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생의 일본 오키나와 여행기③

마새별
발행날짜: 2017-02-15 10:08:47
  •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아침에 일어나 나하 시내를 떠날 준비를 하기 전에 나하의 아침 풍경을 보기 위해 산책에 나섰다. 조식을 먹고 짐을 미리 싸둔 뒤 주변으로 나갔다. 휘황찬란하던 밤거리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아기자기하게 불을 밝히던 선술집들도 모두 간판 불을 끄고 문을 닫아서인지 어제 내가 지나온 거리가 맞나 싶었다.

어제 보았던 가게들은 찾기 어려웠지만 낮이 되니 어제는 보이지 않던 또 다른 일식집들이 보였다. 창문 너머로 흘끗 보이는 갖가지 장식품들이 눈길을 끌었고, 특히 일본에서 행운을 불러온다고 여겨지는 고양이인 마네키 네코의 손짓을 보니 안에도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도 돈키호테라는 쇼핑몰에는 한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 마음을 가볍게 하고 온 만큼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일단 살 것들은 나중에 사자'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챙긴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둘레길이나 제주의 올레길처럼 걷기 좋은 길을 아주 좋아하는데 오키나와에도 그런 곳이 있다고 들었다.

보통 2박 3일 간의 오키나와 여행에서 사람들의 필수 코스로 츄라우미 수족관을 들르는 것을 자주 봐왔는데, 비세 후쿠키 가로수 길이라는 걷기 좋은 길이 바로 이 츄라우미 수족관과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족관, 박물관처럼 볼거리를 모아 놓은 공간을 가게 되면 입장권에 상응하는 가치를 보상 받기 위해 이 볼거리들을 꼭 집중해서 보고, 무언가를 얻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을 갖곤 해서 수족관은 가지 않기로 했다.

비세 후쿠기 가로수 길이 있는 지역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를 타고 이동했다. 가는 길에 펼쳐지는 바다의 색깔이 너무나도 예뻤고, 겨울이지만 겨울같지 않은 따뜻한 바닷바람이 불어 좋았다.

가로수길로 가는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서 이상한 시골 길에 접어들게 되었는데, 다시 큰 길로 빠져 나가기 위해 이리저리 헤메다가 일본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는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탓에 서 있던 일본인들에게 여기가 무엇으로 유명한 집인지도 묻지 못했고, 간판 조차 읽을 수 없었지만 수많은 여행을 거듭해 온 덕에 생긴 여행자로서의 느낌을 믿고 나도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가로수길로 가는 도중에 얼떨결에 발견한 식당이기에 식사 시간도 아니었고 배도 고프지 않았지만 식당 앞에 줄을 서 있다보니 괜히 배가 고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식당으로 들어가면서 문이 열릴 때 안을 들여다 보니 굉장히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다.

사람들은 거의 다 우동을 먹고 있었고 별다른 메뉴는 보이지 않았다. 잠깐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마치 현지인들만 아는 맛집같다는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갈 차례가 되었고, 친절한 아주머니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고 메뉴판을 보니 아주 간단하게 적힌 영어 설명이 있어 다행이었다. 메뉴는 오키나와 우동과 영양밥 단 두 가지 였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오키나와 우동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음식을 받고 보니 오키나와 우동이라 함은 다소 거친 면의 우동에 두꺼운 고기 두어점이 올려진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특징도 없고 투박해 보이는 음식이었는데 먹어 보니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처음은 보통 우리가 먹던 우동 면발이 부드러운 데 반해 훨씬 거칠고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먹다 보니 국물과 고기, 면발이 오묘하게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아 맛이 있었다. 그리고 함께 시킨 영양밥은 매우 적은 양이었지만 고소하고 건강한 맛이었고, 우동과 정말 잘 어울렸다.

가로수 길로 가는 도중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발견한 집이었음에도 일본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이렇게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여정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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