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의심 환자 계속 오는데 의료인력 없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6-05-21 05:00:59
  • "메르스 현재진행중…의료진 희생·헌신 강요 현실 여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한지 꼭 1년이 됐다.

메르스 사태 후에도 의심 환자가 여전히 병원을 찾고 있지만,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메르스극복국민연대가 20일 서울 YWCA에서 '메르스 사태 1년, 국민 200인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개최한 토로론회에서다.

최정오 간호사(왼쪽)와 지혜원 간호사
인천의료원 최정오 간호사는 "메르스 의심 환자가 한 달에 1~2명꼴로 계속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도 메르스 때처럼 마스크를 쓰고 보호복까지 입고 환자를 격리시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압 병상 확충 등 시설 부분에서는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인력에 대해서는 1년 전과 변함이 전혀 없다"며 "보상 없이 희생과 헌신만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열정페이만으로는 꾸준히 이어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명지병원 박미현 간호사는 "의심 환자가 4월에 2명, 이달 초에 1명이 왔다. 메르스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보호복을 입고 벗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환자도 24시간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오버타임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한다. 하지만 인력은 1년전과 똑같다"고 말했다.

병원장도 인력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시립 나백주 서북병원장도 "역학조사관 충원이 잘 안되고 있다"며 "결핵, 에이즈, 지카 등 감염성 문제에 적극 대응하려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높여야 하는데 예산이나 인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성 강화, 매뉴얼 구축을 위한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광진구보건소 이희영 소장은 "감염 관리를 위해서는 의료 인력 확충과 전문가 양성이 중요하다"며 "결핵 퇴치를 위해 각 보건소에 전문 간호사를 배치하고 있는데 감염병 관리는 교육을 받아도 다른 업무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되기 어렵다. 감염병 관리 전문 실무관을 중앙에서 배치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막상 메르스 사태 같은 일이 닥쳤을 때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의 역학조사관으로서 역할이 미비하다"며 "의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4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대전 대청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는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매뉴얼을 매번 확인하고 있는데 진단적 매뉴얼은 잘 만들어져 있지만 1차 의료기관에서 진단 후 환자를 전원하는 매뉴얼이 아쉽다"고 말했다.

메르스 1년 "하드웨어는 달라졌다"

물론 감염병 대응 교육, 보호장비 구비 등의 하드웨어는 1년 전보다 분명 나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7~19일 31개 병원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메르스 사태 이후 직원 보호장구 구비 수준이 상향 됐다고 응답한 곳이 27곳(82%)에 달했다.

절반이 넘는 18곳이 응급실 격리 시스템이 있고, 19곳이 음압격리병상 설치를 확대했거나 관리하고 있었다.

국립중앙의료원 지혜원 간호사는 "병원이 응급실, 수술실 등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면서도 "아직까지 실무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피부로 와 닿는 문제들은 많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보건소 이희영 소장 역시 "1년전 보다 감염 관련 교육 빈도가 많아졌고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시설과 의료장비 예산 지원이 늘었다"며 변화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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