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좌담회-하]의사 증원 이슈 두고 원인부터 해법까지 시각차
"병원에 의료인력 충분한가" 질문에 "원인은 다른 곳에" 반박
코로나19는 의료계 오래된 뜨거운 감자인 '의사 증원' 이슈를 끄집어냈다. 여기에 병원계 수장격인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한다고 나서면서 불길을 당겼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0일, 최근 뜨거운 쟁점에 대해 이슈를 이끌어가는 병원계 수장과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젊은의사를 대표하는 전공의를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인천 한림병원장),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신응진 회장(부천 순천향대병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삼성서울병원 외과 전공의 4년차),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진현 부회장(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3년차)이 함께했다. 이하 직함 생략.
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연 1000명씩 10년간 늘려야 한다는 병원계 수장과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전공의들의 입장은 역시나 첨예하게 갈렸다.
패널 모두 일차 비급여 진료와 요양병원 등에 몰려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이를 이유로 의사 수가 부족하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는 시각이 달랐다.
■병원에 의사가 없다 vs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해야
정영호=전공의에게 묻고 싶다. 병원에 전공의 이외 의료인력이 있는가.
김진현=앞서 회장 후보시절 언급했듯 개원의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력이나 직업적 안정성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영호=솔직히 후보시절 개원의가 2, 3차 병원으로 회귀하지 못하는 이유는 금융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과 달랐다. 개원의가 2,3차 병원에 취업해서 적응에 성공하는 경우는 10명 중 8~9명 수준이다. 1차 의료기관에 있다가 2차 병원에 급성기 중증도 있는 환자 진료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신응진=약 10년간 의사 구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다. 같은 상급병원이라도 빅5병원과 그 외 상종은 상황이 또 다르다. 상당수는 의사 일손이 부족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요양병원으로의 재분배라고 본다. 매년 배출하는 의사 수는 정해져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요양병원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 의사가 부족해지는 데 한몫했다.
박지현=글쎄. 전공의 입장에선 괴리감이 있다. 최근 코로나19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일선 2,3차 병원에서 봉직의 채용을 하지 않으면서 입원전담전문의 지원율이 소폭 상승했다. 어떤 원인이든 매력적인 요인이 있다면 선택을 할 것이다.
정영호=그렇다. 단순히 숫자만 늘려서는 안된다. 다만 현재 내제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별도의 숫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만약 1000명을 늘린다면 목적성을 갖고 다른 의사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김진현=의사 수가 부족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정원 증대 뿐이라면 그렇게 해야할 것이다. 의사가 없어서 취약지에 산모가 죽고,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간다면 그렇게 해야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앞서 박지현 회장이 언급했듯이 코로나19 사태에서 펠로우 이외 입원전담전문의도 선택하지 못할 옵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즉, 근무환경과 조건이 맞는다면 의사는 이동을 할 것이고 의사 재분배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요즘 의사들 변했다 vs '소명'만으로는 어렵다
신응진=일단 최근 변화는 기피과에 지원을 안한다. 한때 내과보다 가정의학과를 선호할 때가 있었다. 내과보다 1년 짧아 개원하는 기간을 1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장에선 그렇게 느꼈다.
김진현=글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본다. 기피과 문제든, 의사 부족이든 문제가 의사 정원에 있다면 늘려야겠지만 문제는 의사가 필요한 곳에 왜 안가는 것인지를 확인해야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그 원인을 찾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논의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정영호=우리 병원의 경우, 지난해 봉직의로 있던 의사 4명이 개원했다. 한해에 이렇게 많이 개원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 병원만의 문제인가 했더니 주변에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2.5:1의 법칙이 있다. 급여보다 2.5배 수입이 더 많다고 판단하면 개원을 한다는 법칙이다. 물론 최근에는 1.5:1 혹은 1.2: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개원이 늘었다. 그동안 의사사회를 지탱해온 직업의식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빨리 변화하다가 무정부 상태처럼 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박지현=최근에 전공의 중에도 중도이탈이 크게 늘었다. 과거처럼 전공의 시절 혹사해서 전문의를 취득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비급여진료 등 얼마든지 다른 길이 있기 때문이다.
정영호=코로나19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중소병원장들도 깨달았다. 이 정도 인력으로 (코로나19로 감소한 환자 수)정도의 환자만 진료하는 게 정상이라고. 지금까지는 병상가동률 90%를 유지해야 간신히 수익을 맞췄다.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진료행위를 늘려야 수익이 되고, 이를 의사가 해야하니 의사가 부족했다. 그래서 수가체계를 바꿔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의사도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봐도 의대 정원 1000명으로는 부족하더라.
박지현=개인적으로 (외과)기피과 전공의다.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기피과 지원이 늘어날까. 선택의 문제다. 기피과 의사들은 돈을 벌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n수를 늘려서 그 방향으로 몰아넣고 '굶어죽지 않으려면 해'라는 식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시대가 바뀌었다. 의사의 소명만으로 굶어죽는 곳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 이외 다른 길이 많이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