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신약 실패 소식에 국내 전문가들 "기전규명이 먼저"

원종혁
발행날짜: 2019-03-23 06:00:51
  • 발병기전 복잡해 아밀로이드만 타깃으로 하는 것은 한계 한목소리

알츠하이머 질환의 핵심 물질로 거론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들이 줄줄이 실패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 진입에 빨간불을 켰다.

올해 2월 해당 계열 표적 항체의약품인 로슈 '크레네주맙'이 후기 임상에 실패한 뒤, 최종 기대주로 꼽히던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의 '아두카누맙'까지 마지막 3상임상에 고배를 마셨다.

릴리, MSD 등이 개발 중이던 BACE 억제제가 연이어 개발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베타 아밀로이드 계열 표적약 개발에까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며, 최근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개발 중이던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이 두 건의 최종 후기임상에 실망스런 결과지를 안겼다.

주목할 점은 동일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로슈 크레네주맙이 지난달 최종 임상에 실패한 것과 비교되는 상황.

차별점이라면 3상임상 당시 고용량 옵션을 사용한 크레네주맙과 달리, 아두카누맙은 저용량 옵션을 임상에 이용했다.

해당 임상을 살펴보면, 알츠하이머로인한 경증의 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아두카누맙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저울질했다.

연구자 보고에서는 "아두카누맙은 이번 임상에 실패하며 유력시됐던 관련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에 물음표가 달렸다"고 보고했다.

바이오젠 본사측은 "알츠하이머 임상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며 "안전성을 평가하는 2상임상과 1b상 PRIME 연구의 장기간 확장 임상은 중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차질을 빚은 해당 ENGAGE 및 EMERGE 3상연구를 추가 분석하는 것과 별개로, 2차 예방효과를 따져보는 3상임상의 시작 여부는 고민해볼 것으로 밝혔다.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차단하는 항체 약물의 개발 열기가 높지만 임상과정에서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입증하는데 실패하거나 뇌종창과 관련된 이상반응 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계 전문가들 "퇴행성질환 발병기전, 베타 아밀로이드 등 특정 표적 국한 어려워"

치매 학계에서는 이러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여전히 발병기전에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는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치매학회 김승현 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과)은 "알츠하이머병의 임상경과나 특징이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선택한 환자군이 균일하지 않고 유전적 특징이 다른 이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외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질환의 발병기전이 복잡성을 갖기에 아밀로이드만을 타킷하는 단일 표적 치료제만으로는 좋은 치료제가 성공적으로 개발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사한 특징을 갖는 환자들을 층화형으로 구분해 놓고 임상시험을 진행 하거나, 환자 맞춤형치료나 정밀의학이 추후 신약 진입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한 방편이 될 것으로 생각을 전했다.

대한치매학회 정책이사인 석승한 교수(원광대 산본병원)도 "이를테면 신경세포에 독성반응을 보이는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의 축적으로 인해 신경세포의 사멸과 인지기능 저하라는 기능상의 문제가 유발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다"면서도 "문제는 지금껏 환자 병력적인 소견을 짚어볼때 해당 물질의 축적이 드문 환자에서도 인지기능 저하가 발생하는 특이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 이외에도 뇌혈관 병변이나 질환 등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에서도 치매로 발현될 가능성이 많다는게 최근까지 학계에서 논의되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석 교수는 "단순히 일부 기전을 차단한다고 해서 알츠하이머 치매나 이로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느냐엔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주요 글로벌 허가당국에 시판허가를 받고 진입한 알츠하이머 근본적인 치료 옵션은 전무한 상황이다.

때문에 기대를 모았던 이번 아두카누맙의 신약 후기 임상은 실망감을 안겼다. 앞서 관련 임상을 진행 중이던 아스트라제네카, 릴리, 얀센, MSD, 로슈 등이 후기 임상 끝에 각각 유효성과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며 중단했기 때문.

여기서 아두카누맙과 함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기전 신약인 크레네주맙 역시 올해초 3상임상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지를 받아 들었다.

경증의 알츠하이머 환자 등이 포함된 해당 3상 결과, 750명 대상의 중간 분석에서 임상적 치매 평가지표인 CDR-SB의 점수 개선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해당 임상을 중단했다.

아두카누맙의 경우 바이오젠이 주요 알츠하이머 신약 기대주였던 만큼 임상 실패소식에 전해진 당일 바이오젠의 주가는 25% 이상이 하락하며 약 170억 달러 시가총액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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