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대전 이양덕내과 원장
|칼럼|이양덕 원장(대전 이양덕내과)
'이 원장 코로나 백신해! 안해?' 선배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나의 답은 간단하게 '안 합니다'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신청을 안 한 것이 아니고 선정기준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해 취소한 것이었다.
올해 1월 25일 저녁 8시쯤 서재에서 공부를 하다가 보건소의 이메일을 받았다. '(필독) 코로나19 임시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참여 의향 조사 안내'였다. 내용에는 병의원 면적, 24시간 모니터링이 되는 자동온도기록계, 별도의 백신 준비 공간, 접종 후 모니터링 공간 등 이전의 독감백신 접종과는 다른 내용들이 있었고 제출기한은 '1월 27일(수) 오전11시(기한엄수!!)'로 급박해 보였다. '기한 내 제출하지 않으시면 참여의사가 없는 걸로 간주'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바로 위탁의료기관 신청 서류를 작성했다.
24시간 모니터링 온도계는 설치예정으로 하고 바로 여러 교수님들에게 정보를 얻어 구매를 했다. 그 후 의협에서는 정부와 협의 중이니 온도계 구입을 기다려달라는 문자를 보내왔고 업체에 문의한 결과 대전지역의 개인 의원에서는 처음이고 3년 후에는 매월 관리비가 있다는 말에 보류를 하였다.
그 후 여러 번의 새로운 내용의 공문들이 보건소에서 왔는데 현장의 여러 의견을 수렴해 통합된 지침이라기보다는 각 지자체별로 변화무쌍하고 혼란스러운 면이 있었다. 의료현장의 실태파악과 소통이 없는 일방적 통보식의 진행과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늘어가는 행정업무, 병원운영에 또 하나의 지출이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것(백신냉장고를 관리해주는 것도 아닌 온도 측정 이용료)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또한 선정기준을 정확히 맞추려면 병원을 구조 변경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추가인원 등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었다.
코로나백신 접종을 꼭 해야 하는지 진료 때마다 물어보는 단골환자들이 편안하게 주치의에게 안심하고 맞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던 마음으로 신청을 하였지만 이러다간 정작 진료에 집중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고 아쉽지만 신청을 취소하였다.
지금은 코로나 백신 공급량이 원활하지 못해 접종 위탁의료기관의 수가 부족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백신공급량이 충분해질 때 신속한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많은 접종센터가 필요할 것이고 독감처럼 매년 맞게 되는 경우와 변이가 잦아 연 2회 접종하는 상황 등을 대비한다면 반드시 동네의원이 접종 위탁 의료기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현장에서의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동네의사들이 코로나백신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신청을 취소한 이유 중 하나인 백신보관⋅관리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코로나백신 동네의원 접종센터를 위한 제언
1.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현황분석
2. 백신냉장고 온도 유지에 문제가 있다면 온도조절기를 설치
3.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데이터를 질병관리청에서 관리
1.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현황분석
작년 9월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무료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고 그로 인해 콜드체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 연구는 2019년도에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시행한 '국내 생백신의 콜드체인 유지관리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질병관리청 정책연구용역 사업의 보고서(정책연구보고서)였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관 가운데 적정온도(2~8℃)를 유지한 냉장고는 보건소(38개) 38%, 민간의료기관(2200개) 23%에 불과하였다.
필자는 전문을 구해 읽어 보았다. 총연구비 6000만원의 8개월간 연구였으며 백신 냉장고 온도를 2주 동안 모니터링하였고 보관된 수두 백신의 역가를 평가하였는데 바이러스의 역가가 1200∼9750 pfu/0.5ml로 다양하였다. 그 원인으로는 공장생산-출하과정, 운송과정, 의료기관 보관과정에서의 콜드체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수두 백신의 역가와 냉장고 온도 모니터링 결과나 냉장고 종류에 따른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정책연구보고서 p141).
현재 보급된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을 이용한다면 상기 연구를 2주마다 시행하여 문제점을 파악한 후 백신관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재평가를 반복할 수 있다. 이를 통한 현황파악과 함께 문제해결을 제시하고도 수정되지 않는다면 1차 의료기관에서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2. 백신냉장고 온도유지에 문제가 있다면 온도조절기를 설치
의료기관 백신냉장고 현황파악에서 적정온도유지가 교육으로 교정되지 않는다면 백신 온도 24시간 모니터링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냉장고 온도 조절기를 부착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한다. 냉장고 디지털 온도조절기는 2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며 설치비는 10만 원 내외이다. 온도조절기의 원리는 설정한 온도이하가 되면 냉각기를 끄고 설정온도보다 오르면 냉각기를 재가동시킨다. 즉 냉장고 온도 범위를 숫자로 손쉽게 설정할 수 있다.
교통사고 다발지역의 안전을 위해서는 과속차량 적발을 위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보다 안전표지판, 과속방지턱, 도로반사경, 안전지도 등 근본적인 예방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백신의 안전관리에 있어서도 24시간 온도 측정기 설치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효과적인 면과 비용적인 면에서 본다면 해결책인 온도조절기 설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은 기존의 냉장고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백신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 <2월 15일자 열역학법칙을 활용한 백신냉장고(해당 칼럼 클릭)>
3.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데이터를 질병관리청에서 관리
동네의원을 운영하다 보면 해가 갈수록 작은 지출이 늘어나게 되고 행정적인 업무가 하나씩 많아져 간다. 개원 초에 하던 위 내시경과 건강검진 등을 그만 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4시간 모니터링 온도계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이 나지 않고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 매월 청구되어 추가적 고정 지출이 발생한다. 의료기기의 특성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마다 동네의사는 또 하나의 관리업체와 '저희 제품문제가 아니다. 다른 기기가 문제인 것 같다'라는 일상 속의 작은 분쟁에 빠지게 될 위험이 늘어난다.
환자로 온 기초과학 교수님은 이 데이터를 각각의 동네의원에 관리하기보다는 정부의 한 센터에서 컴퓨터 한 대로 실시간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하면 신뢰성도 높아지고 동네의사가 24시간 '데이터 경보음의 노예'가 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을 주었다. 이는 질병관리청 정책연구용역사업의 보고서에 '관리 감독 기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바로 피드백 및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 것과 같았다(정책연구보고서 p141).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코로나백신이 필요하지만 불안정한 백신 공급부족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 시점에 필자는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Erwin Rommel)이 떠오른다. 그는 부족한 병력과 장비로 아프리카 군단을 이끌었고 300대의 영국전차를 80대의 전차로 맞서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영상을 통해 본 롬멜은 최전선에서 직접 지휘했고 사병들을 동료처럼 대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병사들과 같이 호흡했기에 명장이었다. 어려운 이 시기에 정책은 이상적이기보다 현장에서 수행 가능하여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민관(民官)의 소통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 원장 코로나 백신해! 안해?' 선배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나의 답은 간단하게 '안 합니다'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신청을 안 한 것이 아니고 선정기준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해 취소한 것이었다.
올해 1월 25일 저녁 8시쯤 서재에서 공부를 하다가 보건소의 이메일을 받았다. '(필독) 코로나19 임시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참여 의향 조사 안내'였다. 내용에는 병의원 면적, 24시간 모니터링이 되는 자동온도기록계, 별도의 백신 준비 공간, 접종 후 모니터링 공간 등 이전의 독감백신 접종과는 다른 내용들이 있었고 제출기한은 '1월 27일(수) 오전11시(기한엄수!!)'로 급박해 보였다. '기한 내 제출하지 않으시면 참여의사가 없는 걸로 간주'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바로 위탁의료기관 신청 서류를 작성했다.
24시간 모니터링 온도계는 설치예정으로 하고 바로 여러 교수님들에게 정보를 얻어 구매를 했다. 그 후 의협에서는 정부와 협의 중이니 온도계 구입을 기다려달라는 문자를 보내왔고 업체에 문의한 결과 대전지역의 개인 의원에서는 처음이고 3년 후에는 매월 관리비가 있다는 말에 보류를 하였다.
그 후 여러 번의 새로운 내용의 공문들이 보건소에서 왔는데 현장의 여러 의견을 수렴해 통합된 지침이라기보다는 각 지자체별로 변화무쌍하고 혼란스러운 면이 있었다. 의료현장의 실태파악과 소통이 없는 일방적 통보식의 진행과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늘어가는 행정업무, 병원운영에 또 하나의 지출이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것(백신냉장고를 관리해주는 것도 아닌 온도 측정 이용료)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또한 선정기준을 정확히 맞추려면 병원을 구조 변경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추가인원 등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었다.
코로나백신 접종을 꼭 해야 하는지 진료 때마다 물어보는 단골환자들이 편안하게 주치의에게 안심하고 맞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던 마음으로 신청을 하였지만 이러다간 정작 진료에 집중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고 아쉽지만 신청을 취소하였다.
지금은 코로나 백신 공급량이 원활하지 못해 접종 위탁의료기관의 수가 부족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백신공급량이 충분해질 때 신속한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많은 접종센터가 필요할 것이고 독감처럼 매년 맞게 되는 경우와 변이가 잦아 연 2회 접종하는 상황 등을 대비한다면 반드시 동네의원이 접종 위탁 의료기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현장에서의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동네의사들이 코로나백신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신청을 취소한 이유 중 하나인 백신보관⋅관리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코로나백신 동네의원 접종센터를 위한 제언
1.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현황분석
2. 백신냉장고 온도 유지에 문제가 있다면 온도조절기를 설치
3.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데이터를 질병관리청에서 관리
1.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현황분석
작년 9월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무료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고 그로 인해 콜드체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 연구는 2019년도에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시행한 '국내 생백신의 콜드체인 유지관리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질병관리청 정책연구용역 사업의 보고서(정책연구보고서)였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관 가운데 적정온도(2~8℃)를 유지한 냉장고는 보건소(38개) 38%, 민간의료기관(2200개) 23%에 불과하였다.
필자는 전문을 구해 읽어 보았다. 총연구비 6000만원의 8개월간 연구였으며 백신 냉장고 온도를 2주 동안 모니터링하였고 보관된 수두 백신의 역가를 평가하였는데 바이러스의 역가가 1200∼9750 pfu/0.5ml로 다양하였다. 그 원인으로는 공장생산-출하과정, 운송과정, 의료기관 보관과정에서의 콜드체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수두 백신의 역가와 냉장고 온도 모니터링 결과나 냉장고 종류에 따른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정책연구보고서 p141).
현재 보급된 백신냉장고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을 이용한다면 상기 연구를 2주마다 시행하여 문제점을 파악한 후 백신관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재평가를 반복할 수 있다. 이를 통한 현황파악과 함께 문제해결을 제시하고도 수정되지 않는다면 1차 의료기관에서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2. 백신냉장고 온도유지에 문제가 있다면 온도조절기를 설치
의료기관 백신냉장고 현황파악에서 적정온도유지가 교육으로 교정되지 않는다면 백신 온도 24시간 모니터링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냉장고 온도 조절기를 부착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한다. 냉장고 디지털 온도조절기는 2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며 설치비는 10만 원 내외이다. 온도조절기의 원리는 설정한 온도이하가 되면 냉각기를 끄고 설정온도보다 오르면 냉각기를 재가동시킨다. 즉 냉장고 온도 범위를 숫자로 손쉽게 설정할 수 있다.
교통사고 다발지역의 안전을 위해서는 과속차량 적발을 위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보다 안전표지판, 과속방지턱, 도로반사경, 안전지도 등 근본적인 예방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백신의 안전관리에 있어서도 24시간 온도 측정기 설치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효과적인 면과 비용적인 면에서 본다면 해결책인 온도조절기 설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은 기존의 냉장고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백신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 <2월 15일자 열역학법칙을 활용한 백신냉장고(해당 칼럼 클릭)>
3. 24시간 온도 모니터링의 데이터를 질병관리청에서 관리
동네의원을 운영하다 보면 해가 갈수록 작은 지출이 늘어나게 되고 행정적인 업무가 하나씩 많아져 간다. 개원 초에 하던 위 내시경과 건강검진 등을 그만 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4시간 모니터링 온도계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이 나지 않고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 매월 청구되어 추가적 고정 지출이 발생한다. 의료기기의 특성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마다 동네의사는 또 하나의 관리업체와 '저희 제품문제가 아니다. 다른 기기가 문제인 것 같다'라는 일상 속의 작은 분쟁에 빠지게 될 위험이 늘어난다.
환자로 온 기초과학 교수님은 이 데이터를 각각의 동네의원에 관리하기보다는 정부의 한 센터에서 컴퓨터 한 대로 실시간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하면 신뢰성도 높아지고 동네의사가 24시간 '데이터 경보음의 노예'가 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을 주었다. 이는 질병관리청 정책연구용역사업의 보고서에 '관리 감독 기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바로 피드백 및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 것과 같았다(정책연구보고서 p141).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코로나백신이 필요하지만 불안정한 백신 공급부족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 시점에 필자는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Erwin Rommel)이 떠오른다. 그는 부족한 병력과 장비로 아프리카 군단을 이끌었고 300대의 영국전차를 80대의 전차로 맞서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영상을 통해 본 롬멜은 최전선에서 직접 지휘했고 사병들을 동료처럼 대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병사들과 같이 호흡했기에 명장이었다. 어려운 이 시기에 정책은 이상적이기보다 현장에서 수행 가능하여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민관(民官)의 소통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