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무거워 죄인인 의사들에게

김현정
발행날짜: 2005-05-26 23:40:33
“그 사람 참 입이 무겁네”

이 말을 듣는다면 아마도 칭찬에 가까울 것이다. 입이 무겁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덕에 속해왔다.

그런데 입이 무겁기 때문에 죄인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말을 더 많이 하란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의사들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의사의 설명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분쟁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26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설명 부족으로 피해구제가 가장 많았던 진료과는 16.9%로 성형외과가 꼽혔다. 그 다음이 치과(14.9%)와 산부인과(12.3%), 정형외과(11.0%), 피부과(8.4%), 내과(7.1%), 안과(5.8%) 순이다.

이 순위는 바로 환자에게 가장 설명을 아끼는, 입이 무거운 순서다. 가장 입이 무거운 의사는 성형외과 의사들이다. 안과 의사들은 가장 입이 가벼운 사람들로 오히려 입단속을 시켜야 할 대상이 된다.

그러나 성형외과 의사들에게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과 의사들에게는 그 반대다.

적어도 환자 앞에서 의사는 입이 가벼운 사람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알 권리'와 '약자일 수 밖에 없는 환자'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특히 수술을 해야 할 경우는 더 수다스러워져야 할 것이다. 의사의 설명의 의무가 가장 잘 지켜지지 않는 치료 분야 1위가 ‘수술’로 나타났다는 결과는 입 무거운 의사들을 질책할 수 밖에 없게 한다.

더욱이 그 1위과 성형외과고 수술이기에 사전 설명 없이 이뤄진 미용수술에 괴로워하는 많은 여성들의 얼굴도 다시금 떠오른다.

한번 생각해보자. 환자앞에서 수술과 치료, 검사의 부작용이나 그 과정을 설명하는데 말을 아껴왔다면, 환자 앞에서 스스로 참 말수가 적다고 느끼신다면......

의사들이여, 이제 수다쟁이가 돼보자. 환자 앞에서 침묵은 더 이상 금(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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