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의사면허 10792번을 죽이지말라

이창열
발행날짜: 2004-04-08 19:09:55
  • 참사랑의원 이현재 원장 인터뷰

프롤로그

부패방지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부패의 발생을 예방함과 동시에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청렴한 공직 및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시행일 2002.1.25]

제32조 (신분보장) ① 국민은 이 법에 의한 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그밖에 자료 제출 등을 한 이유로 소속기관 • 단체 • 기업 등으로부터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 누구든지 신고를 한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당하였을 경우에는 위원회에 당해 불이익처분의 원상회복 • 전직 등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현재(참사랑의원ㆍ63세) 원장이 이 나라 사법부에 의해 부정의료업자 방조죄로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의 실형을 받고 그로 인해 보건복지부가 이 원장의 의사면허 10792번을 취소했다면 사법부에게는 내부비리 고발자에 대한 강간죄로 복지부에는 부작위에 의한 부정의료업자 조장 공동종범 혐의로 정의가 바로서는 것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모아 준엄한 심판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이현재 내부비리고발자(a whistle-blower)

이현재(서울대의대 60학번) 원장이 신경외과 전문의로 강원도 인제 하나병원에 신경외과 과장 겸 병원장으로 부임한 것은 지난 2000년 6월이었다.

당시 병원에는 이 원장을 포함하여 산부인과 공보의 1명과 마취과 공보의 1명 등 의사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으면서 환자 진료를 하는 의사 3명 외에 비록 의사면허는 없지만 정형외과 수술도 하고 마취시술도 하는 의사면허 없는 의사 그 이상의 의사가 한 명 더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실세 원장’으로 통하는 40대 후반의 남성 간호조무사로 당시 이사장의 극진한 비호 아래 의사면허증은 없으나 의사 이상의 의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원장이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우리나이로 예순 셋 35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 33곳의 병원에서 봉직의로 의사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제대로 된 병원을 만나기 위해 찾아 든 곳이 하필 의사면허가 취소되어 의사로서의 삶을 죽이는 사지였던 것이다.

부정의료업자 방조죄에 의한 징역 2년에 집유 3년 벌금 300만원

이 원장은 병원의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만류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설득도 하면서 병원과의 싸움은 10월까지 4개월여 동안 지리하게 이어졌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의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전신 마취 수술’은 간간히 이루어졌고 이 원장은 같은 해 10월 항거의 결심을 하고 경찰서를 스스로 찾아갔다.

이 원장은 “경찰관도 어려운 용기를 내었다고 격려하여 재판에 대해서도 걱정은 안 했고 법원에서 어련히 판결을 내려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특히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든 죄를 받겠다고 자수한 사람이 죄가 없으니 변론해달라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모순이다”며 “양심에 부끄러운 상황으로 천국에 가느니 지옥에서 떳떳하게 살겠다는 신념이었다”고 밝혔다.

춘천지방법원은 2003년 10월 하나병원 이사장 A씨, 전 원장 K씨, 이 원장, 간호조무사 B씨 등은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와 부정의료업자 방조죄로 실형을 선고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차이였을까. 변호사를 선임한 전 원장 K씨와 이 원장은 같은 부정의료업자 방조죄 혐의에서도 이 원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 전 원장 K씨는 이 보다 훨씬 경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 형을 받았다.

춘천지법의 판결대로라면 내부비리에 침묵한 전 원장 K씨는 상대적으로 경하게 그것에 적극적으로 항거한 이 원장은 오히려 그보다 더 중한 처벌을 받은 셈이다.

이 원장은 “판사는 형을 선고하면서 ‘불순한 동기로 자수하여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는데 그렇다면 내부비리에 대해 침묵하며 모르는 척 넘어가면 그만인 일을 처벌을 감수하며 자수한 것이 불순한 동기였냐”며 “판사의 ‘불순한 동기 운운’은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을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원장과 부인 조경숙씨 내외는 너무나도 억울했지만 집행유예 3년 동안 의사로 죄지을 일이 없으니 평소 살던 대로 살면 아무일 없을 것으로 알고 법원의 판결이 의사면허취소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오히려 다시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오갈 이유가 없는 것이 후련한 마음으로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진 당일 법원 은행에서 벌금을 내며 홀가분해지기도 했다.

복지부, 개원 1개월만에 면허취소 통보

이 원장은 “개원을 하지 않고 35년 동안 봉직의로서 의사생활을 한 것은 의원을 경영하다 보면 돈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싫었다”며 “이제 개원을 결심한 것은 33곳 전국 방방곡곡 병원을 돌면서 환자들 진료만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없어 그러면 내가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당시까지는 유효한 ‘의사면허증’으로 하나은행에서 신용대출 1억9천만원을 얻어 2004년 1월 12일 인천에 ‘참사랑의원’ 간판을 올릴 수 있었다.

참사랑의원은 개원을 하고 3개월만에 하루 환자가 50명을 넘을 정도로 환자 진료에 정성을 다 했고 개원을 하고 한달여가 지난 2월 중순 복지부로부터 법원 판결과 관련 청문회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복지부 청문회가 35년 동안 아니 그 이전 20대와 그보다 더 이전 10대를 온전히 다 받쳐 한 사람을 지탱해온 의사면허를 날려보내는 죽음의 날이 될 줄은 몰랐다.

이 원장의 부인 조경숙씨는 “그래서 우리는 과천에 갈 때도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갔어요. 무슨 징계 정도는 생각을 했지요. 그럴 수 있었던 것이 누가 봐도 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복지부의 청문회는 완전히 요식행위였고 그들의 주장은 ‘용기 있는 결단으로 이해는 가지만 법에 의해 취소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며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면 최소한 법원의 판결이 있고 4개월이 지나 연락한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빚 내어 개원을 했는데 의사면허가 박탈되면 어쩌란 말인가”고 안타까워했다.

이 원장은 “말이 보건복지부인데 의사에게도 최소한의 복지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며 분노했다.

부인 조경숙씨에 따르면 복지부의 의사면허 취소 결정 이후 한달 동안 집안 분위기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고 한다.

이 원장은 35년 동안 삶을 지탱해온 신경외과 전문의 면허증을 박탈 당한 요즈음 환자들을 진료로 만나기 위한 방편으로 침술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고 한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원도 접경지역인 인제까지 봉직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던 이면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포함한 여러 가지 개인사정도 있었을 것이나 의료인으로서 사명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금번 귀부의 행정처분통지 내용대로 의사면허가 취소된다면 불법의료행위에 맞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며 양심과 정의를 지키는 의료인은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봉직의의 한계를 깨고 양심에 의해 분연히 행동한 이현재 원장에 대해 귀부의 너그러운 행정처분을 간곡히 탄원드리는 것도 이러한 사실이 있었기에 그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강원도 인제군의사협회 2004.3.3 복지부 탄원서)”

“나는 돌아오는 도중, 그의 인상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돈보다는 사람을 의술보다는 인술을 그의 마음속에 지녔던 분이었나. 내가 그분의 이름을 밝히지 않음은 혹시라도 누를 끼칠까이며 지면을 빌어 또 한번 감사를 드린다(김제농업고등학교 김호주 교사. 1992년 10월 24일 한겨레신문 독자투고 "'인술'펼친 의사에 감사" 중)”

에필로그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지상에서 남은 나날을 사랑하기 위해
외로움이 지나쳐
괴로움이 되는 모든 것
마음을 폐가로 만드는 모든 것과 싸운다

슬픔이 지나쳐 독약이 되는 모든 것
가슴을 까맣게 태우는 모든 것
실패와 실패 끝의 치욕과
습자지만큼 나약한 마음과
저승냄새 가득한 우울과 쓸쓸함
줄 위를 걷는 듯한 불안과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구! - 신현림, ‘나의 싸움’ 전문

대한민국의료 탄천에는 어처구니가 없다.

병·의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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