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커스10년 일한 대학병원에서 해임 위기 맞은 내과 교수
인력 충원 요청 안 통하자 '초진 중단' 등 특단의 결정
"전공의 충원이 어렵다면 진료보조 간호사 3명이라도 추가로 충원해 주십시오."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80 시간으로 제한하는 법, 일명 '전공의법' 시행 이후 업무 과중에 내몰린 내과 교수의 요구다. 병원은 응답하지 않았다.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로딩에 허덕이던 교수가 병원에 맞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외래 초진 환자 접수 중단과 응급실 문자 호출 번호를 스팸처리하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어쩌다 이같은 악수를 두게 된 것일까.
전라도 A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S 교수는 2005년부터 A대학병원에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2007년에는 조교수, 2011년에는 부교수가 됐고, 2015년에는 혈액종양내과 분과장이 됐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몸담아 온 병원에서 S교수의 지위가 흔들린 것은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전공의의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법은 2016년 12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A대학병원 전공의는 법 시행을 앞두고 같은 해 9월부터 야간과 주말 당직에서 빠졌다.
교수와 전임의가 전공의의 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S교수는 병원 측에 인력 충원을 요청한 것이다.
2016과 2017년 당시 A대학병원 내과에는 9개 분과가 있었고 교수진은 37명, 전공의는 10명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내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통하지 않자 S교수는 분과장직을 사임하고, 앞으로 2년 동안 초진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특단을 내렸다. 다른 분과 의사의 부탁이 있거나 다학제적 진료가 필요할 때만 초진 환자를 봤다.
S교수는 혈액종양내과 간호사에게 "전공의도 없고, 전부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는 일도 많으니 앞으로 초진 환자를 받지 말라"는 지시를 두 차례에 걸쳐 내렸다.
타과와의 협진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신장내과의 다발골수종 환자 협진 요청, 유방갑상선외과 및 진료협력센터 협진 요청 등을 거부하기도 했다.
S교수의 결단은 나머지 한 명의 혈액종양내과 B교수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S교수가 한 달 동안 초진 환자를 3~4명 볼 때 B교수는 16~25명을 봐야 했다. S교수가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30~40% 볼 때 B교수는 60~70%를 감당해야 했다.
B교수는 "S교수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상황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무조건 안 한다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공의가 없는 불리한 상황이더라도 충원을 위한 노력이 우선이다. 날 괴롭히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는 내용으로 S교수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며 힘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응급실 당직 문자호출 시스템 문제 제기…번호 스팸 처리
전공의법 시행으로 내과 교수들은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내과 전공의들이 야간 및 주말 당직에서 모두 빠지면서 교수진이 돌아가면서 응급실 야간 당직을 서게 된 것. S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병원의 내과 전문의 절반 이상이 야간 당직을 반대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어쩔 수가 없었다. 전공의 공백이 큰 기간인 2016년 9월 19일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시적으로 응급실 당직을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순번제로 하면 약 5개월여 동안 교수는 4회, 전임의는 5회씩 당직을 서면 된다.
S교수는 당직 과정에서 필수인 A대학병원 응급실 콜 시스템을 문제 삼았다.
A대학병원 응급실은 문자 호출이 기본이다. 야간 당직은 각 진료과 전공의가 수행했는데 응급실은 야간 당직 전공의에게 응급환자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기재된 문자로 호출을 했다. 문자 호출은 야간당직자가 응답할 때까지 5분 간격으로 6회 동안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야간 당직자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병원 의료정보시스템에 접속한 후 응급호출확인 버튼을 클릭해 호출 내용을 조회할 수 있고, 호출 확인이 이뤄지면 그 시간이 응급의무기록지에 기록된다.
S교수는 문자 대신 전화로 콜을 요구했고, 응급실 전공의는 병원 시스템을 따랐다. S교수는 응급의학과가 전공의에게 하던 형식적인 문자호출을 전문의에게 하면 더 이상 야간 당직을 할 수 없다며 호출 문자 번호를 '스팸' 처리해버렸다.
S교수는 약 10개월 동안 응급실 문자호출 번호 스팸 처리를 유지했다. 이 기간 동안 S교수는 야간 당직을 한 번 섰는데,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S교수에게 8번의 문자 호출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A대학병원의 처분은 '해임'…법원 "재량권 남용"
A대학병원은 결국 2018년 4월 S교수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고 한 달 뒤에는 해임 징계를 내렸다. ▲신규 외래환자 접수 중단 지시 ▲응급실 호출 거부 외에도 ▲전공의에게 폭언 ▲국민신문고에 병원 근로시간에 대해 민원 제기 등이 이유였다.
S교수는 이에 불복하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처분 무효 확인 및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교원소청심사위는 S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징계사유는 인정되지만 S교수의 비위행위에 비해 과중한 조치라는 것이다.
법원도 교원소청심사위원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함상훈)는 A대학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이 교원소청심사위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 역시 "A학교법인이 S교수에게 한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S교수는 해임 처분을 면할 수 있게 됐지만, 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현재 A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80 시간으로 제한하는 법, 일명 '전공의법' 시행 이후 업무 과중에 내몰린 내과 교수의 요구다. 병원은 응답하지 않았다.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로딩에 허덕이던 교수가 병원에 맞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외래 초진 환자 접수 중단과 응급실 문자 호출 번호를 스팸처리하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어쩌다 이같은 악수를 두게 된 것일까.
전라도 A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S 교수는 2005년부터 A대학병원에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2007년에는 조교수, 2011년에는 부교수가 됐고, 2015년에는 혈액종양내과 분과장이 됐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몸담아 온 병원에서 S교수의 지위가 흔들린 것은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전공의의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법은 2016년 12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A대학병원 전공의는 법 시행을 앞두고 같은 해 9월부터 야간과 주말 당직에서 빠졌다.
교수와 전임의가 전공의의 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S교수는 병원 측에 인력 충원을 요청한 것이다.
2016과 2017년 당시 A대학병원 내과에는 9개 분과가 있었고 교수진은 37명, 전공의는 10명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내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통하지 않자 S교수는 분과장직을 사임하고, 앞으로 2년 동안 초진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특단을 내렸다. 다른 분과 의사의 부탁이 있거나 다학제적 진료가 필요할 때만 초진 환자를 봤다.
S교수는 혈액종양내과 간호사에게 "전공의도 없고, 전부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는 일도 많으니 앞으로 초진 환자를 받지 말라"는 지시를 두 차례에 걸쳐 내렸다.
타과와의 협진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신장내과의 다발골수종 환자 협진 요청, 유방갑상선외과 및 진료협력센터 협진 요청 등을 거부하기도 했다.
S교수의 결단은 나머지 한 명의 혈액종양내과 B교수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S교수가 한 달 동안 초진 환자를 3~4명 볼 때 B교수는 16~25명을 봐야 했다. S교수가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30~40% 볼 때 B교수는 60~70%를 감당해야 했다.
B교수는 "S교수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상황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무조건 안 한다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공의가 없는 불리한 상황이더라도 충원을 위한 노력이 우선이다. 날 괴롭히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는 내용으로 S교수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며 힘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응급실 당직 문자호출 시스템 문제 제기…번호 스팸 처리
전공의법 시행으로 내과 교수들은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내과 전공의들이 야간 및 주말 당직에서 모두 빠지면서 교수진이 돌아가면서 응급실 야간 당직을 서게 된 것. S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병원의 내과 전문의 절반 이상이 야간 당직을 반대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어쩔 수가 없었다. 전공의 공백이 큰 기간인 2016년 9월 19일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시적으로 응급실 당직을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순번제로 하면 약 5개월여 동안 교수는 4회, 전임의는 5회씩 당직을 서면 된다.
S교수는 당직 과정에서 필수인 A대학병원 응급실 콜 시스템을 문제 삼았다.
A대학병원 응급실은 문자 호출이 기본이다. 야간 당직은 각 진료과 전공의가 수행했는데 응급실은 야간 당직 전공의에게 응급환자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기재된 문자로 호출을 했다. 문자 호출은 야간당직자가 응답할 때까지 5분 간격으로 6회 동안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야간 당직자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병원 의료정보시스템에 접속한 후 응급호출확인 버튼을 클릭해 호출 내용을 조회할 수 있고, 호출 확인이 이뤄지면 그 시간이 응급의무기록지에 기록된다.
S교수는 문자 대신 전화로 콜을 요구했고, 응급실 전공의는 병원 시스템을 따랐다. S교수는 응급의학과가 전공의에게 하던 형식적인 문자호출을 전문의에게 하면 더 이상 야간 당직을 할 수 없다며 호출 문자 번호를 '스팸' 처리해버렸다.
S교수는 약 10개월 동안 응급실 문자호출 번호 스팸 처리를 유지했다. 이 기간 동안 S교수는 야간 당직을 한 번 섰는데,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S교수에게 8번의 문자 호출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A대학병원의 처분은 '해임'…법원 "재량권 남용"
A대학병원은 결국 2018년 4월 S교수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고 한 달 뒤에는 해임 징계를 내렸다. ▲신규 외래환자 접수 중단 지시 ▲응급실 호출 거부 외에도 ▲전공의에게 폭언 ▲국민신문고에 병원 근로시간에 대해 민원 제기 등이 이유였다.
S교수는 이에 불복하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처분 무효 확인 및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교원소청심사위는 S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징계사유는 인정되지만 S교수의 비위행위에 비해 과중한 조치라는 것이다.
법원도 교원소청심사위원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함상훈)는 A대학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이 교원소청심사위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 역시 "A학교법인이 S교수에게 한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S교수는 해임 처분을 면할 수 있게 됐지만, 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현재 A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