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전공의 잡는 수련 현장

발행날짜: 2019-11-13 05:45:50
  • 의료경제팀 이지현 기자

"(공식적으로)문제를 제기하면 추가수련을 받는다. 결국 너희(전공의)만 손해다."

이는 일선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필수과목 수련의 문제점을 제기했을 때 병원 측의 반응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전공의(인턴) 필수과목 미이수로 추가수련 위기에 몰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충격을 주고있다.

국립대병원일 뿐만아니라 전공의 수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울대병원이 수련의 기본인 필수 진료과목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수련병원들의 변함없는 안일한 대응.

취재에 응한 일선 전공의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이외 복수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필수과목 미이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번번이 전공의에게 돌아오는 병원 측의 답변은 "결국 추가수련을 하게된다. 너만 손해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식이다. 이를 전공의들은 협박에 가까운 회유라고 봤다.

수련 시스템을 개선해야할 병원들은 오히려 해당 전공의들에게 자칫 문제를 제기했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주면서 병원이 정한 틀에서 수련을 받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흘러 의료현장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전공의=인력'으로 바라보는 병원의 시선은 여전하지 않나 싶다.

필수 진료과목을 어떻게 수련시킬 것을 고민하기 보다는 인력이 필요한 곳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법 제정을 통해 '전공의' 권리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말 그대로 '필수 진료과목' 수련조차 여전히 구멍이 뚫려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이와 관련해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작년 이대목동병원에 이어 올해 서울대병원, 그리고 내년에는 또 어떤 수련병원이 도마에 오를까. 애먼 전공의들이 얼마나 더 추가수련을 받아야 문제가 해결될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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