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고참 영맨의 비애 "의사들이 만나주지 않는다"

이석준
발행날짜: 2013-07-01 06:18:27
  • "매출 감소 원인도 파악 못하는 실정…리베이트 단죄 너무 심하다"

|동아제약 영업사원의 비애|

혹자는 우리를 '약장수'라고 부른다. 하지만 떳떳했다. 나 스스로 타 제약사와 다르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제약계 부동의 1위 회사 동아제약 영업사원이었다.

얼마전 기자와 만난 동아 10년차 영업사원 A씨는 리베이트 사건 이후 현장에서의 영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이 요즘 흔들린다. 고객인 의사들이 도통 우리를 만나주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경 터진 리베이트 사건 이후 생겨난 현상인데 고객이 만나주지 않는 시간이 장기화되면서 직업 자체에 회의감마저 들곤 한다.

처방액이 급감하고 있다. 벌써 6개월째다. 즐겨보는 모 전문지에 따르면 우리 회사 월 처방액이 100억원 안팎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1년으로 따지면 1200억원, 웬만한 중견 제약사 1년 매출액에 달한다.

사실일까. 구체적인 처방액 감소 수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맞다. 팀 실적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점은 어디서 처방액이 떨어지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같은 개원가 영업사원들은 거래처마다 월 처방내역서를 받아와 실적 집계를 한다. 그리고 영업사원 주 업무인 처방 증대 및 유지를 위해 계획을 짠다. '처방이 줄어든 곳은 방문 횟수를 늘리자'. 대개 이런 식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동아제약 영업사원'이라면 통 만나주질 않는다. 당연히 거래내역서도 받지 못한다. 실적이 떨어지는데 어느 지역 어느 의원에서 처방이 줄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답답함이 하늘을 찌를 정도다.

실적이 떨어지니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나타난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겹친다는 옛말이 하나 틀린 게 없다. 먼저 회사에서 실적 압박이 시작됐다. 뻔히 돌아가는 사정을 알면서 이러니 야속하기만 하다.

내부는 물론 외부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경쟁사의 도 넘은 영업 방식이다. 이때다 싶어 '동아약 자사약으로 바꾸기' 007 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모 제약사가 적극적인데 우리 약과 성분이 같은 약 리스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통째로 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영업하면 곤란하다.

끝나지 않는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 재판도 우리에게는 큰 악재다.

잊을만하면 여기저기(언론)서 기억을 되살려준다. 최근에는 내부고발자가 재판장에서 증언을 하면서 회사 치부를 낱낱히 공개했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여기에 의사협회 등의 반 동아제약 정서는 우리를 더욱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에게 나쁜 감정이 없던 의사들도 동료들의 행동에 무심코 동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신제품을 출시해도 런천 심포지엄 등의 행사도 못 열고 있다.

동아제약 영업만 1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답답한 적은 처음이다. 앞 뒤가 꽉 막혔다.

이렇다 보니 요즘에는 정부가 제약산업을 죽이기로 작정한 거 아닌가 하는 별 생각이 다 든다.

리베이트는 분명 잘못했다. 하지만 우수한 의약품 공급과 의료단체 후원 등 동아제약이 사회에 공헌한 부분도 많다. 이런 점은 묵과하고 너무 리베이트라는 단죄에 벼랑 끝에 내모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답답하지만 나는 물론 회사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결정권은 절대적인 '갑'인 의사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도 일련의 안 좋은 상황들이 하루 빨리 정리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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