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2021년, 제2의 메르스가 6년 만에 나타났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5-07-01 05:40:31
  • [가상 시나리오] 변한 것 없는 방역체계, 보건소부터 뚫렸다

# 2021년,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했다. 이번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다. 메르스라는 예방주사를 맞았지만 6년 만에 국가는 또 뚫렸다.

6년 전, 우리나라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태풍을 겪었다. '국가가 뚫렸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방역 체계의 큰 구멍을 경험했고 국민들은 정체도 모를 거대한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보건과 복지의 분리, 보건소 관할 복지부로 이관, 질병관리본부 독립 등의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6년이 지났지만 정부 부처가 쪼개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등 소위 개혁 수준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날 수 없다는 게 맞겠다. 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끊임없이 나왔지만 변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니까.

감염병 예방, 방역 최전방에 있는 보건소는 지역 상황 정리보다는 상부에 '현황 보고' 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지역사회에서 보건소가 주도적으로 다른 의료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통제해나가면서 확산을 막기에는 보건소 위로 너무 많은 조직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보건소장은 감염병 관리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특히 의사가 아닌 보건소장은 감염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자가 격리해야 하는지 능동 모니터링만 하면 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

쏟아지는 민원 전화에 감염병을 의심해 보건소로 몰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하기만도 벅찬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 후 초기 1~2년만 해도 정부는 각 지역 보건소가 감염병 예방 관리 교육을 하도록 했다. 잘 지켜지는 듯했지만 다른 이슈들에 파묻혀 '감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멀어졌고, 보건소는 다시 예방, 방역보다는 '진료'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보건소장,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진료의사는 특히 감염병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함에도 말단 직원들만 참석한다. 교육도 서류로만 부실하게 하던 거라서 막상 감염병이 닥치니까 행동으로 즉각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6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은 보건소와 의료기관의 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건소는 신종 감염병이 출현하니 그제야 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의 적극 협조를 요청하고 나섰다. 정부는 강제 휴업을 하게 된 의료기관의 손실분은 보상해주겠다는 공수표를 또 날리고 있다.

6년 전 발의된 경영 손실에 대한 보상을 담은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경영 손실을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여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감염병이 돌자 아예 먼저 '자체 휴업'을 선택하는 의원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의료기관은 정부를 불신하면서도 국민 건강이라는 대명제 때문에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데자뷔라고 할 만큼 6년 전과 꼭 같은 상황의 재현이 이뤄지고 있다.

"보건소장-진료의사, 감염병 예방 교육은 필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6년 후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온다면?

메디칼타임즈는 신종 감염병이 6년 주기로 찾아왔다는 것에 착안해 예방의학 전문가들에게 6년 후 가까운 미래 예측을 부탁했다. 돌아온 답변들은 낙관보다는 '비관' 이었다.

메르스 사태의 대표적 원인으로 지목됐던 다인실 베이스의 보호자 간병 체계, 저수가, 의료전달체계 불균형 등은 가까운 시일 내의 대대적인 개편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6년 후 메르스 사태와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나은 대처를 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 예방의학 전문가들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남의대 예방의학과 이경수 교수는 감염병 유행 시 1차 방어선에 있는 보건소 인력의 감염병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보건소장 임명 등 인사권을 어디서 행사하느냐 문제보다는 보건소 인력의 훈련이나 기능 개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서류를 통한 형식적인 감염병 예방 교육보다 실습 위주의 교육이 필요하다. 화재 예방 훈련처럼 감염병이 발생하는 상황을 설정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실전 연습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보건소장과 보건소 진료 의사는 필수적으로 감염병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공무원들은 승진과 관계되고 공을 드러낼 수 있는 정책보다는 국민안전, 건강보험 제도에 초점을 두고 거시적으로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림의대 예방의학과 김동현 교수도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 나라는 역학조사관이 모두 공중보건의사다. 미국은 해마다 100여명 이상 역학조사관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2년의 교육과정을 거친다. 감염병 조사에 국한된 게 아니라 기본 역학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를 키워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중보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 안에 역학조사관이 있는 것이다. 의대 교육에서부터 공중보건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며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공중보건 전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보건소의 진료기능 축소, 방역 기능 강화를 주장했다.

그는 "보건소는 진료 기능을 최대한 배제하고 방역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결핵 등 전염병에 대해 적극 홍보하고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복약 캠페인 등을 해야 한다. 건강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결핵약 복약 캠페인을 하는 것이야말로 의료비를 아끼는 것이고 진정한 의미의 보건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제주의대 예방의학교실 배종면 교수는 공공의료기관의 솔선수범을 주문했다.

배 교수는 "공공의료시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지 뒤로 빼는 것은 관군이 도망가고 의병만 남아서 물리치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감염병 유행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 보건소가 선별진료소, 본부 설치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간병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전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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