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생의 서브인턴 체험기③-소아과편

마새별
발행날짜: 2016-10-13 10:57:04
  •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아이들이 주는 기쁨, 소아과의 기쁨

필자는 최근 한 달 간의 소아과 실습을 마치고 산부인과 실습을 앞두고 있다.

내과 실습을 돌 때는 짧게는 한 주부터 길게는 3주 동안 각 분과를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나머지 메이저과에 해당하는 외산소정의 경우는 각각 한 달의 실습기간이 주어져서 보다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고 여유 있게 해당 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사실 소아과를 돌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점은 성인과는 다르게 울거나 떼쓰는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아과 병동에 들어서니 여기 저기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며 불안한 표정으로 질문을 쏟아내는 보호자들의 모습도 나의 불안감에 한 몫을 더했다.

초반에는 다른 과 실습을 돌 때는 느끼지 못했던 우려와 걱정에 소아과의 매력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외래에 참관하고, 소아과 중환자실과 입원 병동 회진을 돌면서 다른 과 실습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소아과의 장점을 알게 되었다.

소아과 외래에 들어가서 첫 환아를 맞이하는데 아이를 보자마자 바로 미소 짓게 되었다. 아이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교수님께서 신체 검진을 하는 동안, 그리고 진단과 앞으로의 치료계획을 듣는 동안에도 계속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어린 아이들을 유별나게 예뻐하거나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소아과 실습을 돌고 나서 아이들이 얼마나 귀여운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기들의 말을 들으면서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나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이들의 예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실습학생으로서 참관하는 입장이라 아이들이 마냥 예쁘고 귀엽게만 보였던 것일 수도 있으나 아이를 진료하는 교수님의 모습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진료실로 들어서는 모든 아이들에게 미소가 한 가득한 얼굴로 대하셨고, 행여나 울지 않을까 보채지 않을까 조심스레 신체 진찰을 하면서도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을 꼬집는 애정 어린 손길을 잊지 않으셨다.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야 소아과 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보고 나니 이런 아이들을 보면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교수님께서는 병실 회진을 마치고 “아이들 너무 예쁘지?”라고 학생들에게 물으셨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시간이 지나면 질릴 법도 한데 아이들은 참 신기해.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예뻐.”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셨다.

매일 아침 회진을 돌 때마다 어제 본 그 아이가 오늘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과와 크게 다르다고 느꼈던 점은, 아무래도 학생 의사로서 환자를 만나러 갈 때는 혹시나 면담을 귀찮아하거나 꺼려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매번 마음을 졸이곤 했는데,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를 반기며 별다른 이유 없이도 마냥 웃어주는 아이들을 본다는 생각에 환자를 만나러 가는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덜했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함이 있어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 환자들을 위한 곳이기 때문에 의사로서 이들을 만나다 보면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환자를 대면할 때 웃을 일이 많지 않고, 이 환자를 어떻게 하면 잘 치료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골몰하게 된다.

물론 소아과에 찾아 온 아이들도 아파서 병원에 온 것이지만 아이들의 특성 상 호전 속도가 빠르고 본인이 괜찮아지면 곧바로 표정과 행동으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탓에 그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미소 짓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잘 웃는 만큼 잘 우는 아이들을 달래고 불안한 엄마 아빠들의 마음까지 잘 다독여 주는 것은 아이들의 예쁨을 마음껏 보는 대신 치뤄야 하는 숙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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