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의대신설은 국고낭비다

김명성
발행날짜: 2015-05-06 05:37:55
  • 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

최근 시골에 의사가 부족하고 특히 전문의가 없어 졸업 후 일정기간 농.어촌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국립의대 설립이 추진될 전망이라고 한다. 1990년대 정치인들의 선거공약으로 무문별한 의대 신증설로 현재 매년 3300명의 의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인구증가율 대비 의사 수 증가율이 5배이고 실제 진료하는 의사 수 증가율도 OECD 평균의 4배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2020년경에는 의사인력의 초 공급과잉이 우려된다.

지난 15년간 억제된 의료수가로 인해 대부분의 동네의원들이 토요일도 진료하고 심지어 야간과 휴일진료까지 하는 경우도 있어 의사1인당 1일 진료환자 수는 미국이나 유럽의 3-4배에 이른다. 우리나라 의사 한명은 대략 외국의 의사 2-3명 일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의 의료접근성이 세계최고이고 의료수준도 높아 대통령이 나서서 중동이나 중남미로 의료수출을 하겠다는 실정이다. 싼 의료비용으로 양질의 진료를 빨리 받을 수 있어 수많은 해외교포들이 질병치료를 위해 귀국하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의사들이 개업자리를 못 찾고, 갈수록 연봉이 떨어지며 이마저 적당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든 현실이다. 4년간 배운 과목으로 직장을 구할 수 없고 개업하면 망하기에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미용이나 성형으로 몰려들고 있으니 한마디로 벌써 의사과잉 상태이다. 빚 감당을 못해 파산 신청하는 의사들마저 늘고 있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년 후 의사 수가 1만 명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새로 보건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러한 기사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보면 "의사가 모자라서 불편하다"라는 내용은 없고 "도심 건물마다 의원이 넘쳐난다" 혹은 "내년 선거철 앞두고 의대신설 사전작업이다"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 선거공약에서 순천의대 설립을 내세운 여당의 모 의원은 농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국립의대 설립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금 시골에 의사가 부족하고, 특히 전문의가 없어 자신 있게 수술을 할 수 없고 응급처치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골이나 오지에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가 필요하고, 의료취약지역 응급환자나 중증 질환자를 위한 충분한 설비를 갖춘 응급이송체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시골에서 전문의가 혼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전문의가 큰 수술까지 하려면 대형 병원 급에 해당하는 시설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오고 시골에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수술까지 할 수 있는 전문의를 충분한 시설을 갖춘 병원 없이 의사만 보낸다면 그야말로 전문인력 낭비다.

올해 초 경기도 성남의 동네의원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의 처치와 이송과정을 보면 현장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책상위에서 만들어진 보고서나 정책추진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말해준다.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동료의사의 개인병원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사와 즉시 출동한 119대원의 도움으로 심장기능이 돌아온 후 바로 앞에 있는 2분 거리의 2차병원은 생각도 않고 119요원들이 10분 거리의 인근 대학병원으로 간다고 출발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앰블런스 출발 후 환자 상태가 어느 정도 더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아 20분 거리의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해 잘 치료받은 일이 있었다.

잇단 KTX 개통으로 지방의 병원들이 서울로 환자를 뺏길까 걱정이지만, 응급환자조차도 환자의 더 나은 치료를 위해 가능한 더 좋은 시설과 의료진이 있는 곳으로 몰리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러하므로 경제학자나 관련정책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지역발전과 공약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수천억의 국민세금을 들여 지방에 국립의대를 신설하고 대학병원을 지어서 제대로 운영될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공중보건의 확보와 질적 향상을 위해 꼭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면 일본처럼 전국에 널려있는 수많은 대학병원을 이용하여 그 신입생의 일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일정기간 자신의 고향이나 농어촌에 근무하게 하면 간단하다.

현실은 수많은 어르신들께서 병원이나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경제 불황과 사회안전망 미비로 인한 진료비 부담으로 아파도 참고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진정으로 농어촌 어르신의 건강이 걱정된다면 14년간 수가인상을 반영하지 못한 노인 정액제 개선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진료비 걱정인 농어촌 어르신을 위해 새로 국립의대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내년 선거철을 앞둔 정치인의 표 모으는 수단에 불과하며 한마디로 국고낭비이다.

※칼럼의 내용은 메디칼타임즈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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