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청와대 눈엔 진료병원 뿐인가

이창진
발행날짜: 2015-06-05 05:38:25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과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과장 등 전문가 3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국가 원수가 직접 나서 메르스 사태의 명확한 진단과 방역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불안과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적잖은 위안이 됐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환자들의 치료과정과 감염경로, 진료기관과 의사, 격리시설 상황 등 전반을 지시했다.

회의 당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30명, 격리자가 1401명으로 메르스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무부처를 향한 따가운 질책도 대통령 발언 속에 녹아있다.

그보다 청와대가 간과한 것이 있다.

메르스 방역 최전선은 보건복지부도 보건소도 아닌 의료기관과 의료인이다.

의원과 병원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 모두 메르스 감염 노출에도 불구하고 좁은 진료실에서 묵묵히 환자 진료에 임하고 있다.

청와대가 전문가로 부른 사람이 병원협회 회장과 감염내과 교수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대통령을 보필하는 고용복지수석과 보건복지비서관이 메르스 사태를 보는 시각이 이것 밖에 안 되는지 의아할 뿐이다.

11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와 30만 간호사를 대표하는 대한간호협회를 이들 3명 전문가로 갈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판이다.

복지부가 일부 병원에만 지급한 N95 마스크 품귀 현상에도 불안한 마음을 삭히며 일반 마스크를 쓴 채 밤샘 근무와 연일 환자 치료에 임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옆 자리에 의사협회 회장과 병원협회 회장, 간호협회 회장이 앉아 머리를 맞대고 메르스 사태를 논의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바라는 것은 무모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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