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코앞인데 협상단도 못꾸린 건보공단 속사정은?

박양명
발행날짜: 2021-04-22 05:45:59
  •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24일 임기 만료...차기 이사 감감무소식
    의료계 "재정위 설득 과정에서 건보공단 협상단장 역할 중요"

당장 다음 달 벌어질 수가협상에서 의약단체를 상대할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그 중에서도 협상단을 이끌 단장 자리에는 누가 앉을까.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 환산지수 결정을 위한 수가협상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건보공단은 수가협상단도 꾸리지 못하고 있다.

통상 건보공단은 급여상임이사가 수가협상단장을 맡아 6개 유형을 대표하는 의약단체와 수가 인상률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다.

문제는 강청희 급여상임이사의 임기가 24일 마무리된다는 것. 신임 급여상임이사 임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강 이사의 임기 연장이 확실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수가협상 당시 건보공단 수가협상단. 왼쪽부터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단장), 정해민 실장, 박종헌 실장, 윤유경 부장.
그동안 관행대로라면 강청희 급여상임이사가 수가협상단장을 맡고 협상단을 꾸리면 된다. 하지만 섣불리 수가협상단을 꾸릴 수도 없다. 본격 수가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는 아직 2~3주의 시간이 남아있는데 그 사이 신임 급여상임이사 임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신임 급여상임이사가 올 때까지 강청희 이사가 계속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미 인지하고 있다"라며 "수가협상 관련 업무도 하지만 협상 기한에 임박해 신임 급여상임이사가 오더라도 인수인계를 고려하면 차질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급여상임이사가 아닌 다른 상임이사가 수가협상단을 이끌 수도 있다는 내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건보공단 재정을 비롯해 내부 살림을 관리하는 기획상임이사 이름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건보공단 또 다른 관계자는 "수가협상 시작을 알리는 상견례 일정은 나왔는데 수가협상단은 다음 주 중에나 이사장 보고를 통해 협상단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수가협상 기간 중에 급여상임이사가 바뀌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급여이사가 협상단장을 하라는 규정이 없으니 다른 상임이사가 단장으로 나서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건보공단 수가협상단 구성은 미뤄지고 있지만 강청희 이사의 주도로 수가협상 대비는 차곡차곡하고 있는 상황.

강 이사는 "수가협상단을 꾸리지 않아도 내부적으로는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수가 인상에 사용할 재정을 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을 만나서 의견을 듣고, 주무 부서에서는 공급자 단체를 직접 만나 사전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산지수 연구용역 결과도 챙기는 등 기존에 해왔던 작업들을 차근차근하고 있다"라며 "22일 예정된 수가계약 제도발전협의체에서도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수가협상단조차 꾸리지 못한 건보공단 상황이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큰 흐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의사협회 전 임원은 "건보공단도 한 개인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조직을 움직이는 것이고 20년 가까이 이뤄진 수가협상에서의 루틴이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며 "의협도 집행부가 새로 바뀌면서 수가협상단을 아직 안 꾸렸다. 건보공단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여상임이사 성향에 따라 세부적인 협상 내용에 차이가 생길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현재 차기 급여상임이사로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상황.

한 공급자 단체 고위 관계자는 "급여상임이사의 의료계 이해 폭에 따라 수가협상에 어려움을 겪기도, 계약서에 비교적 수월하게 사인하기도 한다"라며 "협상에 임하는 공급자 단체 입장에서는 급여상임이사 성향을 파악해 협상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데 전혀 예측할 수 없으니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 공급자단체 보험이사도 "내년도 수가인상에 투입할 건강보험 재정, 일명 밴딩을 재정운영위가 정하는데 그대로 가는 게 아니다.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라며 "여기서 필요한 게 협상력인데 급여상임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급자 단체 입장에서는 지난해 반영되지 않았던 코로나19 손실 반영 여부가 핵심"이라며 "급여상임이사가 의료계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며 재정위에서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후임 급여상임이사가 의료인 출신인지, 얼마나 의료계에 친화적일 수 있는지 등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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