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생님이 시력검사 하는 '학생검진' 이대로 괜찮나

박양명
발행날짜: 2019-10-08 05:30:14
  • 의료계, 학생 건강검진 부실 문제 지적 "법 바꾸고 복지부로 이관"
    정부도 공감…복지부 "중요한 국가 자산 사장되고 있다" 아쉬움 지적

"한 학교는 의과, 치과 각각 두 개 이상의 검진기관을 선정하도록 돼 있지만 많은 검진기관에서 학생 건강검진을 기피하고 있다. 수가가 안 맞는다, 학생 수가 적을수록 수가가 더 안 맞는다, 학생들이 단체로 오면 병원이 너무 시끄럽다 등의 이유도 다양하다."

"초등학생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력 검사는 검사 비전문 인력인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진행한다. 종이 시력표를 칠판에 비스듬히 기대어 놓고 검사 대상 학생은 3m 또는 5m 거리에서 담임교사가 지시하는 시력표를 읽는다. 검사를 기다리는 나머지 학생의 떠는 소리에 검사 대상 학생의 목소리가 묻히기도 한다."

학생 건강검진을 하는 일선에 있는 보건교사들이 말하는 학생 건강검진 현장의 모습이다.

의료계는 학생 건강검진 현장의 문제점을 공감하며 학생 건강검진 관련 법을 개정하고 관할 부서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학생 건강검진은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건강검진이다. 키, 몸무게, 시력, 구강검사, 혈압 등 신체발달상황을 확인한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는 "생애주기별 건강검진 체계에서 학교 건강검진만 교육부 관리로 되는 예외 검진으로 남아있다"며 "학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교육부 관할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검진 결과는 개별 통보 후 대부분 소실되는데 영유아 건강검진부터 시작되는 국가 검진 체계에서 학생 연령 검진 자료만 소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 건강검진은 교육부 관할로 이뤄지고 있어 생애전환기 검진에서 어린이, 청소년 시기에 대한 데이터 축적이 누락되고 있으며 청소년기 건강 측정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으며 결과 또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보다 더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예결위원장)은 지난 4일 '학생 건강검사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대구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순우 교수는 "현재 학생검진 제도는 교육부 관할에 있다 보니 건강보험공단의 검진제도와 연계가 불가능하고 생애전환기 검진에서 어린이, 청소년 시기가 누락돼 있다"며 "검진기관 관리 및 통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생률 증가 노력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어린이를 소중히 잘 키우는 노력도 중요하다"며 "어린이, 청소년 건강 상태 파악을 통한 문제점 및 건강증진 방안 도출이 근거 중심 정책 수립의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문진수 교수는 학생검진에 나서는 검진기관 선정부터 문제 있다고 했다. 검진기관 선정에 제한이 없다 보니 요양병원 등이 학생건강검진에 나서고 있는 상황.

그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학생검진에 나서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 보니 검진 내용도 충실하지 못하고 매우 형식적이라서 효용가치가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진 항목도 2005년 학교보건법 개정 당시 소아청소년 질환을 고려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며 "검진 목표 질환이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건교사회 이재정 학술이사(창덕여중)도 "보건실에서 만나는 학생의 질환은 사회, 환경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며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질환, 스트레스성 질환 등이 증가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보건소 지원을 받아 척추측만증 검사를 자율적으로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가 제시한 학생 건강검진 관련 건강보험법 개정안
의료계는 해결 방안으로 국민건강보험법과 학교보건법 동시 개정을 주장하며 관할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법 건강검진 종류에 아동 청소년 검진을 신설하고 학교보건법에서는 건강검진 대상 학년을 추가했다.

문진수 교수는 "학생 및 청소년 검진 사업을 복지부 관할로 이관해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성인 건강검진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공단이 검진의 시행, 질 관리, 통계 및 자료 관리까지 통합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진 주체도 모든 의사가 다할 수는 있지만 교육을 이수한 의사만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검진 결과 내용 개선, 검진 항목 개선 등을 제안했다.

복지부-교육부 "의료계 주장은 공감...책임과 재정 조율해야"

의료계의 주장에 정부도 공감을 했다. 다만 책임과 재정 문제에서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학생건강검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요한 국가 자산이 사장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영유아 검진부터 성인 검진 데이터가 빅데이터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에도 학생 검진은 없다. 정부 예산으로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지만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건강검진 관련 인프라, 노하우, 검진기관 관리 등에서 상대적으로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가능한 한 학생 건강검진도 복지부가 관장해서 관리하고 그렇게 나온 데이터를 생애 전주기에 포함해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학생 건강 관리의 '책임'에 대한 의무는 교육부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 과장은 "건강검진 사업이 이관된다고 해서 학생 건강관리, 그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넘어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복지부가 건강검진 사업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면 학생 건강 관리에 대한 의무는 학교장과 교육부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교육부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은 "학생이 학교에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보다는 생애 전주기적 관점에서 어느 시기에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법적인 부분에서 재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처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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