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배상보험 가입해도 봉직의는 혜택 못 본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8-05-31 06:00:00
  • 의원협회, 7년 운영한 의료배상보험 사례 277건 분석

병의원 원장이 배상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당 병의원에 고용된 봉직의까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신, 대진의는 보험회사에 미리 이야기만 하면 보험 담보가 가능하다.

대한의원협회 손현배 부회장과 이동길 법제이사(법무법인 나눔)는 지난 7년 동안 운영한 의료배상보험 사례 277건, 법률상담 사례 1700여건을 분석,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손 부회장은 배상보험을 내·외과계, 정형·마취통증과계, 피부·성형과계, 안과·비뇨의학과·정신과계로 나눠 각 유형별 사고 및 배상 현황을 분석했다.

의사들은 통상 보상 한도액을 5000만원 또는 1억원, 의사 본인부담금을 200만원으로 설정한 배상보험에 주로 가입하고 있었다.

단, 비급여 비중이 높은 미용성형을 주로 하는 피부·성형과계 의사 89명 중 28명은 보상 한도액을 1억원, 본인부담금을 500만원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보상한도액을 2억원까지 설정한 의사도 13명 있었다.

유형별로 보면 내·외과계 의료사고는 내시경 사고가 가장 많았고 주사 후 합병증, 오진, 원내 낙상 순으로 나타났다. 내시경 사고 중에서는 대장천공 관련 사고가 최다를 차지했다.

정형·마취통증과계는 신경차단술 부작용이 최다였고 주사합병증, 물리치료 합병증 순이었다. 피부·성형과계는 안면수술 부작용 사고가 가장 많았고 레이저시술 부작용, 코성형 부작용, 필러 부작용 순이었다.

손현배 부회장은 "배상보험을 가입할 때는 보상한도액, 자기부담금을 정하게 되는데 자기부담금은 최소한으로 하는게 좋다"며 "수면내시경 관련 사고는 8000만, 9000만원까지도 나오기 때문에 병원 규모에 따라 보장 한도액을 설정하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이어 "봉직의는 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대진의는 1년에 30일 이내로 고용했을 때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대신 통상적인 의료 행위 및 간단한 처방에 국한된다. 대진의가 대장내시경 후 용종을 제거하다가 사고가 난다면 보험 혜택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A배상보험에 가입했다가 B보험으로 가입하려고 할 때 '소급담보일'을 설정해야 한다는 팁도 전했다. A보험 가입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접수 과정에서 B보험사로 옮기게 됐다면 A, B 보험사 모두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상담 10건 중 3건은 '의료법' 질의"

변호사이기도 한 이동길 법제이사는 7년 동안 시행한 법률상담 약 1200건 중 다빈도 사례를 분석했다.

10건 중 3건(35%)은 의료법 관련 질의였다. 리베이트, 허위부당청구, 무면허의료행위, 환자유인행위, 대진의 및 건강검진 관련 등 분야도 다양했다. 환자와의 분쟁(17.3%) 및 의료사고(7.7%) 관련 상담사례도 25%를 차지했다.

환자와의 분쟁 문제는 의사에게 과실 없는 의료사고뿐만 아니라 인터넷 악성비방, 진료거부, 진료실 내 난동 및 진료방해 행위 등이 있었다.

이동길 이사는 "의료사고 발생 시 저자세를 취해서도 안 되고, 강압적인 자세도 안 된다"며 "죄송하다, 병원비 걱정은 말아라 등 과실을 인정하는 표현은 절대 쓰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유감스럽다, 도의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등 환자의 회복을 바란다는 표현으로 환자 및 보호자와 라포를 형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쉽사리 합의에 응하면 과실 인정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합의를 한다면 분쟁을 끝내는 합의여야만 한다"며 "민사적 합의뿐만 아니라 형사나 행정에 대한 부분에서도 합의한다는 것을 합의서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위반할 때는 어떻게 한다는 것까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후 의사에게 과실이 없다는 결론이 났는데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와 소리를 지르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때는 철저하게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환자가 진료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해도 물증이 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병원 직원은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증인이 될 수 없다"며 "CCTV 녹화 가능 장소로 유도하고, 가능한 휴대전화를 이용해 녹음이나 녹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증이 없더라도 경찰에 영업방해 등으로 신고하는 게 좋다"며 "신고한 기록, 경찰 출동 기록이 남기 때문에 환자가 반복적인 행동을 했을 때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괜히 일을 키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신고를 망설이기도 하는데, 경찰이 출동하는 그 자체로 환자의 과격 행위가 억제되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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