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학회 "정부 보상 약속 근거 없어…진료거부도 애매모호"
감염병 유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기관 및 환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법학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로 의료기관이 입은 손해를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한 상황이지만 현재는 이 약속을 뒷받침해줄 근거가 없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지적이다.
대한의료법학회는 20일 성균관대에서 메르스에 적용할 수 있는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법)에 대해 토론하는 월례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당초 의료법학회는 검찰과 공동으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메르스 사태로 학술대회는 연기하고 매월 열리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의료법학회 김천수 회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의료 기관 폐쇄, 격리 명령에 따른 손실을 국가 등이 보전해 줄 수 있는 규정이 감염법에는 없다"고 지적하며 "손실 보전 문제는 의료기관 폐쇄 및 환자 격리 명령권의 귀속과 행사방법에 연관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장에게 폐쇄 명령 권한과 손실 보전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피해를 국가가 보전하는 형태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지난 8일 감염병 확산 방지 대책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씨젠의료재단 황유성 의료원장은 건강보험법을 적용해 의료기관과 건강보험공단의 갈등을 예측했다.
황 원장은 "보험급여 기준에 따르면 응급실을 운영해야 종별 가산을 받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을 폐쇄했는데, 폐쇄 기간 동안 종별가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건보공단이 건보법을 적용해 급여를 못 주겠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는 "손실 보전의 당위성이 없다. 의료기관이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지, 국가가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배상법상 보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격리를 감내하고 진료하라? 현장에선 무리"
학술발표회에서는 '진료거부'의 범위에 대해서도 생각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 그러나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용 교수도 "삼성서울병원도 가지 않았는데, 열이 나고 기침이 나와서 동네의원을 온 환자에게 큰 병원을 가라고 했을 때 진료 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선별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있고 못하는 기관이 있다. 못하는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받았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면 격리를 받는데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열이든 기침이든 진료실까지 들어오면 이미 상황이 끝이라는 것.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충훈 부회장(수원의료원)은 "단순 감기 환자와 열과 기침을 호소하는 의심 환자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의원은 격리병실도 없는 상황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실 안으로 들이는 것을 무 자르듯이 결단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TF 전병남 위원(백인합동 법률사무소) 역시 "의료 현장에서는 메르스 환자를 어떻게 진료할 것인가가 심각한 문제다. 메르스가 의심되면 의원을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면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권유하라는 게 진료지침이다. 진료거부냐 아니냐를 따지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염법 상에는 전염병 발생 시 보고 체계가 명확히 나와 있음에도 지자체와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이유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감염법에 따르면 감염병 종류에 따라 신고 시기와 신고 과정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의료기관은 보건소, 보건소는 지자체장, 지자체는 정부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김천수 회장은 "감염법에는 정부가 정보를 공유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감염병 신고서에도 감염 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감염병 신고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이 자꾸 정보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내는 등의 엇박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로 의료기관이 입은 손해를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한 상황이지만 현재는 이 약속을 뒷받침해줄 근거가 없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지적이다.
대한의료법학회는 20일 성균관대에서 메르스에 적용할 수 있는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법)에 대해 토론하는 월례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당초 의료법학회는 검찰과 공동으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메르스 사태로 학술대회는 연기하고 매월 열리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의료법학회 김천수 회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의료 기관 폐쇄, 격리 명령에 따른 손실을 국가 등이 보전해 줄 수 있는 규정이 감염법에는 없다"고 지적하며 "손실 보전 문제는 의료기관 폐쇄 및 환자 격리 명령권의 귀속과 행사방법에 연관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장에게 폐쇄 명령 권한과 손실 보전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피해를 국가가 보전하는 형태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지난 8일 감염병 확산 방지 대책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씨젠의료재단 황유성 의료원장은 건강보험법을 적용해 의료기관과 건강보험공단의 갈등을 예측했다.
황 원장은 "보험급여 기준에 따르면 응급실을 운영해야 종별 가산을 받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을 폐쇄했는데, 폐쇄 기간 동안 종별가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건보공단이 건보법을 적용해 급여를 못 주겠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는 "손실 보전의 당위성이 없다. 의료기관이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지, 국가가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배상법상 보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격리를 감내하고 진료하라? 현장에선 무리"
학술발표회에서는 '진료거부'의 범위에 대해서도 생각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 그러나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용 교수도 "삼성서울병원도 가지 않았는데, 열이 나고 기침이 나와서 동네의원을 온 환자에게 큰 병원을 가라고 했을 때 진료 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선별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있고 못하는 기관이 있다. 못하는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받았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면 격리를 받는데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열이든 기침이든 진료실까지 들어오면 이미 상황이 끝이라는 것.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충훈 부회장(수원의료원)은 "단순 감기 환자와 열과 기침을 호소하는 의심 환자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의원은 격리병실도 없는 상황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실 안으로 들이는 것을 무 자르듯이 결단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TF 전병남 위원(백인합동 법률사무소) 역시 "의료 현장에서는 메르스 환자를 어떻게 진료할 것인가가 심각한 문제다. 메르스가 의심되면 의원을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면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권유하라는 게 진료지침이다. 진료거부냐 아니냐를 따지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염법 상에는 전염병 발생 시 보고 체계가 명확히 나와 있음에도 지자체와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이유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감염법에 따르면 감염병 종류에 따라 신고 시기와 신고 과정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의료기관은 보건소, 보건소는 지자체장, 지자체는 정부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김천수 회장은 "감염법에는 정부가 정보를 공유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감염병 신고서에도 감염 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감염병 신고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이 자꾸 정보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내는 등의 엇박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