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이필수 2인 경쟁...선거운동 불가 합종연횡이 변수

박양명
발행날짜: 2021-03-22 05:45:58
  • 성격은 다르지만 공약부분에서 어필...교수·지역의사 표심 주효 분석
    결선투표 관전 포인트, 조직력에다 낙선 후보와 연대 얹기 변수가 핵심

결선투표 도입 후 첫번 째 의협 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후보 6명 중 기호 1번 임현택 후보(51, 충남의대, 소아청소년과), 기호 3번 이필수 후보(59, 전남의대, 흉부외과)가 결선에서 다시 한번 맞붙게 된다.

제41대 의협 회장 선거 개표 현장
19일 저녁 6시 투표를 마감한 결과 온라인 투표에는 4만7885명 중 2만5030명(52.3%)이 참여, 우편 투표에는 1084명 중 766명(70.6%)이 참여했다. 전체 투표율은 4만8969명 중 2만5796명이 참여하면서 52.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우편 투표 결과에서도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기호 1번 임현택 후보가 191표, 기호 3번 이필수 후보가 186표를 얻으며 1, 2위를 차지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기호 5번 이동욱 후보가 141표를 얻으며 우편투표에서 3위를 기록했고 기호 4번 박홍준 후보가 129표를 얻었다. 기호 2번 유태욱 후보와 기호6번 김동석 후보는 각각 38표와 70표를 기록했다.

이로써 1위와 2위를 차지한 후보가 전체의 과반이 넘는 56.4%의 표를 가져갔다.

코로나19 영향에다 네거티브 선거를 지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선거가 치러졌지만 의사들의 관심은 달랐다. 40대 회장 선거 투표율 49%보다도 3.7%p 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 노환규 의협회장 이후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38대 의협 회장 선거부터 보면 선거인명부를 열람한 유권자는 8000여명씩 늘었는데, 올해는 오히려 4000명 증가하는 데서 그쳤다. 회비 납부율도 60%대에 머물면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율이 50%를 넘었다는 것은 기존에 투표를 하지 않았던 누군가가 한 표를 행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계 총파업 여파, 교수·전임의·지역의사 적극 참여

투표율이 증가한 데는 지난해 의료계 총파업이 역할을 했고, 교수 또는 전임의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젊은 의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 총파업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선거에 비교적 무관심한 층으로 꼽혔던 대학병원 교수를 비롯해 전임의가 관심을 가졌다고 보는 것.

실제 의협 상황, 의료정책에 관심이 큰 대학병원 교수들은 선거 첫날 투표 후 SNS 등에 인증까지 하며 관심을 적극 표현했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지난해 여름 총파업 이후 전공의와 전임의가 거리로 뛰어나갔고, 의대생이 국시를 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교수들 마음이 뜨거워졌을 것"이라며 "회비를 냈던 사람들 중 기존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교수나 전임의 유입이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경상도 한 개원의도 "총파업 여파가 투표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본다"라며 "최대집 집행부가 강력한 투쟁만 외치고 제대로 된 회무를 하지 않아 실망한 회원이 적극적으로 한 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편투표 개표하는 모습.
지역 의사들의 관심이 여느 때와 달리 컸다는 분석도 있다. 6명의 후보 중 5명의 후보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출신이 아닌 지방의대 출신이기 때문에 지역이 들썩 거렸다는 후문이다. 지방의대 출신 의협 회장은 역사상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결선을 치르는 두 후보 모두 충청도와 전라도 소재 의대를 나온 것.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사실 의협 회장 선거는 수도권 지역 의사들 그들만의 선거라는 분위기가 컸는데 이번에는 지방의대 출신 후보가 많다 보니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라며 "후보자 출신 의대 동문은 내부 SNS에서 해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공개 선언들이 이어지기도 하는 등 지역의사의 관심이 컸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쉬운 조용한 선거전 "문자메시지 선거운동 공해수준"

그렇기 때문에 조용한 선거전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13만 의사 중 유권자 숫자가 절반도 안 되는데 이 중에서도 절반만 투표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의협 회장의 대표성은 늘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으로 각 후보들은 대면 선거운동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가용 가능한 SNS 채널을 모두 운영하며 공약 알리기에 집중했다. 그 흔한 선거캠프 발대식 등 오프라인 행사도 자제했다.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이번 선거는 너무 조용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우니 후보들이 문자메시지를 주로 보내 공해 수준이었다. 스팸처리하는 교수들도 많았다"라며 "다만 전자투표 방식 자체가 편리해서 투표 의지가 있는 교수들은 편하게 참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택 후보(왼쪽)와 이필수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는다.
남은 일주일, 결선투표 향방은? '조직력·합종연횡'

이제 남은 것은 두 명의 후보를 놓고 다시 한번 더 치러지는 결선투표. 선거 규정상 각 후보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물밑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 키워드는 조직력과 합종연횡이다. 두 명의 후보 중 한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 만큼 탈락한 4명의 후보와 그 조직의 표심이 어디로 이동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선거캠프 관계자는 "이미 단합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장단이 있다"라며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을 하게 되면 당선되지 않은 다른 후보에게 지분이 생겨버리니 새술에 새 부대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B후보 캠프 관계자도 "합종연횡은 선거 시작 전 약속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기는 어렵다"라며 "앞으로 선거가 또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결선에 가지 못한 후보와의 단합 등은 물밑에서 계속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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