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에 바란다⑥ 환자-의사의 신뢰 강화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8-08-14 10:03:17
  • 성명훈 강남센터 원장

질병의 치료를 통한 건강 유지를 위해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성립한다. 이는 근본적으로쌍방 간의 관계로서 이상적인 경우라면, 환자는 의사를 전폭적으로 믿고 자신을 맡기며, 의사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 최고의 지식과 기술을 최선을 다해서 제공하는 관계일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상호 신뢰 관계가 역사적으로나 기본적으로 의료 상황에서 유지되고 추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 행위에 수반하는 비용 문제가 복잡해지고 커지면서 현대적 의료 상황에서 이러한 2자 관계가 ‘환자-의사-재정’이라고 하는 3자 관계로 변화되었다.

현대적 의료의 특징을 여러 가지 나열할 수 있겠으나, 지식과 기술적인 면 이외에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관계들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현대 의료의 속성을 요약한다면, 일방성, 불확실성, 그리고 경제성 즉 재정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현대 의학의 급속한 발전 때문 만 아니라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근본적으로 같을 수가 없기에 환자-의사 사이에는 의료 정보에 있어서 ‘비대칭적인 서열(asymmetric hierarchy)가 존재하게 된다. 최근의 여러 매체의 발달에 의해 어느 정도 이런 정보의 일방적 격차가 해소 된 측면도 있겠으나, 이러한 비대칭은 엄연히 존재하고, 의학의 본질적 특성인 결과의 불확실성과 함께 맞물리면 자칫 적대적 ’불신관계‘로 빠져들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의료는 ’공기‘처럼 원하기만 하면 제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경제재‘이고, 또 급속한 과학, 의학의 발전과 함께 그 비용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고 있기에 재정 문제가 과거에 비해 더 중요해 지는 것이다. 전폭적 신뢰에 기반한 2자 관계에 비해서 3자 관계는 항상 긴장과 갈등이 나타나기 쉬운 도리어 불안정한 관계이다. 특히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요구는 확대 되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할 때, 이 3자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2자적인 환자-의사 관계는 ’재정‘이라고 하는 지렛목 위에 올라앉은 지렛대의 양쪽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재정이 환자-의사를 모두 만족시킬 만큼 여유를 가질 수 없기에 이 지렛대는 균형을 유지하기 보다는 어느 한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 균형관계에서 재정의 부족을 일방적인 의사/병원의 희생 속에 억지로 유지해왔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의료 재정은 무분별한 보장 확대 등을 생색내고, 그 재정의 부족을 의료제공자들에 대한 일방적 압박으로 해소하려고 일관하면서, ‘전폭적 신뢰’에 바탕을 두어야 할 환자-의사 관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모든 병의원을 부당 진료를 일삼는 악덕의 중심으로 몰아왔고, 게다가 이를 소비자들로 하여금 근거 없이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통해 환자-의사간의 마지막 신뢰마저도 무너뜨리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로 확인되어 회수되는 의료재정의 보완은 이 때문에 우리가 잃고 있는 엄청난 양의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환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곳의 병의원을 찾아다니고 과도한 의료비용을 생산해 내는 무책임한 도덕적 해이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 재정을 총괄하는 건강보험이 편의주의적 발상과 정치적 생색 등으로 이러한 무책임한 상황을 만든 주역 중의 하나임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늘어만 가는 의료비용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은 ‘신뢰’이다. 건강한 신뢰에 바탕을 둘 때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의료의 불필요하고 무분별한 사용을 줄임으로써 건강보험의 재정을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서 건강보험은 어떻게 신뢰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환자-의사 관계를 ‘적대적 불신 관계’로 만드는 신고 제도를 개발할 것이 아니라, 의료소비자들에게는 경증질환에 대해 자신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을 통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가고, 의료공급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의료행위에 대해 자율적으로 통제하고 이를 인정해 주는 방안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신뢰를 쌓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동안 의료환경의 윤리성에 대해 논할 때마다, ‘의료인의 윤리’를 말해왔지만, ‘소비자의 윤리’도 중요하고, 이러한 삼각관계에서 ‘의료재정의 윤리’를 바로 잡는 것이 바람직한 신뢰관계를 만드는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신뢰(信賴)라는 말을 구성하는 賴(힘입을 뢰)를 잘 살펴보면, 束 (묶을 속), 刀(칼 도), 그리고 貝(조개 패)로 이루어져 있는데, 믿음을 묶어내기 위해서는 ‘칼과 돈’이 필요하듯이 신뢰라는 것이 일방적인 수단이나 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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