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Mavericks 김재의 이사(경희의대 본과 2학년)
의사이신 아버지, 의사이셨던 조부님, 의사로서 다방면으로 사회에 헌신하고 계신 여러 친척 분들, 그리고 의과대학에 진학한 친형. 어찌 보면 필자는 태어날 적부터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는 게 숙명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레 직간접적으로 필자에게 강요될 수밖에 없었던 의사라는 꿈은 어느새 교복을 입던 시절의 필자가 장래희망 란에 스스로, 자발적으로 적는 꿈이 돼있었다.
여러 고등학생들에게 의대 진학은 마치 하나의 로망과도 같았고, 필자를 포함한 주위의 많은 친구들은 그 꿈을 좇았다. 진정 그 꿈을 응원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본인의 의무이기에 그런 것이었을까, 실적을 위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근무하시던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그 꿈을 강하게 장려했고, 의대 진학을 희망했던 많은 학생들이 가슴 속 품고 있던 불에 장작을 지폈다.
외적 강화 요인의 끊임없는 피드백 속에서 의대에 진학한 필자는, 무언가가 쥐어준 의대 진학이라는 목표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스스로의 꿈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진학 후에야 깨달았다. 마음에 와 닿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던, 허구한 날 되풀이되는 따분한 의대 생활에 염증을 느껴서일까, 필자는 굴레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들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이것저곳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타과생들과 함께했던 경희대학교 중앙동아리 활동과 미래정책위원 활동,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를 가진 의대생들과 함께했던 의대협 활동 등을 포함한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여러 경험들을 통해 필자는 우물 밖에서 그제야 탈출해 넓은 세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고, 진정 스스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진정 내가 즐기는 게 무엇인지 탐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예과 2년이라는 기간은 식견을 넓히기에는 적당한 시간이었지만, 목표를 설정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큰 아쉬움을 안고 생활하던 중, 인연이 닿아 'Medical Mavericks'라는 다양한 꿈을 좇는 의대생들을 위한 단체 발족에 함께했다. 방황하던 의대생은 혼자가 아님에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무언가에 대한 추상적인 욕구와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뻐할 수 있었다.
'Medical Mavericks'를 발족한 인원 중 필자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 졸업 후 의전원 신입학 혹은 의과대학 편입학을 하신 분들 중 구체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학부 때부터 가진 채 이 단체의 발족에 힘써주신 분들도 계시고, 머지않아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의사 생활을 하실 분들도 계신다. 이에 비해 필자는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의 역할을 할 이 단체에 '고민하는 자'의 대표로 합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마음에 그늘이 생기면 결국 그 사람이 녹슬고 만다는 의미인데, 혹여 꿈이나 목표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그늘진 분들이 계신다면, 이젠 홀로 외로이 고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치 정해져 있는 듯 한 표준에서 벗어난 꿈, 목표, 방향성, 가치관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나아갈 분들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