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아프지 마라, 아프면 죽는다"

안용항
발행날짜: 2008-06-30 06:02:51
  • 안용항 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

대한민국은 자극적 용어의 사용으로 많은 사람들을 누가 더 잘 흥분 시키는지를 가리는 경연장으로 돌변해 있다. 그래서 기발하고 끔찍한 용어들이 범람한다. 이러한 용어들을 글 제목으로 걸면 우루루 사람들이 몰려들며 클릭을 한다. 우루루 물려들지 않으면 자신이라도 자꾸 눌러 조회 수를 높이고자 안달을 한다. 조회 수가 높다고 올바른 것이 아니건만 조회 수가 높은 것을 옳다고 믿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려고 온 갓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극적 글에 반대하는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서 온갖 욕설도 서슴치 않고 아예 그런 사람들의 글은 지워 버리기도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능하면 자극적 용어를 사용하여 ‘사실’의 앞과 뒤를 잘라버리고 보이고 싶은 부위만 골라서 사람들에게 내 놓는다. 그래서 모 단체에서 만들어낸 ‘의료민영화’에 대한 반대 선동 문구로 “죽어도 아프지 마라, 아프면 죽는다”라는 용어가 탄생한다.

만약 이러한 선동가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다 획득 한다면 그 다음에는 정치권력을 원할 것이다. 바람직한 시민운동으로서의 방향을 잡아 가야할 인간광우병에 대한 촛불 문화제가 결국은 정권 탈환으로 목표가 바뀌어 버렸다. 즉 처음부터 원했던 ‘정치권력이라는 숨겨진 목표’를 노골화 시킨 것이다.

만약 이사람들이 대통령이 되어 모든 권력을 장악한다면 그 세상이 낙원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할까? 지금 열심히 선동하는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말 할런지도 모른다. 그래야 자신의 선동의 목표가 정치권력 획득이라 하드라도 정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선동이 성공하여 정권을 장악하면 그 권력에 반대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선동을 시작 할 것이다. 그러면 권력을 장악한 이전 선동가들은 새로운 선동가들에게 ‘선동하지 말라!’, ‘법질서를 지켜라’라고 하며 자신의 과거 선동을 기억에서 지워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은 무엇인가? 선동가들의 자극적 선동에 이리 끌려 다니고 저리 끌려 다녀도 무언지 모르는 불만감은 여전히 남아있기 마련이다. 선동가들은 권력을 차지하겠지만 선동가들을 지지한 대중들에게 여전히 남는 것은 혼란뿐이다.

그래서 대중은 선동에 따른 감성적 판단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블로그에 굴러다니는 ‘미국 소 1그램만 먹어도 인간 광우병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진실인지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글을 만든 선동가의 글이 아니라 전문가의 글을 읽고 고민해야 한다.

미국 소를 먹으면 무조건 ‘인간 광우병’에 걸리는 것인가? 의료민영화를 하면 무조건 ‘아프면 죽는다.’가 맞는가? 이런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정확한 자료를 읽고 그 재료를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감정을 자극하는 짜릿한 선동적인 글보다는 지루하고 싱거운 이성적인 글을 읽고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던지며 인간 광우병에 관한 진실과 의료민영화에 대한 진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중의 판단이 이성에서 벗어나 선동가의 글에 감정적으로 휩싸이면 이 나라의 정치는 중우 정치가 되어, 민주주의는 정치의 꽃이 아니라 정치의 쓰레기로 변하여 대중을 괴롭히게 되며, 선동가를 따랐던 대중들은 그들이 지지한 선동가들에게 다시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성보다 선동이 우선하는 사회는 앞날이 어둡다. 이성의 길은 선동 당하지 않게 해주며 어리석은 중우 정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더 이상 정치가들과 꾼들의 선동 행위가 이 땅에 용납되지 않고 냉정한 이성적 판단을 하는 대중들이 많아질수록,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더 이상 선동가가 아니라 이성적 대중에게 있음을 확신하게 될 수 있고, 선동가들의 선동에 의해 갈기갈기 찟긴 마음을 가지고 매일 대중들 간에 벌어지는 물리적 충돌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자유와, 자유에 대한 관용과, 자유에 대한 책임을 필요로 하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 '이성적 판단'이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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