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의사 만드는 고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현실"

박양명
발행날짜: 2018-02-02 05:00:58
  • KAMC 한희철 이사장 "의대·대학병원 역할 재정립 필요·AM 개념부터 세우자"

의학 교육 전문가들이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는 '아카데믹 메디슨(Academic Medicine, AM)' 개념 공론화에 나섰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1일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한국 의학계 미래 전략 포럼(주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KAMC)을 열었다.

포럼에는 대한의사협회 연수교육시행평가단,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학교육학회, 대한기초의학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의학 교육 관련 단체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KAMC를 주축으로 의학 교육과 연구에 대해 고민할 위원회도 꾸려질 예정이다.

포럼에 참석한 의학 교육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미래 의학 교육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AM 개념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AM은 의대와 대학병원 역할을 재정립해 교육, 연구의 역할을 회복해 의학 발전을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KAMC 한희철 이사장(고대의대)은 "의학은 진료만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며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를 만드는 과정은 어디에서도 얘기가 되고 있지 않다. 정부는 AM에 대한 개념조차도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학병원이 일반 환자를 보는데 치여서 교수가 연구할 시간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대학병원이 바뀌게 정부가 노력해 경증 환자는 개원가나 병의원을 찾아가는 게 정상적인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희철 이사장
한 이사장에 따르면 의학 교육과 연구를 담당할 AM의 주체는 대학과 대학병원이고 병원과 의원은 기존 의학을 사용해 폭넓은 진료를 실시해 국민 건강을 담당한다.

현재 전체 의사의 13% 정도가 대학병원과 대학에 있는 AM 범주에 들어가며 전공의까지 포함하면 26% 정도 된다.

한 이사장은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AM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발전적인 교육을 이야기할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발족한 것이 긍정적 변화라고 했다.

그는 "의학교육과 연구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한국의학계는 의학 교육과 연구에 대한 미래전략을 구상하고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하의대 박소라 학장 역시 4차 산업혁명 도래와 환자 중심 가치가 부각되는 현실에서 의학 교육과 연구에 대한 시스템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미래의학 발전을 위한 전략 수립기구가 필요하고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를 조절 가능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우택 총무이사
의학교육학회 전우택 총무이사(연세의대)는 보다 구체적인 교육 방향을 제시했다.

전 이사는 "앞으로는 모르는 것을 어떻게 새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교육 내용을 철저히 통합화하는 훈련을 해서 앞으로 무슨 문제를 만나도 풀 수 있도록 교육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을 앞에 두고 교수가 일방향 식으로 교육하는 전통적 강의를 없애고 통합적이고 사유하는 질문을 하는 하버드의대의 교육을 예로 들었다.

전 이사는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연구"라며 "AI는 데이터와 근거 그 자체를 만들지 못한다. 연구에 능한 임상의사, 학습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구를 하면서 공부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연세의대도 학생들 경쟁을 암기력 테스트로 하지 않고 논문이나 프러포절 쓴 것을 보고 서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는 의학지식 습득을 넘어 더 큰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환자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돕는 능력 ▲병원 현장, 보건의료계, 사회 전체를 이해하고 일할 수 있는 능력 ▲타 학문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능력 ▲자기관리 능력 및 가치 추구 태도 등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전 이사는 "미래를 위해 학생, 전공의, 전임의, 전문의 대상 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식, 그 연계가 바뀌고 강화돼야 한다"며 "미래 의료와 의학 발전을 위해 의사의 조직역량도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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