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70만원' 질타와 부러움

김현정
발행날짜: 2005-06-20 06:29:28
지난달 개원한 연세의료원 세브란스 새병원의 VIP병실료가 하루 17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병원계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병원 가운데 가장 비싸다”, “환자 입원실과 별도로 대기실, 회의실, 거실, 부엌이 있다”, “월급쟁이 한달 임금과 맞먹는다”, “6인실 사용료와 비교할 때 170배가 넘는다” 등등

이렇듯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 최고가 병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굳이 공공의료나 의료 형평성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분명 곱지 않다.

하지만 이를 보는 같은 병원계의 속내는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내심 그러한 여건이 됐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도 한번 계획해 볼까 하는 마음에 내부 환경 등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고 털어놓는다.

이 같은 속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의료시장 개방에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등 중대 전환기 앞에 서 있는 병원들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VIP마케팅' 등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지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렇게 비싼 고가의 병실에도 현재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전언은 이 같은 병원들의 애타는 속마음에 질타보다는 되려 측은지심이 들게 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건진센터 등을 중심으로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병원들의 VIP마케팅이 앞으로 변화할 병원계의 명약관화한 대안이 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더 크게, 더 호화롭게, 더 비싸게...” 부유층을 위한, 부유층을 잡기 위한 이러한 병원계의 움직임은 분명 국내 첫 특실가인 90만원이 지금 두배가 됐듯, 앞으로 세배, 아니 열배까지 이를 상승시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한다는 우려감을 남게한다.

“돈 많은 사람이 비싼 병실에서...”라고 하는 자본주의적 반론에까지 딴지를 걸자는게 아니다. 다만 과도한 경쟁에 의한 과도한 지출로 병원계가 함께 나락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설 뿐이다.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