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보고 사업으로 드러난 의정간 소통능력

박양명
발행날짜: 2021-07-08 05:45:50
  • 박양명 의료경제팀 기자

"괘씸하다. 뒤통수를 맞았다."

정부와의 각종 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공급자단체 보험이사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 관련 세부 규정을 만들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향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이사는 평소 어느 누구보다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오히려 동료 의사에게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왔기에 '괘씸하다'는 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 이사도 "이렇게까지 복지부 담당 부서에 대해 안좋은 소리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에 따라 비급여 보고 의무화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비급여 보고 주체인 공급자 단체를 비롯해 비급여 정보를 원하는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도 따로 만들었다.

이외에도 별도의 자문위원회까지 만드는가 하면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현장방문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적극 청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고시 개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는 세부안을 7일 열린 협의체에서 공개했다.

이 자리에 공급자 단체 대표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일방적이다"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세부적인 안을 놓고 다듬어야 할 시점임에도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고시안을 만들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의료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비급여는 '저수가' 현실에서 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저수가는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펼치면서 '적정수가'를 약속하기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적정수가에 대한 의미조차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기관의 생존 수단인 비급여부터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급여의 안전성, 유효성을 점검해 무분별한 부분을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당연하다. 다만 현실 개선은 없이 단순히 '통제'에 바탕을 두고 가격, 횟수 등 비급여 자체가 '악'인 것처럼 차단하려고 한다면 비급여 보고 주체인 공급자의 반대는 불보듯 뻔하다.

복지부는 협의체에서 이제 '안'을 공개했을 뿐이다. 다만 다음달까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헤 관한 기준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다 더 세밀하게 다듬기 위한 시간이 아직은 남았다.

의료계도 '비급여 보고 의무화'를 무조건 반대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다. 비급여 보고를 한다면 어디까지는 보고할 수 있겠다는 등의 의견을 적극 제시하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관련 자문회의만 자주 열었다는 게 의견수렴을 충분히 했다고 말할 수 없다.

결국 비급여 보고의 주체는 의료기관이다. 의료기관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절대 진행할 수 없는 사업이다. 복지부는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한 표현을 쓸 정도로 실망감을 드러내는 공급자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보다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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