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고 있는 미래의료 속 의학과 공학의 연결고리

이진규
발행날짜: 2021-05-10 05:45:50
  • 이진규 학생(경북의대 본과 3학년)


에티오피아에서 해외봉사활동 중 팔뚝에 고름이 뚝뚝 떨어지는 상처를 가진 채 봉사센터를 찾아온 현지인을 만났다. 농사 기구를 다루다가 발생한 간단한 외상으로 생긴 상처를 그대로 방치하여 봉와직염으로 발전했고, 팔을 쓸 수 없게 될 지경에 이르러서야 봉사단을 찾았던 것이다. 열혈 넘치는 공대생이었던 필자는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일찍 알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는 안타까움을 느껴 이에 대한 공학적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싶어 의료기기 개발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감사하게도 수준 높은 연구실에서 바이오 센서를 주제로 사람에게 부착 가능한 반도체 전자기기를 설계하고 제작하여 응용하는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스마트 워치 형태의 휘어질 수 있는 밴드를 제작해 땀을 이용해 혈당, 체온, 혈중 pH, 전해질, 스트레스 호르몬 등 인체 항상성 상태를 나타내는 구성 요소를 측정하는 바이오 센서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또한,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하여 이를 스마트폰으로 무선 조작하고 결과를 주치의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더 나아가 항상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으로 조작가능한 약물전달장치를 배에 부착하고 주치의의 처방에 맞게 마이크로 니들에 담지된 약물이 통증없이 투여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하지만 고도화로 집적화되고 복잡한 센서 기술에 대해 연구할 수록, 계속해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었다. '과연 이 기술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걸까?'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공동 연구하던 의대 교수님께 강의자료를 요청해 관련 내용을 혼자 공부도 해보고 수시로 질문도 드려보았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익히는 의학지식과 실제 환자를 통해 배우는 임상 지식 간에는 큰 간극이 존재했고, 이러한 임상 정보는 오직 자격을 갖춘 의료인만 접근할 수 있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를 계기로 의과대학에 편입한 이후 학생의사 신분으로 병원 실습 중인 요즘, 병원에서 환자들을 직접 보며 느끼는 살아 숨쉬는 임상 지식들은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대학원에서 진행했던 연구의 임상적 중요성에 대해 스스로 다시 평가해볼 수 있었다. 혈당의 경우, 땀을 이용한 혈당 측정 대신 복막 사이질 액을 이용해 연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가 수년 전부터 병원내에서 사용 중이었다. 전해질의 경우, 혈중 pH와 전해질을 일상생활에서 측정하는 것이 예방의학적인 관점에서 급성 심근경색의 조기진단 인자로서 임상적 의의는 있지만, 이러한 인자에 변화를 보이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일상생활 측정이 의미가 없는 장기간 입원 중인 고령 환자들이었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경우 이를 측정하여 개개인의 면역 정도와 연결시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지만 코르티솔 수치는 하루에도 변화가 워낙 심해서 병원에 입원해서 24시간 동안 측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큰 뜻을 가지고 진행했던 연구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 과거에 대해 실망스러운 마음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느낀다. 의료현장에 새롭게 적용하여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의공학 기술은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두하고 있는 Northwestern university의 John Rogers 교수 연구진의 최근 연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John Rogers 교수 연구진은 신생아 중환자실의 소아 환자들에게 손바닥 크기만한 패드를 부착하여 활력 징후를 무선으로 측정하고 변화가 나타날 경우 주치의에게 전달되는 기술을 개발하여 2020년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지에 게재했다. 최근에는 피부에 착용 가능하고 땀을 기반으로 낭포성 섬유증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사이언스(science) 자매지에 발표했다. 그 외에도 병원 내의 의료 전달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일반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는 말이 있다. 의료기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괴적인 혁신은 비교적 짧은 미래에 의료 현장은 물론 환자와 건강한 사람 모두의 웰빙 양상을 바꿀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술의 발전을 실제 현실과 연결하고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환자와 의료 체계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의료인이라는 부분이다. 의료인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눈 앞에 다가온 '기회' 혹은 '위기'를 적극적으로 함께 붙잡을 수 있기를 도전하고 기대한다.

관련기사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