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세계 코로나19 항체 보유율 차이 원인은?
항체 분석 방법·모집단 수·중증 여부 따라 결과 천차만별
인도 뭄바이 57% 대 한국 0.07%.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 과정에서 획득하는 (중화)항체 보유율에서 각 나라별, 연구별로 극단적인 차이가 나타나면서 그 원인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인도 뭄바이의 경우 인구의 절반이 집단 면역이 가능한 수준의 항체를 보유한 반면 국내에서는 이달 최신 조사에서도 보유율이 0.07%에 그쳤다. 1만명당 고작 7명이 항체를 보유했다는 뜻.
사회적 거리두기, 공중보건 성공적인 방역의 결과로 해석할 순 있지만 국내에서 진행된 조사도 연구별로 결과가 극단적으로 나뉘어 신뢰성에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실제로 비슷한 국내 종합병원에서 진행된 조사에서는 200명 안팎을 대상으로 7.6%에 달하는 항체 보유율이 집계돼 방역당국의 집계치 보다 100배가 넘는 수치차를 보였다.
결과치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무엇일까. 앞서 진행된 연구들을 통해 적절한 조사 방법론에 대해 점검했다.
▲전세계 항체 보유율 약 10%…국내는 '제로'
항체를 보유했다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회복, 이에 대한 면역을 획득했다는 뜻이다. 무증상 및 경증을 거친 사람들은 감염 여부를 모를 수 있다.
항체 보유율은 지역 사회에 코로나19가 얼마나 많은 감염을 일으켰는지, 또 이에 대항해 면역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감염과 면역의 지표다. 항체 보유율에 따라 방역당국의 감염병 대응 지침 및 수준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의 산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인구의 코로나19 평균 항체 보유율은 10% 안팎으로 추산된다. 4~7월까지 발표된 각국 외신 및 국내 집계를 보면 인도 뭄바이 57%, 미국 뉴욕시티 24.7%, 영국 런던 17%, 스웨덴 7.3%의 항체 보유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은 코로나19 항체 보유율은 사실상 '제로'다. 7월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이 30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차 결과 항체 보유율은 0.03%(1명)에 그쳤다.
이같은 수치는 최근 조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9월 14일 중대본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 혈청을 활용한 항체가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6월 10일~8월 13일 수집된 국민건강영양조사 2차분 잔여 혈청 1440건에 대해 항체 및 중화항체검사를 진행한 결과 1건(0.07%)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번 결과와 관련 중대본은 검체의 수집 시기가 확진자의 급증 전 8월 14일 수거된 것으로 8월 중순 이후의 유행 상황을 설명하기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해외 사례에 비해 양성율이 낮은 것 역시 6월부터 8월 초까지 확진자가 적었던 것의 영향으로, 이는 국민들의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와 생활방역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해석했다.
▲국내 항체 보유율 0.07% vs 7.6%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가진 다른 조사도 있다. 대구가톨릭병원과 경북의대 연구진은 5월 25일부터 6월 5일까지 대구가톨릭병원을 내원한 환자 103명과 보호자 95명까지 총 198명을 대상으로 혈청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이전에 코로나19로 확진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조사 결과 항체 보유율(추정 혈청률)은 7.6%로 양성이 15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확인된 경우는 1명에 불과했고 13명은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항체 보유율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 비슷했다. 환자 103명중 9명(8.7%)이, 보호자는 89명 중 6명(6.3%)이 항체를 가졌다.
7.6%라는 수치를 대입하면 대구 지역의 미진단 감염자 수는 PCR 검사 기준 확진자보다 12배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무증상 감염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진단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된 사례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 된다.
27일 기준 국내 확진자는 2만 3611명이다. 이보다 12배 더 존재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국내에는 26만 여명이 '숨은 확진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집단이 198명에 불과하고 대규모 감염 사태가 나타난 대구 지역 및 의료기관을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건 한계다.
연구를 진행한 송석균 정형외과 전문의는 "코로나19 항체 검사는 위양성 및 위음성 가능성으로 신뢰성이 논란이 돼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청 검사는 대유행의 규모 파악 및 향후 재유행의 강도 및 도래 시기 파악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지역사회의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집단면역 개념과 연결된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감염 지수를 3으로 가정했을 때 집단면역에 필요한 임계값은 60~70%(집단면역에 필요한 항체 보유 인구수)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이번 연구는 외래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단일 병원에서 모집돼 표본크기가 작아 일반화하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다"며 "혈청학적 검사방식에도 위음성 등의 신뢰성 논란이 있어 대표 표본을 이용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과값에 영향 미친 요소는?
혈청 역학조사마다 조사 결과가 다르다면 분석 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샘플링 분석 방법 및 대표 집단의 수 선정, 모집단의 크기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질병 사례 사망률 연구에 참여한 최영준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조교수는 "항체 보유율을 따질 때 전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중화항체값인데 연구마다 이런 척도가 다르다면 결과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집단을 샘플링할지, 어떤 지역 및 어떤 시기에 어떤 규모를 대상으로 할지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진다"며 "모집단이 적으면 당연히 적은 값의 수에 총 퍼센티지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진행된 항체 보유율 2차 조사는 고작 1440명을 대상으로 했다. 1명이 나왔을 땐 0.07%에 그치지만 20명이 나왔다면 퍼센티지는 1.4%로, 40명일 땐 2.8%로 요동친다. 대구가톨릭병원의 사례처럼 모집단이 적다면 고작 15명의 양성 반응으로도 항체 보유율 7.6%라는 수치가 나올 수 있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혈청 역학조사의 방법론 역시 제각각이다.
항체 검사에는 혈청학적 검사가 사용되는데 바이러스에 반응할 때 생성되는 항체를 검출하는 원리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다면 신체는 감염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항체)을 형성한다. 항체를 측정하는 방식에는 효소 연계 면역체 측정(ELISA), 화학 효소 효소 면역체 측정법(CLIA)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중화항체검사법을 사용한다.
중국에서 진행된 혈청 분석방식은 ELISA였다. 미국을 예로 들면 조지아주, 샌프란시스코, 뉴욕은 ELISA 방식을, 인디아나주는 CLIA방식을 이용했다. 산타클라라 지역은 신속진단키트(래피드키트)를 사용했다.
이외에도 자체 개발한 검사방법(스웨덴)을 사용한 국가도 있다. 한 국가에서조차 진행된 연구마다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대표 집단의 수, 지역, 기간에 차이가 있어 한 나라의 항체 보유율 기준으로 특정 국가의 항체 보유율의 낮고, 높음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검사 방법 다르면 결과도 달라
감염학회 관계자는 "항체검사법은 위양성, 위음성 논란이 있기 때문에 정확성 보다는 신속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던 4월 경 신속키트로 코로나19를 진단해야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도 신뢰성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체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 않고 제품간, 분석 방법간 편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0% 내외의 각국별 편차는 태생적인 한계로 보인다"며 "다만 국내에서처럼 0.07%대는 전세계 평균에 비춰봐도 너무 적기 때문에 당국이 최소 1만 명 대 이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제시했다.
일부 제품의 경우 RT-PCR 검사 대비 94% 수준의 정확도를 나타낸 것도 있지만 일반적인 신속진단키트의 정확도는 50~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한임상병리사협회가 발간한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CLIA 원리에 의한 항체 검사법 평가' 논문에 따르면 분석 방법에 따라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ELISA법으로 검사한 결과 음성(IgG)과 양성인 검체 각각 10개씩과 또 다른 음성(IgM)인 검체 20개, 양성인 검체 4개를 대상으로 CLIA법을 이용해 검사한 후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ELISA 검사법으로 음성(IgG)인 검체 10개중 1개가 CLIA법에서는 양성 결과를 보였다. ELISA 검사법으로 음성(IgM)인 검체 20개중 1개가 CLIA법에서는 양성 결과를 보였다.
경미하거나 무증상자와 중증 코로나19 감염자에서 중화항체 형성률이 다를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할 사항이다.
고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이 진행한 경미하거나 무증상의 코로나19 감염자의 중화항체값 형성 여부 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의 경미/무증상 코로나19 환자가 중화항체를 형성했지만 폐렴 증상을 보인 환자들 대비 항체 역가는 낮았다. 중증일 수록 항체 테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항체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뜻.
김연숙 충남의대 감염내과 교수 등이 진행한 메르스 환자에서의 중화항체 지속성 연구 결과를 보면 심한 폐렴을 앓은 환자에서 최대 3년동안 항체가 유지됐고 특히 항체 반응은 발열 기간, 감염 기간, 바이러스 부하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항체 검사의 방식, 모집단 수, 조사 지역, 감염자의 중증도 등 수많은 변수가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하지 않고 항체 보유율 수치만을 근거로 방역 정책을 펼치는 것은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방역당국도 오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규모 검사로 논란을 일단락짓겠다는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집단 발생 지역인 대구‧경산 지역 일반인 및 의료진 등 3300명과 군 입소 장정 1만명 및 지역 대표집단 1만명에 대한 항체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상세한 집단면역 정도 등을 파악해 방역 대책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영준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조교수는 "항체 보유율은 딜레마로 표현할 수 있다"며 "항체가 거의 없다는 것의 그만큼 방역이 훌륭했다고 할 수 있지만 나중에 재유행이 올 때 취약하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항체 보유율을 절대 가치로 여기기보다는 결과값이 척도로서 어떤 의미인지부터 따져야 한다"며 "연구 샘플링 방법론을 좀 더 세밀히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검사 대상자 수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 과정에서 획득하는 (중화)항체 보유율에서 각 나라별, 연구별로 극단적인 차이가 나타나면서 그 원인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인도 뭄바이의 경우 인구의 절반이 집단 면역이 가능한 수준의 항체를 보유한 반면 국내에서는 이달 최신 조사에서도 보유율이 0.07%에 그쳤다. 1만명당 고작 7명이 항체를 보유했다는 뜻.
사회적 거리두기, 공중보건 성공적인 방역의 결과로 해석할 순 있지만 국내에서 진행된 조사도 연구별로 결과가 극단적으로 나뉘어 신뢰성에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실제로 비슷한 국내 종합병원에서 진행된 조사에서는 200명 안팎을 대상으로 7.6%에 달하는 항체 보유율이 집계돼 방역당국의 집계치 보다 100배가 넘는 수치차를 보였다.
결과치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무엇일까. 앞서 진행된 연구들을 통해 적절한 조사 방법론에 대해 점검했다.
▲전세계 항체 보유율 약 10%…국내는 '제로'
항체를 보유했다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회복, 이에 대한 면역을 획득했다는 뜻이다. 무증상 및 경증을 거친 사람들은 감염 여부를 모를 수 있다.
항체 보유율은 지역 사회에 코로나19가 얼마나 많은 감염을 일으켰는지, 또 이에 대항해 면역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감염과 면역의 지표다. 항체 보유율에 따라 방역당국의 감염병 대응 지침 및 수준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의 산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인구의 코로나19 평균 항체 보유율은 10% 안팎으로 추산된다. 4~7월까지 발표된 각국 외신 및 국내 집계를 보면 인도 뭄바이 57%, 미국 뉴욕시티 24.7%, 영국 런던 17%, 스웨덴 7.3%의 항체 보유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은 코로나19 항체 보유율은 사실상 '제로'다. 7월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이 30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차 결과 항체 보유율은 0.03%(1명)에 그쳤다.
이같은 수치는 최근 조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9월 14일 중대본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 혈청을 활용한 항체가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6월 10일~8월 13일 수집된 국민건강영양조사 2차분 잔여 혈청 1440건에 대해 항체 및 중화항체검사를 진행한 결과 1건(0.07%)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번 결과와 관련 중대본은 검체의 수집 시기가 확진자의 급증 전 8월 14일 수거된 것으로 8월 중순 이후의 유행 상황을 설명하기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해외 사례에 비해 양성율이 낮은 것 역시 6월부터 8월 초까지 확진자가 적었던 것의 영향으로, 이는 국민들의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와 생활방역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해석했다.
▲국내 항체 보유율 0.07% vs 7.6%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가진 다른 조사도 있다. 대구가톨릭병원과 경북의대 연구진은 5월 25일부터 6월 5일까지 대구가톨릭병원을 내원한 환자 103명과 보호자 95명까지 총 198명을 대상으로 혈청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이전에 코로나19로 확진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조사 결과 항체 보유율(추정 혈청률)은 7.6%로 양성이 15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확인된 경우는 1명에 불과했고 13명은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항체 보유율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 비슷했다. 환자 103명중 9명(8.7%)이, 보호자는 89명 중 6명(6.3%)이 항체를 가졌다.
7.6%라는 수치를 대입하면 대구 지역의 미진단 감염자 수는 PCR 검사 기준 확진자보다 12배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무증상 감염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진단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된 사례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 된다.
27일 기준 국내 확진자는 2만 3611명이다. 이보다 12배 더 존재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국내에는 26만 여명이 '숨은 확진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집단이 198명에 불과하고 대규모 감염 사태가 나타난 대구 지역 및 의료기관을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건 한계다.
연구를 진행한 송석균 정형외과 전문의는 "코로나19 항체 검사는 위양성 및 위음성 가능성으로 신뢰성이 논란이 돼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청 검사는 대유행의 규모 파악 및 향후 재유행의 강도 및 도래 시기 파악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지역사회의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집단면역 개념과 연결된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감염 지수를 3으로 가정했을 때 집단면역에 필요한 임계값은 60~70%(집단면역에 필요한 항체 보유 인구수)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이번 연구는 외래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단일 병원에서 모집돼 표본크기가 작아 일반화하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다"며 "혈청학적 검사방식에도 위음성 등의 신뢰성 논란이 있어 대표 표본을 이용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과값에 영향 미친 요소는?
혈청 역학조사마다 조사 결과가 다르다면 분석 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샘플링 분석 방법 및 대표 집단의 수 선정, 모집단의 크기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질병 사례 사망률 연구에 참여한 최영준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조교수는 "항체 보유율을 따질 때 전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중화항체값인데 연구마다 이런 척도가 다르다면 결과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집단을 샘플링할지, 어떤 지역 및 어떤 시기에 어떤 규모를 대상으로 할지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진다"며 "모집단이 적으면 당연히 적은 값의 수에 총 퍼센티지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진행된 항체 보유율 2차 조사는 고작 1440명을 대상으로 했다. 1명이 나왔을 땐 0.07%에 그치지만 20명이 나왔다면 퍼센티지는 1.4%로, 40명일 땐 2.8%로 요동친다. 대구가톨릭병원의 사례처럼 모집단이 적다면 고작 15명의 양성 반응으로도 항체 보유율 7.6%라는 수치가 나올 수 있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혈청 역학조사의 방법론 역시 제각각이다.
항체 검사에는 혈청학적 검사가 사용되는데 바이러스에 반응할 때 생성되는 항체를 검출하는 원리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다면 신체는 감염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항체)을 형성한다. 항체를 측정하는 방식에는 효소 연계 면역체 측정(ELISA), 화학 효소 효소 면역체 측정법(CLIA)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중화항체검사법을 사용한다.
중국에서 진행된 혈청 분석방식은 ELISA였다. 미국을 예로 들면 조지아주, 샌프란시스코, 뉴욕은 ELISA 방식을, 인디아나주는 CLIA방식을 이용했다. 산타클라라 지역은 신속진단키트(래피드키트)를 사용했다.
이외에도 자체 개발한 검사방법(스웨덴)을 사용한 국가도 있다. 한 국가에서조차 진행된 연구마다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대표 집단의 수, 지역, 기간에 차이가 있어 한 나라의 항체 보유율 기준으로 특정 국가의 항체 보유율의 낮고, 높음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검사 방법 다르면 결과도 달라
감염학회 관계자는 "항체검사법은 위양성, 위음성 논란이 있기 때문에 정확성 보다는 신속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던 4월 경 신속키트로 코로나19를 진단해야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도 신뢰성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체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 않고 제품간, 분석 방법간 편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0% 내외의 각국별 편차는 태생적인 한계로 보인다"며 "다만 국내에서처럼 0.07%대는 전세계 평균에 비춰봐도 너무 적기 때문에 당국이 최소 1만 명 대 이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제시했다.
일부 제품의 경우 RT-PCR 검사 대비 94% 수준의 정확도를 나타낸 것도 있지만 일반적인 신속진단키트의 정확도는 50~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한임상병리사협회가 발간한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CLIA 원리에 의한 항체 검사법 평가' 논문에 따르면 분석 방법에 따라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ELISA법으로 검사한 결과 음성(IgG)과 양성인 검체 각각 10개씩과 또 다른 음성(IgM)인 검체 20개, 양성인 검체 4개를 대상으로 CLIA법을 이용해 검사한 후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ELISA 검사법으로 음성(IgG)인 검체 10개중 1개가 CLIA법에서는 양성 결과를 보였다. ELISA 검사법으로 음성(IgM)인 검체 20개중 1개가 CLIA법에서는 양성 결과를 보였다.
경미하거나 무증상자와 중증 코로나19 감염자에서 중화항체 형성률이 다를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할 사항이다.
고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이 진행한 경미하거나 무증상의 코로나19 감염자의 중화항체값 형성 여부 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의 경미/무증상 코로나19 환자가 중화항체를 형성했지만 폐렴 증상을 보인 환자들 대비 항체 역가는 낮았다. 중증일 수록 항체 테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항체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뜻.
김연숙 충남의대 감염내과 교수 등이 진행한 메르스 환자에서의 중화항체 지속성 연구 결과를 보면 심한 폐렴을 앓은 환자에서 최대 3년동안 항체가 유지됐고 특히 항체 반응은 발열 기간, 감염 기간, 바이러스 부하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항체 검사의 방식, 모집단 수, 조사 지역, 감염자의 중증도 등 수많은 변수가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하지 않고 항체 보유율 수치만을 근거로 방역 정책을 펼치는 것은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방역당국도 오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규모 검사로 논란을 일단락짓겠다는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집단 발생 지역인 대구‧경산 지역 일반인 및 의료진 등 3300명과 군 입소 장정 1만명 및 지역 대표집단 1만명에 대한 항체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상세한 집단면역 정도 등을 파악해 방역 대책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영준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조교수는 "항체 보유율은 딜레마로 표현할 수 있다"며 "항체가 거의 없다는 것의 그만큼 방역이 훌륭했다고 할 수 있지만 나중에 재유행이 올 때 취약하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항체 보유율을 절대 가치로 여기기보다는 결과값이 척도로서 어떤 의미인지부터 따져야 한다"며 "연구 샘플링 방법론을 좀 더 세밀히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검사 대상자 수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