 설득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일이 일어 날 수 있을까?

지난주 한의사협회에서 의료기사 지도권 확보와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보건복지위를 비롯한 각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제는 의료계의 이전투구가 의사- 한의사의 관계로 까지 치달으며 그야말로 점입가경의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 한의사 간의 업무영역은 상당히 미묘한 경계가 있다.

한방병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현행 의료법의 맹점을 이용해서 한방 병원내에 의사들 고용한 의원을 개설하고, 뇌졸중환자나 당뇨등의 만성병환자를 치료하면서 스테로이드나 인슐린을 투여하는 편법아닌 편법을 관행처럼 시행해왔고, 병원은 병원대로 양한방 협진이라는 이름으로 한의사를 고용해서 만성병 환자에게 소위 보약장사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이문제에 대한 양심적 인정부터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본란에서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한의사가 본래 한의학의 근본원리를 무시하고 영역확대에만 주력한다면 그것은 양단체간의 분쟁 뿐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양식에 관한 문제로 까지 발전하게된다.

한사람의 한의사가 한의학을 익히고 제대로 시술하기 위해서는 6년간의 교과과정을 거치고, 개인적으로 재야의 스승을 찾아다니며 더 많은 경험지식을 쌓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의사가 내과질병, 외과질병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6년간의 교과과정은 차치하고서라도 5년간의 전공의과정과 2년간의 펠로우쉽 까지 거쳐야 그나마 해당분야 의사로서 진료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의사가 임상병리,물리치료사를 두고,심지어 항문 수술까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상식의 차원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한의사가 현대의학적 치료법을 원용하는 것은 한방의 과학화이고, 의사가 침을 사용하면 전통의학 파괴라는 논리가 존재하는 한 이미 이 사안은 합리적 해결방안의 수순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고로 의술이란 인류가 탄생한 이래, 주술에서부터 풀뿌리 나무뿌리까지 경험적으로 획득한 인간의 지식이 누적되어 만들어 진 학문이다, 때문에 의사건 한의사건 새로운 의학지식을 실험하고 익히려는 자세를 탓 할 수는 없는 것이며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의학의 발전과 환자의 치료를 위한 분발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권장할 일이지만, 그것이 밥그릇을 넓히기 위해 영역싸움을 벌이는 것이라면 그것이 의사건 한의사건 의료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걸고 다시 생각해 보아야하는 중차대한 사안이 되는 것이다,

만약 한의학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현대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면, 또 현대의학에서도 전통의학적 지식과 개념이 필요하다면 서로가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를 넘보기에 앞서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같이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우기 한의사 협회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면 (한의사 단체에서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인정을 함 셈이므로), 의협에서도 무조건 반대하거나 냉소를 보내기보다 차라리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차제에 양한방 일원화, 혹은 양한방의 경계 허물기에 대한 국민적 공론을 만드는 시발점으로 삼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내것은 지키고 남의것은 빼앗는다.."

이것은 전쟁에서 사용하는 개념이지 사람의 병을 다루는 사람들이 내세울 개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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