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간호사·조무사·의료기사 업무범위 규정 만든다

박양명
발행날짜: 2021-09-16 05:45:58
  • 의협 특별위 실제 병의원 내 간호사 의료행위 목록화 추진
    ”밖에서는 반대시위 하면서 안에서는 업무 설정하냐” 비판

PA간호사 업무영역 확대가 의료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자체적으로 간호사 등 진료보조인력의 구체적인 업무범위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산하 '의료기관 내 무면허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7일 4차 회의를 열고 간호사 업무범위에 대해 논의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위원회는 간호사가 실제 병의원에서 하고 있는 업무를 목록화한 다음 3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는 의사가 꼭 해야 하는 영역이며 3단계는 의사가 현장에 없더라도 지도, 지시한 내역을 수행할 수 있는 행위다. 즉, 간호사가 1단계 행위를 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소리다.

의협의 이 같은 업무는 이미 지난 집행부에서부터 이뤄져왔던 작업이다. 2019년 조직된 특별위원회는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의협이 자정 차원에서 만들었다.

지난해는 우선 근절해야 할 무면허의료행위로 ▲의사가 아닌 인력이 피부 및 조직 절개, 봉합 등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침습적 행위 ▲(의사가 아닌 자에 의한) 초음파, 내시경 등 단독검사 ▲아이디 위임을 통한 처방 등 세 가지를 정하고 자정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위원회는 근절해야 할 무면허 의료행위를 보다 세분화했고 집행부 교체를 맞으면서도 해당 작업을 이어왔다.

위원회는 현재 병의원에서 이뤄지는 간호사 업무범위를 크게 외래, 병실, 수술, 처치 단계로 나눴고 26개 행위로 목록화했다.

이 중 의사가 현장에 없어도 의사 지도, 지시에 따라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11개라고 봤다. 여기서 현장에 없다는 의미는 의사가 환자 상태를 확인한 후 간호사와 같은 공간 및 시간에 있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진료 전 단순 병력 청취 및 기록 ▲의사의 구술 내용을 대신 입력하고 의사가 확인과 서명을 하는 식의 의무기록 ▲단순 정맥혈 채혈 ▲A-line 있는 상태에서 추가적 채혈 ▲의사의 구술 내용을 대신 입력하고 의사가 확인과 서명하는 타과 의뢰서 작성 ▲검사 등 스케줄 조정 및 안내 ▲수술 후 specimen ▲정맥주사 ▲단순한 드레싱 ▲도뇨관 ▲L tube 제거 등이다.

다시 말하면, 26개의 행위가 모두 현재 의료현장에서 간호사가 직접 하고 있는 일이며 이 중 11개만 간호사가 해도 되는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다만, 의사가 현장에 있으면서 의사의 지도·지시하에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2단계로 구분했다.

수술 중 보조행위가 그것인데 컷(cut), 견인(retraction), 복강경 카메라 잡기(camera holding), 단순 흡인(suction) 등이 해당한다.

그럼에도 문진, 의무기록 및 입원기록 작성, 처방, 동맥혈 삽입 및 제거를 위한 채혈, 드레인(배출, 배액), 수술동의서, 수술 후 처방 및 기록∙상처 드레싱∙카테터 관리, 말초 삽입형 중심 정맥카테터(PICC), L 튜브 삽입, 마취 유도 시 진료과 환자 관리 등은 의사가 꼭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명하 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은 "의사가 해야 할 부분과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대해 위원회가 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 집행부가 해놓은 것을 이어받아서 보다 구체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 다른 자격을 갖고 있는 직역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검토를 차근차근해 나갈 것"이라며 "간호사 영역은 80~90% 완성됐지만 심초음파 등 이견이 있는 부분이 남아 있어 중지를 조금 더 모으려고 한다. 결과물이 나오면 대회원 의견수렴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곱지않은 시선 등장 "진정성에 의문" 비판 목소리

그럼에도 최근 전문간호사 자격인증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등장으로 위원회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 특히 4차 회의가 열린 날이 해당 개정안에 반대하며 의협 집행부가 릴레이 1인시위에 나섰던 시기와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 시도의사회 임원은 "위원회가 설정한 간호사 업무범위는 사실 인턴들이 주로 하는 일들인데 이를 넘겨놨다"라며 "밖에서는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를 반대하며 1인시위 등을 하고 안에서는 업무범위를 설정하고 있으니 의협의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밭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않는다고 하는데, 시기가 묘하게 겹쳐 이중적인 움직임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명하 위원장은 '오해'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이라는 위원회 이름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리하고 이를 없애기 위한 일련의 활동"이라며 "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과는 전혀 상관없고, 관련 제도를 보완해서 건의하고 협의하려는 활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보조인력(PA) 업무 분석을 위해 의협에 의견 제출을 요청했지만 의협은 의견 제출 자체를 '보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PA간호사 수행 업무 논의는 의사가 위임 가능한 업무만 논의해야 하면 해당 업무는 의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추후 복지부의 PA간호사 시범사업에 대한 내용도 위원회에서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방향을 정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직역단체들은 해당 전문 단체들이 존재하는데 의협이 업무를 규정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어, 향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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