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첫 제안 후 5개월 지났지만 의료기관도, 보건소도 외면
의료계 반대 이유는? 전화상담 포함·의료진 보상 방식
"전체 의료기관을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과 일반진료 의료기관으로 이원화할 것을 제안한다."
대한의사협회가 한 이 제안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시발점이 됐다. 의협의 첫 제안 후 약 5개월의 시간이 지난 현재,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애물단지'가 됐다.
정부는 추경예산까지 받아내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그 대상인 의료기관, 보건소는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호흡기전담클리닉은 개방형과 의료기관형으로 나눠진다. 보건소 500곳과 민간 500곳 등 총 1000곳을 지정해 호흡기 증상 환자를 전담토록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개방형클리닉은 지자체가 보건소,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호흡기 환자를 전담하는 클리닉이다. 의료기관 클리닉은 말 그대로 일선 의료기관이 호흡기 환자를 전담하는 클리닉이다.
전화상담으로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고, 수가는 일반 진찰료에 호흡기환자관리료를 더해 초진환자 3만6770원, 재진환자 3만2170원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에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1억원의 예산이 주어진다. 여기에 클리닉에 참여하는 의료진의 인건비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추진하며 "의협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추진하게 됐다"라는 점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민관협력 상생 모델'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하고 있다.
5개월 전으로 돌아가 의협은 호흡기전담클리닉에 대해 어떤 제안을 했을까.
의협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의심증상 전담진료기관' 지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시는 코로나19 환자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폭증하던 시기였다.
의협은 "현재의 선별진료소만으로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환자를 다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보건소를 포함 지방의료원 같은 국공립의료기관을 한시적으로 코로나19 의심증상 전담진료기관으로 지정해 전체 의룍관을 코로나19 전담의료기관과 일반진료 의료기관으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별진료가 불가능한 의원과 중소병원은 호흡기 증상 환자가 선별진료소나 전담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도록 한다. 진료 도중 의심환자라는 것이 확인되면 즉시 환자를 검사 가능 기관으로 안전하게 이송, 의뢰할 수 있는 상시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의협의 제안 이후 정부는 구체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의협을 비롯해 의료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소마저 참여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은 급기야 16개 시도의사회에 호흡기전담클리닉 관련 일체의 논의와 참여를 보류해 달라고 지난달에 이어 재차 요청했다. 개방형클리닉은 지자체와 지역의사회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지역의사회 상위 단체인 의협이 제동을 건 것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 및 운영방식, 취지와 목적 등 원칙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공식적인 협조와 참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은 "코로나19 2차 유행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호흡기전담클리닉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라면서도 "정부가 마련한 안을 보면 제도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외면받는 이유는?
의료계가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외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진료 방법에 전화상담이라는 비대면진료가 포함돼 있으며, 호흡기 환자를 전담할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의료기관클리닉 활성화는 처음부터 어렵다고 이야기했던 부분이고 개방형클리닉이 관건이라고 봤다"라며 "민간의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게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 안은 개방형클리닉에서 발생하는 진료비 수입은 해당 의사의 몫이다. 의료계는 인센티브, 위험수당 등 보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참여하는 의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고 지역 보건에 기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진료비를 갖고 가라는 모델은 의사들이 보기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차라리 봉사할 테니 위험수당 형식으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 두 달 동안 무수히 이야기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 수 확대 등 의료계에 악재인 정책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회원에게 코로나19 문제에서만큼은 참여하자고 설득하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의협 이필수 부회장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의료기관클리닉을 희망하는 의원 한 곳당 1억원을 준다는데 시설, 장비, 인력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라며 "전라남도의사회 산하 시군에서도 참여하는 의원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개방형클리닉도 진찰료가 약 3만4000원 정도 되는데 환자가 얼마나 오겠나"라고 반문하며 "하루에 2~3명만 오면 그날 그 의사는 10만원 정도의 수입만 있는 것이다. 굉장히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보건의료에 '봉사'한다는 개념이 강하지만 의사도 하나의 직업인만큼 경제적으로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역시 "당일 진료한 환자에게 진료비만 받도록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금액을 구체적으로 책정할 수는 없지만 시간당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보의 동원해 클리닉 꾸리려는 움직임도 속출
보건소 역시 개방형클리닉 운영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이미 예산이 떨어져 어떻게든 운영을 해야 한다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지방 보건소장은 "이미 선별진료소에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따로 시설을 마련하고 참여할 의료진을 꾸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역에 국민안심병원도 있고 선별진료소도 있는 만큼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대신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지자체는 공보의를 동원해 클리닉을 꾸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7개 보건소가 개방형클리닉을 꾸리기 시작했고 이 중 약 10곳은 공중보건의사를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보의협의회 김형갑 회장은 "의사가 와서 환자 진료를 보면 그대로 청구할 수 있도록 편의성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진료기록을 다시 병원으로 들고 가서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상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편하지도 않은데 지원하는 의사가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보의를 활용하면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건소 입장에서는 개방형클리닉이 어찌 보면 수익사업이 될 수도 있다"라며 "코로나19 환자를 감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제도 설계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시작 전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입장인 셈이다.
김대하 대변인은 "제도를 본격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왜 협조하지 않냐며 요구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 역시 제도 취지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하고 존중하는 프로세스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가 한 이 제안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시발점이 됐다. 의협의 첫 제안 후 약 5개월의 시간이 지난 현재,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애물단지'가 됐다.
정부는 추경예산까지 받아내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그 대상인 의료기관, 보건소는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호흡기전담클리닉은 개방형과 의료기관형으로 나눠진다. 보건소 500곳과 민간 500곳 등 총 1000곳을 지정해 호흡기 증상 환자를 전담토록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개방형클리닉은 지자체가 보건소,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호흡기 환자를 전담하는 클리닉이다. 의료기관 클리닉은 말 그대로 일선 의료기관이 호흡기 환자를 전담하는 클리닉이다.
전화상담으로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고, 수가는 일반 진찰료에 호흡기환자관리료를 더해 초진환자 3만6770원, 재진환자 3만2170원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에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1억원의 예산이 주어진다. 여기에 클리닉에 참여하는 의료진의 인건비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추진하며 "의협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추진하게 됐다"라는 점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민관협력 상생 모델'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하고 있다.
5개월 전으로 돌아가 의협은 호흡기전담클리닉에 대해 어떤 제안을 했을까.
의협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의심증상 전담진료기관' 지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시는 코로나19 환자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폭증하던 시기였다.
의협은 "현재의 선별진료소만으로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환자를 다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보건소를 포함 지방의료원 같은 국공립의료기관을 한시적으로 코로나19 의심증상 전담진료기관으로 지정해 전체 의룍관을 코로나19 전담의료기관과 일반진료 의료기관으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별진료가 불가능한 의원과 중소병원은 호흡기 증상 환자가 선별진료소나 전담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도록 한다. 진료 도중 의심환자라는 것이 확인되면 즉시 환자를 검사 가능 기관으로 안전하게 이송, 의뢰할 수 있는 상시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의협의 제안 이후 정부는 구체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의협을 비롯해 의료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소마저 참여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은 급기야 16개 시도의사회에 호흡기전담클리닉 관련 일체의 논의와 참여를 보류해 달라고 지난달에 이어 재차 요청했다. 개방형클리닉은 지자체와 지역의사회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지역의사회 상위 단체인 의협이 제동을 건 것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 및 운영방식, 취지와 목적 등 원칙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공식적인 협조와 참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은 "코로나19 2차 유행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호흡기전담클리닉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라면서도 "정부가 마련한 안을 보면 제도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외면받는 이유는?
의료계가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외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진료 방법에 전화상담이라는 비대면진료가 포함돼 있으며, 호흡기 환자를 전담할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의료기관클리닉 활성화는 처음부터 어렵다고 이야기했던 부분이고 개방형클리닉이 관건이라고 봤다"라며 "민간의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게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 안은 개방형클리닉에서 발생하는 진료비 수입은 해당 의사의 몫이다. 의료계는 인센티브, 위험수당 등 보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참여하는 의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고 지역 보건에 기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진료비를 갖고 가라는 모델은 의사들이 보기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차라리 봉사할 테니 위험수당 형식으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 두 달 동안 무수히 이야기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 수 확대 등 의료계에 악재인 정책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회원에게 코로나19 문제에서만큼은 참여하자고 설득하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의협 이필수 부회장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의료기관클리닉을 희망하는 의원 한 곳당 1억원을 준다는데 시설, 장비, 인력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라며 "전라남도의사회 산하 시군에서도 참여하는 의원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개방형클리닉도 진찰료가 약 3만4000원 정도 되는데 환자가 얼마나 오겠나"라고 반문하며 "하루에 2~3명만 오면 그날 그 의사는 10만원 정도의 수입만 있는 것이다. 굉장히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보건의료에 '봉사'한다는 개념이 강하지만 의사도 하나의 직업인만큼 경제적으로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역시 "당일 진료한 환자에게 진료비만 받도록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금액을 구체적으로 책정할 수는 없지만 시간당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보의 동원해 클리닉 꾸리려는 움직임도 속출
보건소 역시 개방형클리닉 운영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이미 예산이 떨어져 어떻게든 운영을 해야 한다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지방 보건소장은 "이미 선별진료소에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따로 시설을 마련하고 참여할 의료진을 꾸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역에 국민안심병원도 있고 선별진료소도 있는 만큼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대신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지자체는 공보의를 동원해 클리닉을 꾸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7개 보건소가 개방형클리닉을 꾸리기 시작했고 이 중 약 10곳은 공중보건의사를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보의협의회 김형갑 회장은 "의사가 와서 환자 진료를 보면 그대로 청구할 수 있도록 편의성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진료기록을 다시 병원으로 들고 가서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상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편하지도 않은데 지원하는 의사가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보의를 활용하면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건소 입장에서는 개방형클리닉이 어찌 보면 수익사업이 될 수도 있다"라며 "코로나19 환자를 감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제도 설계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시작 전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입장인 셈이다.
김대하 대변인은 "제도를 본격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왜 협조하지 않냐며 요구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 역시 제도 취지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하고 존중하는 프로세스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