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과 보건정책 투 트랙 필요하다

이창진
발행날짜: 2020-04-08 16:13:53
  • 이창진 의료경제팀 기자

지난 1월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누적 확진자 수가 4월 들어 1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방역대책을 매일 쏟아내고 있다.

중국 우한 입국자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 등 사실상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진단검사와 격리조치에 들어가며 확진자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3개월째 지속되면서 대구경북 파견 의료진과 전국 주요 병원의 선별진료소 의료진 모두 체력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실제적 운영을 복지부가 전담하면서 6주가량 세종과 대구경북지역 파견과 지원 업무로 800여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조차 지쳐가는 형국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은 치료 백신 개발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제 '개인방역 생활화' 대신 '코로나 생활화'라는 용어조차 낯설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보건의료 정책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복지부와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역할을 하는 중앙부처와 산하기관의 보건의료 업무는 사실상 '올 스톱'된 상태이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를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국가 중심의 단일보험 체계이기 때문이다.

국립 의료기관과 민간 의료기관으로 명목상 구분되어 있지만 의사의 의료행위와 약제 처방, 치료재료 하나하나가 건강보험 영향권 안에 있는 만큼 복지부 권고와 지침은 의료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암묵적 경고이다.

언제까지 의료계와 복지부가 음압병상과 손실보상 논의만 지속할 것인가.

코로나 사태라는 방역 문제와 중증난치성 환자 치료 체계를 구분해 지속가능한 보건 정책으로 개편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으로 피해를 본 의료기관에 대한 별도 고시를 통해 건강보험 수가로 보상하는 상시 체계로 전환해 병의원이 방역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오는 19일까지 연장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복지부와 청와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여야가 총선 공약으로 앞 다퉈 내놓은 복지부의 보건부 분리와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이라는 핑크빛 약속은 21대 국회에서 논의할 정부조직법 개정 사항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복지부와 의료계 모두 '국민 건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치료제 개발 전 코로나19 완전 종식이 실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배제한 방역 정책만 지속한다면 국민과 의료계, 공무원 모두 자칫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복지부 한 공무원은 "코로나 사태로 보건의료 및 복지 업무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메르스와 세월호 사태를 겪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종식될 기미가 없다"면서 "코로나 장기화를 감안해 이제 미뤄진 정책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공무원은 "올해 시행되거나 진행 예정인 보건의료 정책 현안을 더 이상 지체시킬 수 없다. 총선 이후 의료계와 협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정부가 마스크 하나로 버티는 국민과 의료계에 조속한 시일 내 새로운 보건의료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의료인들 헌신에 감사한다는 말이 접대용 멘트로 들리지 않기 위해서 지속 가능한 보건정책을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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