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접종 참여거부 소청과, 환자 감소에 불안

이창진
발행날짜: 2009-04-18 07:17:45
  • "일부 환자 보호자 사업참여 의원으로 발길 돌려"

필수예방접종 사업이 소청과와 다른 진료과간 체감 환자 수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개원가에 따르면,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시행이 한 달 반이 지나면서 환절기를 맞아 동네의원 환자수가 다소 늘어났으나 유독 소아청소년과 단골환자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소청과 원장은 “이번달부터 환자수가 조금씩 늘어 한파의 고비를 넘겼구나 생각했는데 자주오던 젊은 엄마들의 모습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아이를 진료하면서 보니까 다른 의원에서 예방접종 한 것을 알고 기분이 묘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후 야간진료시 몇 백원 차이만 나도 항의하는 판에 필수예방접종 참여 의원과 비참여 의원의 본인부담금 차이를 엄마들이 방관할 리 없다”고 전하고 “접종사업에 참여한 의원으로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소청과의 발길이 줄어든 것 같다”며 생각지 못한 예방접종 여파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필수예방접종 참여 의료기관과 비참여 의료기관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6일 현재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의원급이 2824곳으로 가장 많고 병원 274곳, 종합병원 188곳 순이며 진료과별로는 내과 836곳, 가정의학과 657곳, 소청과 257곳, 산부인과 209곳 등으로 집계됐다.

집행부 퇴진까지 가며 접종사업 거부의사를 천명한 소청과 의원들의 경우, 전체 2111곳(08년 기준) 중 257곳만(12%)이 참여해 사실상 10개 소청과 의원 중 9개 의원이 필수예방접종에 불참한 셈이다.

이러다보니 그동안 소아층 예방접종의 메이저 진료과인 소청과로 향하던 환자와 보호자의 발길이 가격이 저렴해진 내과나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소청과 다른 원장은 “예방접종 추경예산까지 물 건너간 마당에 정부를 불신해온 소청과 강경파의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문제는 접종참여 의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엄마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실을 내비쳤다.

소청과의 이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는 타 진료과는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내과의사회 한 임원은 “소청과 말대로 전액 지원이 안된 부분은 문제이나 의료계에 주는 당근을 마다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예방접종을 이유로 환자들이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것 같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소청과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가정의학과 한 원장도 “예방접종이 진료의 주력은 아니나 요즘 들어 못 보던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집행부까지 사퇴한 소청과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공식절차를 밟은 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문제”라며 언급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추경예산 통과가 무산된 부분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필수예방접종 전액지원비 786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한다는 방침아래 국회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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