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③코로나19, 제약 산업 영업 환경에 변화 기폭제
변화하지 못하면 생존 불가…온라인·학술컨텐츠로 중무장
|메디칼타임즈=최선·이인복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1년, 부의 양극화가 더 커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부자들에게 코로나19가 기회였던 반면 빈곤층에게는 신종 감염병은 재앙이었다. 일면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위기'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산업계도 변했다. 아니 강제적인 변화의 기로 앞에 섰다. 변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체질 개선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제약업계뿐 아니라 의료기기산업 역시 비대면 기조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다.
웨비나, 학술 강화, 줌 미팅 등 팬데믹 상황이 바꿔놓은 제약, 의료기기 산업 전반의 변화와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짚었다.
▲교수 방문 여는 '키'는 학술 콘텐츠…신약 보유사엔 '기회'
P-CAB 계열 신약을 보유한 국내 모 제약사에게 코로나19는 기회였다. 오전 9시. A씨는 사무실 대신 대학병원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재택근무 및 현지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굳이 사무실을 들려야 하는 절차가 생략된 것.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의대교수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누구도 선뜻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학술 콘텐츠란 '키'를 갖고 교수실의 방문을 열고 있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몸으로 하는 영업이 많았습니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학술 콘텐츠를 중심으로 영업을 합니다. 과거 영업이 감성 영업이었다면 지금은 학술 영업으로 양상이 바뀐 것입니다."
얼굴도장 찍기용 단순 면담 신청에는 거절 응답이 돌아왔다. 대학병원 자체적으로 영업사원 및 외부인과의 접촉 최소화를 명시하면서 친분이 있던 교수들에게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명분이 필요했다. A씨는 만남의 명분을 학술 콘텐츠에서 찾았다. 자신이 맡은 신약에 대해 매일 새로운 논문을 검색하는 버릇이 생겼다. 내과 교수들이 P-CAB 신약에 대한 새 적응증 적용 사례나 질환 치료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한 것. 신규 논문이 나오면 이를 프린트 해 교수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교수들은 학구적인 열의가 높기 때문에 신규 논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진료 일정 등으로 바쁜데 관심사인 새 논문을 직접 찾아보기란 어렵기 때문이죠. 그냥 인사드리러 방문하겠다고 하면 거절을 하지만, 학술 내용 소개겸 간다고 하면 십중팔구는 오케이 싸인이 떨어집니다."
해당 제약사는 작년 웨비나(웹 방식 세미나) 효과도 톡톡히 봤다. 코로나19 이전엔 주로 호텔을 빌려 오프라인 심포지엄을 열었다. 식사와 숙박비 지원 개념이 강한 오프라인 방식에는 참여자가 적어도 100여명, 많게는 200여명까지 몰려들었다.
반면 웨비나는 의사들이 얻을 메리트가 적은 것이 사실.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웹비나에 접속해 줄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A씨는 여기서도 기회를 엿봤다. 오프라인 방식 대비 참여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오히려 약을 신뢰하는 가진 '로열티 키닥터'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웨비나를 진행할 때만 해도 과연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 줄지, 질문은 활발하게 나올지 걱정했던 게 사실었다"며 "하지만 실상 웨비나에선 라이브 채팅을 통해 다양한 질문이 쉴새 없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오프라인 방식에선 손을 들고 마이크로 질문을 해야 하는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온라인 방식에선 키보드로 간단하게 질의 사항을 올리면 된다"며 "매번 웨비나를 열 때마다 50~100명씩 접속하는 분들을 확실한 타겟군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영업하니…자기계발 늘고 서류 작업 줄고
현지 출근 및 재택근무로 여유로운 일상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A 씨에겐 자기 계발의 기회다. 월, 수, 금 사무실에 출근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일부 인력만 순환 구조로 사무실에 출근한다.
남는 시간에 발굴한 학술 콘텐츠를 어떻게 잘 전달할지에 보다 집중한다. 실제로 학술 콘텐츠 강화를 위해 해당 제약사는 사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의 교육 비중을 이전보다 더욱 늘렸다.
A 씨는 "재택근무와 현지 출근 정책으로 사무실을 들려 현장으로 나가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과거엔 하루 10명 만나기와 같은 단순한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시간에 면밀히 오늘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디테일을 준비하기 때문에 보다 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술 콘텐츠로 영업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며 "얼굴도장 찍기와 같은 대면 영업 환경에서는 굳이 나를 계발해야 할 동기나 유인책이 부족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팬데믹 환경은 신약 보유사에겐 기회였다. 신약이 없는 제네릭 중심의 중소형 제약사에게 코로나19는 위기로 다가온 것이 사실. 하지만 콜 관리와 같은 기계적인 단순 작업이 사라진 것은 기회로 읽힌다.
중소형 제약사에서 영업을 하던 B 씨도 서류 작업 감소를 긍정하는 편이다.
B 씨는 "제약사에는 콜 관리라는 작업이 있다"며 "하루 몇 군데 병의원을 돌았는지, 만나서 어떤 결과물을 하거나 예상하는지 적어내야 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수들이 아예 만남을 꺼리면서 거래처 발굴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실 출근 및 콜 관리 페이퍼 워크가 사라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회사 자체적으로 대면 방식의 교육을 줄이고 동영상 방식으로 신제품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보면 코로나19 상황은 중소형제약사에 위기인 것은 맞지만 생존을 위해 강제적으로 신약 개발 R&D 투자 모멘텀이 생긴 것은 긍정적이다"며 "IMF 당시 구조조정과 통폐합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난립하는 제약사들이 통폐합되며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위기가 곧 기회" 기술력으로 영업 한계 넘는 의료기기 기업들
제약과 더불어 보건의료산업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의료기기 산업도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위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활로를 찾기 위해 안간심 쓰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의료기기 산업들의 전략도 제약 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의사들이 먼저 찾아주는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는 전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와 같은 대면 영업 방식들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데다 기기 산업의 특성상 비대면 영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기술력으로 영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2020년 모든 산업군이 코로나19로 인해 주저 앉은 상황에서 나홀로 특수를 노렸던 진단 키트 사업들이 바로 그 중 하나다.
실제로 각종 증권 보고서 등에 따르면 맥아이씨에스가 동년 대비 매출이 1227%나 급증한데 이어 엑세스 바이오가 955%, 씨젠이 513%, 수젠텍이 459%가 급성장하며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을 얻었다.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도 이 곳에서 기회를 찾았다. 로슈진단이 대표적인 경우. 이미 진단 부분에서 세계 1위를 갖추고 있는 로슈진단은 빠르게 코로나 진단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며 다른 곳에서 빠진 매출액을 상쇄했다.
한국로슈진단 진단검사사업부 김형주 마케팅 본부장은 "로슈진단의 PCR 진단법은 전 세계 최초로 미국 FDA와 유럽 EUA 승인을 받았다"며 "또한 5월에는 항체검사키트를, 9월에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동시에 확인하는 대용량 키트를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아예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도 있다. 기업이 가진 경쟁력을 코로나에 적용해 전 세계가 저절로 주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영업력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해 흉부 엑스레이 사진만으로 코로나 진단을 돕는 제품을 선보인 루닛이 대표적인 경우다. 루닛의 앞선 인공지능 기술을 코로나19에 접목시키면서 굳이 영업을 나서지 않아도 우수한 AI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공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루닛이 개발한 인사이트 CXR은 2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95%의 정확도로 코로나를 진단해 냈다. 이러한 내용은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실리며 전 세계에 홍보가 됐다.
메디컬아이피도 마찬가지 경우다. 특히 메디컬아이피는 더욱 공격적인 전략을 썼다. 바로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한 코로나 진단 기술을 완전히 무료로 전 세계에 공개했다.
실제로 메디컬아이피는 코로나19가 시작된 3월 CT 영상에서 코로나19의 정량적 정보를 분석해주는 AI MEDIP COVID19를 무료로 배포한 데 이어 10월에는 X-ray 기반 신기술 티셉까지 공짜로 나눠줬다.
당장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의료진에게 차라리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나눠주고 그 기술력을 확인한 뒤 메디컬아이피를 인지하고 정식 제품을 구입하라는 영업 전략인 셈이다.
메디컬아이피 박상준 대표이사는 "티셉이 전 세계 의료현장에서 의료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데 적극 활용되며 코로나19 환자의 진단과 사망률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며 "메디컬아이피 AI 기술이 거둔 성과"라고 말했다.
영상의료기기 기업인 바텍은 아예 새로 개발한 제품의 영업 전략을 코로나19에 타깃을 맞췄다. 치과용으로 개발한 소형 CT를 이동식 코로나 진단을 위한 제품으로 새롭게 이미지를 씌운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이 바이러스성 폐증상이 발생할 경우 설치와 이동이 쉬운 영상 장비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아예 타깃을 맞춘 셈이다.
바텍 현정훈 대표이사는 "바텍이 개발한 소형 CT인 스마트엠은 치과용 소형 CT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제품"이라며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성 폐질환에 대해 상당한 효용성이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도 변했다. 아니 강제적인 변화의 기로 앞에 섰다. 변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체질 개선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제약업계뿐 아니라 의료기기산업 역시 비대면 기조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다.
웨비나, 학술 강화, 줌 미팅 등 팬데믹 상황이 바꿔놓은 제약, 의료기기 산업 전반의 변화와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짚었다.
▲교수 방문 여는 '키'는 학술 콘텐츠…신약 보유사엔 '기회'
P-CAB 계열 신약을 보유한 국내 모 제약사에게 코로나19는 기회였다. 오전 9시. A씨는 사무실 대신 대학병원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재택근무 및 현지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굳이 사무실을 들려야 하는 절차가 생략된 것.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의대교수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누구도 선뜻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학술 콘텐츠란 '키'를 갖고 교수실의 방문을 열고 있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몸으로 하는 영업이 많았습니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학술 콘텐츠를 중심으로 영업을 합니다. 과거 영업이 감성 영업이었다면 지금은 학술 영업으로 양상이 바뀐 것입니다."
얼굴도장 찍기용 단순 면담 신청에는 거절 응답이 돌아왔다. 대학병원 자체적으로 영업사원 및 외부인과의 접촉 최소화를 명시하면서 친분이 있던 교수들에게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명분이 필요했다. A씨는 만남의 명분을 학술 콘텐츠에서 찾았다. 자신이 맡은 신약에 대해 매일 새로운 논문을 검색하는 버릇이 생겼다. 내과 교수들이 P-CAB 신약에 대한 새 적응증 적용 사례나 질환 치료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한 것. 신규 논문이 나오면 이를 프린트 해 교수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교수들은 학구적인 열의가 높기 때문에 신규 논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진료 일정 등으로 바쁜데 관심사인 새 논문을 직접 찾아보기란 어렵기 때문이죠. 그냥 인사드리러 방문하겠다고 하면 거절을 하지만, 학술 내용 소개겸 간다고 하면 십중팔구는 오케이 싸인이 떨어집니다."
해당 제약사는 작년 웨비나(웹 방식 세미나) 효과도 톡톡히 봤다. 코로나19 이전엔 주로 호텔을 빌려 오프라인 심포지엄을 열었다. 식사와 숙박비 지원 개념이 강한 오프라인 방식에는 참여자가 적어도 100여명, 많게는 200여명까지 몰려들었다.
반면 웨비나는 의사들이 얻을 메리트가 적은 것이 사실.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웹비나에 접속해 줄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A씨는 여기서도 기회를 엿봤다. 오프라인 방식 대비 참여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오히려 약을 신뢰하는 가진 '로열티 키닥터'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웨비나를 진행할 때만 해도 과연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 줄지, 질문은 활발하게 나올지 걱정했던 게 사실었다"며 "하지만 실상 웨비나에선 라이브 채팅을 통해 다양한 질문이 쉴새 없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오프라인 방식에선 손을 들고 마이크로 질문을 해야 하는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온라인 방식에선 키보드로 간단하게 질의 사항을 올리면 된다"며 "매번 웨비나를 열 때마다 50~100명씩 접속하는 분들을 확실한 타겟군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영업하니…자기계발 늘고 서류 작업 줄고
현지 출근 및 재택근무로 여유로운 일상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A 씨에겐 자기 계발의 기회다. 월, 수, 금 사무실에 출근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일부 인력만 순환 구조로 사무실에 출근한다.
남는 시간에 발굴한 학술 콘텐츠를 어떻게 잘 전달할지에 보다 집중한다. 실제로 학술 콘텐츠 강화를 위해 해당 제약사는 사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의 교육 비중을 이전보다 더욱 늘렸다.
A 씨는 "재택근무와 현지 출근 정책으로 사무실을 들려 현장으로 나가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과거엔 하루 10명 만나기와 같은 단순한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시간에 면밀히 오늘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디테일을 준비하기 때문에 보다 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술 콘텐츠로 영업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며 "얼굴도장 찍기와 같은 대면 영업 환경에서는 굳이 나를 계발해야 할 동기나 유인책이 부족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팬데믹 환경은 신약 보유사에겐 기회였다. 신약이 없는 제네릭 중심의 중소형 제약사에게 코로나19는 위기로 다가온 것이 사실. 하지만 콜 관리와 같은 기계적인 단순 작업이 사라진 것은 기회로 읽힌다.
중소형 제약사에서 영업을 하던 B 씨도 서류 작업 감소를 긍정하는 편이다.
B 씨는 "제약사에는 콜 관리라는 작업이 있다"며 "하루 몇 군데 병의원을 돌았는지, 만나서 어떤 결과물을 하거나 예상하는지 적어내야 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수들이 아예 만남을 꺼리면서 거래처 발굴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실 출근 및 콜 관리 페이퍼 워크가 사라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회사 자체적으로 대면 방식의 교육을 줄이고 동영상 방식으로 신제품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보면 코로나19 상황은 중소형제약사에 위기인 것은 맞지만 생존을 위해 강제적으로 신약 개발 R&D 투자 모멘텀이 생긴 것은 긍정적이다"며 "IMF 당시 구조조정과 통폐합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난립하는 제약사들이 통폐합되며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위기가 곧 기회" 기술력으로 영업 한계 넘는 의료기기 기업들
제약과 더불어 보건의료산업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의료기기 산업도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위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활로를 찾기 위해 안간심 쓰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의료기기 산업들의 전략도 제약 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의사들이 먼저 찾아주는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는 전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와 같은 대면 영업 방식들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데다 기기 산업의 특성상 비대면 영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기술력으로 영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2020년 모든 산업군이 코로나19로 인해 주저 앉은 상황에서 나홀로 특수를 노렸던 진단 키트 사업들이 바로 그 중 하나다.
실제로 각종 증권 보고서 등에 따르면 맥아이씨에스가 동년 대비 매출이 1227%나 급증한데 이어 엑세스 바이오가 955%, 씨젠이 513%, 수젠텍이 459%가 급성장하며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을 얻었다.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도 이 곳에서 기회를 찾았다. 로슈진단이 대표적인 경우. 이미 진단 부분에서 세계 1위를 갖추고 있는 로슈진단은 빠르게 코로나 진단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며 다른 곳에서 빠진 매출액을 상쇄했다.
한국로슈진단 진단검사사업부 김형주 마케팅 본부장은 "로슈진단의 PCR 진단법은 전 세계 최초로 미국 FDA와 유럽 EUA 승인을 받았다"며 "또한 5월에는 항체검사키트를, 9월에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동시에 확인하는 대용량 키트를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아예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도 있다. 기업이 가진 경쟁력을 코로나에 적용해 전 세계가 저절로 주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영업력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해 흉부 엑스레이 사진만으로 코로나 진단을 돕는 제품을 선보인 루닛이 대표적인 경우다. 루닛의 앞선 인공지능 기술을 코로나19에 접목시키면서 굳이 영업을 나서지 않아도 우수한 AI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공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루닛이 개발한 인사이트 CXR은 2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95%의 정확도로 코로나를 진단해 냈다. 이러한 내용은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실리며 전 세계에 홍보가 됐다.
메디컬아이피도 마찬가지 경우다. 특히 메디컬아이피는 더욱 공격적인 전략을 썼다. 바로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한 코로나 진단 기술을 완전히 무료로 전 세계에 공개했다.
실제로 메디컬아이피는 코로나19가 시작된 3월 CT 영상에서 코로나19의 정량적 정보를 분석해주는 AI MEDIP COVID19를 무료로 배포한 데 이어 10월에는 X-ray 기반 신기술 티셉까지 공짜로 나눠줬다.
당장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의료진에게 차라리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나눠주고 그 기술력을 확인한 뒤 메디컬아이피를 인지하고 정식 제품을 구입하라는 영업 전략인 셈이다.
메디컬아이피 박상준 대표이사는 "티셉이 전 세계 의료현장에서 의료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데 적극 활용되며 코로나19 환자의 진단과 사망률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며 "메디컬아이피 AI 기술이 거둔 성과"라고 말했다.
영상의료기기 기업인 바텍은 아예 새로 개발한 제품의 영업 전략을 코로나19에 타깃을 맞췄다. 치과용으로 개발한 소형 CT를 이동식 코로나 진단을 위한 제품으로 새롭게 이미지를 씌운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이 바이러스성 폐증상이 발생할 경우 설치와 이동이 쉬운 영상 장비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아예 타깃을 맞춘 셈이다.
바텍 현정훈 대표이사는 "바텍이 개발한 소형 CT인 스마트엠은 치과용 소형 CT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제품"이라며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성 폐질환에 대해 상당한 효용성이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