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연 안덕선 소장의 일침 "의협, 혁명보다 진화 고민해야"

박양명
발행날짜: 2020-01-02 05:45:56
  •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의료정책연구소장의 새해 바람 "면허관리 법안 발의라도"
    "의약분업 20주년, 득실 돌아보고 역사 보고서 만들어야"

"3년마다 찾아오는 선거로 많은 사람이 바뀌면 업무를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판을 바꾸려는 레볼루션(revolution, 혁명)보다는 에볼루션(evolution, 진화)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당선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해에는 '이익단체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이야기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의협에 대해 판을 바꾸려는 레볼루션(revolution, 혁명)보다는 에볼루션(evolution, 진화)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고 변화를 강조했다.
안 소장은 의협의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의협은 이익단체 역할에다 보수교육 주도, 전문가로서의 역할도 하는 등 업무 자체가 너무 많기 때문에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협의 기능 분류에 관심이 많다"라며 "이익단체로서의 의협, 공익단체로서 의협을 분리해야 한다. 정체성이 분명한 이익단체 구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의협에 조언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가 협상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 등 의사의 '이익'을 위해 파업하고 투쟁하는 역할을 하는 이익단체가 있어야 하는가 하면, 환자 보호나 사회 보호 관점에서 의사면허를 관리하고 보수교육 등을 주관하는 등 공익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는 따로 존재해야 한다는 소리다.

안 소장은 "리더십은 단체의 명확한 정체성과 설립 이유에 따라 모양새가 달라져야 한다"며 "현재 의협 회장 선거는 이익단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3년마다 집행부가 싹 바뀌게 되니 연속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로 많은 사람이 바뀌면 업무를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며 "이익단체로서 모양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앞으로 과제라면 지난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은 의사면허관리에 대한 논의의 토대를 마련하고 공론화에 앞장서았다.

의료정책연구소는 해외 의사면허관리기구 방문 조사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다녀왔으며 이를 토래도 우리나라 의사면허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의사면허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 등을 수차례 열기도 했다.

안 소장은 "최대집 회장이 당선인일 때 일면식도 없는 상황에서 의사면허에 대한 연구를 해달라며 연구소 소장 제의를 받았다"라며 "보통 의협 회장들은 의사면허 관리 자체를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지 않았고 즉각 합류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외협력팀 등과 함께 의사면허관리 제도 추진을 위해 한 발짝이라도 더 나가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안 될 거라도 비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올해는 의사면허관리기구 관련 법안 발의라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나아가 안 소장은 2020년이 의약분업 20주년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2020년은 의료계가 '총파업'이라는 강력 수단까지 동원했던 의약분업 투쟁 20주년을 맞는 만큼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외국은 파업을 하고 나면 학술지에다 파업의 효과 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의사 파업에 대한 논문 자체가 없다. 의료를 문화로 보는 모습이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20년 전 의약분업 투쟁을 통해 의료계는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라며 "20주년임에도 역사 보고서 하나 없이 지나가는 것은 안된다. 그 당시 투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생존하고 있을 테니 이들을 찾아보고 관련 자료를 모아 역사적으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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