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한철·한국에자이, 장애인들과 함께 노래만들기 프로젝트
마포구 아현동 애오개 역 2번 출구를 나와 3분 정도 걷다 보면 지하로 내려가는 독특한 출입구를 만난다.
방금 전 나온 지하철 역 출입구와 똑같이 생긴. 이 출입구를 따라 내려가면 지하철이 아닌 음악을 만나게 된다.
독립음악인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지하본부 '뮤지스땅스'의 본거지가 바로 이곳이다. 지난 23일, 이 곳에 인디밴드가 아닌 장애인들이 모였다. 무슨 일일까.
지하로 내려가니 저 멀리 노랫소리가 들린다. 일반적인 밴드 음악이 아니다. 동요 같은 느낌이랄까. 자세히 들어보니 가창력도 가수가 아닌 일반인의 수준이다.
노래를 따라 발을 옮기니 '나를 있게 하는 우리(NOW)'라는 포스터 뒤 공간에서 연습 중인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휠체어에 앉은 이도 있고 서 있는 이도 있다. 그 중에 낮익은 얼굴이 눈에 띈다. 가수 이한철 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가수 이한철 씨. 이들은 무슨 일로 인디밴드 소굴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바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와 이한철 씨가 대표로 있는 인디레이블 '튜브앰프', 한국에자이가 함께하는 '나를 있게 하는 우리(NOW, 이하 나우)' 노래만들기 프로젝트 때문이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는 중증장애인의 권익향상과 자기선택권, 자기결정권을 추구하는 자립생활 실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증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자조단체다.
한국에자이는 'Human health care'라는 기업철학의 실현을 위해 지역 사회와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제약기업이다.
특히 '슈퍼스타', '흘러간다' 등의 노래롤 사랑을 받고 있는 이한철 씨는 환경과 평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인 '나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지금(NOW) 마주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서로 마주보고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공동으로 음악을 창작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장애인과 에자이 직원들은 이한철 씨가 작곡한 멜로디에 함께 가사를 만들어 곡을 완성하고 연습해왔다. 이날은 곡을 녹음하는 날이었다.
유독 연습에 열중하는 이가 보여 잠시 양해를 구하고 말을 붙였다.
중증장애인인 김영식 씨(33세)다.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해요.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누군가와 함께 불러본 적은 없어요. 혼자 방에서 부르거나 허밍으로 흥얼거린게 전부에요."
이런 그에게 이번 작업은 의미가 크다.
"특히 가사가 정말 좋아요. 아직 다 외워진 못했지만요. 음원으로 나오면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랑할꺼에요. 특히 직접 부른 파트는 더욱 그렇고요."
밝은 웃음 뒤로 소박한 기대가 비친다.
그러나 아직까지 장애인을 '다르게' 보는 시선은 불편하다.
장애인을 '불편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선 특히 그렇다. 육체적으로 불편한 것은 맞지만 정신적으로까지 불편하진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보면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교육을 받는데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는 몰라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교류가 적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불편한 사이가 줄어들었으면 좋겠어요."
가수 이한철 씨는 이번 경험을 통해 장애인이 특별하지 않은 존재라는 점, 그리고 그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바라고 있다.
"처음에 중증장애인독립연대의 장애인들 봤을 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들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의 모습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들을 특별하게 느끼는 것은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이번 노래 만들기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가까워질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그런 의미있는 시간들과 경험을 최종 결과물인 노래를 통해 다른 분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한철 씨는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가사가 인상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도 곡과 가사 쓰는 작업을 제법 오래해서 나름의 패턴이 있는데 이번 곡의 가사를 살펴보면 비록 프로 작사가의 글은 아니지만 정말 독특한 표현들이 있어요. 장애 당사자가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죠."
조금 다르게 생겨도 가까이, 조금 느리게 걸어도 가까이
마주보면은 너와나 우리 어렵지 않은 친구
"가사 중에 '어렵지 않은 친구'라는 표현이 있어요. 이 일곱 글자가 전체 가사의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정말 좋은 표현이에요."
"노래가 발표돼 음원 차트 상위에 올라가도 좋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특별하고 진정성 있는 경험이 비록 짧은 수다꺼리가 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약회사인 한국에자이는 왜 장애인과 함께 노래는 만들고 부르는 활동에 참여하게 됐을까. 바로 'Human health care'라는 기업철학과 'socialization'을 통해 환자를 이해하자는 미션이 있기에 가능했다.
녹음 현장에서 만난 한국에자이 직원 서정주 씨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소통하고 노래를 같이 만들어 음원까지 출시하는 것이 굉장히 특별하고 의미가 있어요. 얼굴 맞대고 눈을 마주 보지 않으면 그 사람을 경험할 수 없잖아요. 나 역시 전동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보면 휠체어만 보였지 거기 앉아있는 장애인은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들과 마주하니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한국에자이는 환자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소셜라이제이션(socialization)을 통해 그들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라는 미션이 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들이 느꼈으면 바람이 있어요. 사람을 연결해주고 빈 공간을 채워주고 위로 해주고 더 나은 삶을 살게끔 해주는 매개체인 음악을 같이 만드는 경험이 특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소외된 사람없이 같이 행복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야 말로 살기 좋은 사회잖아요."
방금 전 나온 지하철 역 출입구와 똑같이 생긴. 이 출입구를 따라 내려가면 지하철이 아닌 음악을 만나게 된다.
독립음악인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지하본부 '뮤지스땅스'의 본거지가 바로 이곳이다. 지난 23일, 이 곳에 인디밴드가 아닌 장애인들이 모였다. 무슨 일일까.
지하로 내려가니 저 멀리 노랫소리가 들린다. 일반적인 밴드 음악이 아니다. 동요 같은 느낌이랄까. 자세히 들어보니 가창력도 가수가 아닌 일반인의 수준이다.
노래를 따라 발을 옮기니 '나를 있게 하는 우리(NOW)'라는 포스터 뒤 공간에서 연습 중인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휠체어에 앉은 이도 있고 서 있는 이도 있다. 그 중에 낮익은 얼굴이 눈에 띈다. 가수 이한철 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가수 이한철 씨. 이들은 무슨 일로 인디밴드 소굴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바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와 이한철 씨가 대표로 있는 인디레이블 '튜브앰프', 한국에자이가 함께하는 '나를 있게 하는 우리(NOW, 이하 나우)' 노래만들기 프로젝트 때문이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는 중증장애인의 권익향상과 자기선택권, 자기결정권을 추구하는 자립생활 실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증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자조단체다.
한국에자이는 'Human health care'라는 기업철학의 실현을 위해 지역 사회와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제약기업이다.
특히 '슈퍼스타', '흘러간다' 등의 노래롤 사랑을 받고 있는 이한철 씨는 환경과 평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인 '나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지금(NOW) 마주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서로 마주보고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공동으로 음악을 창작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장애인과 에자이 직원들은 이한철 씨가 작곡한 멜로디에 함께 가사를 만들어 곡을 완성하고 연습해왔다. 이날은 곡을 녹음하는 날이었다.
유독 연습에 열중하는 이가 보여 잠시 양해를 구하고 말을 붙였다.
중증장애인인 김영식 씨(33세)다.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해요.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누군가와 함께 불러본 적은 없어요. 혼자 방에서 부르거나 허밍으로 흥얼거린게 전부에요."
이런 그에게 이번 작업은 의미가 크다.
"특히 가사가 정말 좋아요. 아직 다 외워진 못했지만요. 음원으로 나오면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랑할꺼에요. 특히 직접 부른 파트는 더욱 그렇고요."
밝은 웃음 뒤로 소박한 기대가 비친다.
그러나 아직까지 장애인을 '다르게' 보는 시선은 불편하다.
장애인을 '불편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선 특히 그렇다. 육체적으로 불편한 것은 맞지만 정신적으로까지 불편하진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보면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교육을 받는데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는 몰라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교류가 적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불편한 사이가 줄어들었으면 좋겠어요."
가수 이한철 씨는 이번 경험을 통해 장애인이 특별하지 않은 존재라는 점, 그리고 그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바라고 있다.
"처음에 중증장애인독립연대의 장애인들 봤을 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들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의 모습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들을 특별하게 느끼는 것은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이번 노래 만들기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가까워질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그런 의미있는 시간들과 경험을 최종 결과물인 노래를 통해 다른 분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한철 씨는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가사가 인상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도 곡과 가사 쓰는 작업을 제법 오래해서 나름의 패턴이 있는데 이번 곡의 가사를 살펴보면 비록 프로 작사가의 글은 아니지만 정말 독특한 표현들이 있어요. 장애 당사자가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죠."
조금 다르게 생겨도 가까이, 조금 느리게 걸어도 가까이
마주보면은 너와나 우리 어렵지 않은 친구
"가사 중에 '어렵지 않은 친구'라는 표현이 있어요. 이 일곱 글자가 전체 가사의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정말 좋은 표현이에요."
"노래가 발표돼 음원 차트 상위에 올라가도 좋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특별하고 진정성 있는 경험이 비록 짧은 수다꺼리가 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약회사인 한국에자이는 왜 장애인과 함께 노래는 만들고 부르는 활동에 참여하게 됐을까. 바로 'Human health care'라는 기업철학과 'socialization'을 통해 환자를 이해하자는 미션이 있기에 가능했다.
녹음 현장에서 만난 한국에자이 직원 서정주 씨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소통하고 노래를 같이 만들어 음원까지 출시하는 것이 굉장히 특별하고 의미가 있어요. 얼굴 맞대고 눈을 마주 보지 않으면 그 사람을 경험할 수 없잖아요. 나 역시 전동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보면 휠체어만 보였지 거기 앉아있는 장애인은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들과 마주하니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한국에자이는 환자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소셜라이제이션(socialization)을 통해 그들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라는 미션이 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들이 느꼈으면 바람이 있어요. 사람을 연결해주고 빈 공간을 채워주고 위로 해주고 더 나은 삶을 살게끔 해주는 매개체인 음악을 같이 만드는 경험이 특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소외된 사람없이 같이 행복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야 말로 살기 좋은 사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