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도 모르고 의사수출인가

조형철
발행날짜: 2005-06-27 06:49:49
호주로 가는 비상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의사 인력부족으로 우리나라와 인적교류를 추진했던 호주 정부가 외국인 의사의 의사소통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호주정부는 우리나라 의사면허를 인정, 수용을 검토하고 있으나 자국환자들을 실제 진료하는데 있어 의사소통에 의한 문제가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

당초 교류에 적극적이었던 호주 정부가 의사와 환자의 언어장벽을 고려치 않았을리 만무한데 작금에 와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호주정부는 우리나라 의사의 면허를 인정, 호주에서 진료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호주의사협회와 면허범위 등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협의과정에서 호주정부가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배타적인 의사면허의 속성상 다른 면허를 인정하면 그에 따른 기득권도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료에 있어 환자의 의사표현은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병소를 진단해내고 의사가 생각치 못한 병인들에 대한 단서일 수 있다는 논리는 의사소통 능력이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우리나라 의사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와 호주정부가 국내에서 호주진출 의사를 모집하기 이전 즉 추진과정에서 이미 합의됐어야 하는 문제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의사들은 통역을 통해 아무런 문제없이 진료하고 있다. 우위를 점한 의료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를 상대국에 확실히 인식시켜 의사소통에 의한 단점을 커버할 필요성도 있는 것이다.

자국내 의협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호주정부에 비해 우리 정부는 협상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데 이미 한발짝 뒤쳐지고 있다.

우선 정책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와 공론화된 협의를 거치지 못했고, 정치적 차원에 의존해 인적교류를 추진해 나갔다. 포화상태에 이른 의료계로 하여금 비상구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말이다.

협상에 있어서는 우리가 포기해도 되는 것과 꼭 얻어내야 하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를 모르는 외교관들이 과연 협상에서 어떠한 것을 내주고 어떠한 것을 얻었을까?

의료인의 수급문제는 정부정책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더없이 민감한 문제다.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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