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제약사 품목 올해 초 공급 중단…환자 급증 속 진료 혼란
대체 약물 찾다 결국 '허가 초과'에 기대… "중단 장기화 우려"
국내에서 성조숙증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2015년 8만명 대였던 환자수가 2020년 13만명을 넘어서는 등 급증 양상을 보이면서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의학계와 임상현장에서는 코로나 대유행의 장기화로 야외 활동량이 줄면서 소아청소년 성조숙증 환자가 더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성조숙증 환자를 가려낼 수 있는 '진단 시약'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선 의료현장이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 중 유일했던 '진단 시약'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가뜩이나 코로나 장기화로 급증하고 있는 성조숙증 환자의 진단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상반기 제약사 측 공급중단…하반기부터 본격 영향
4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성조숙증을 '진단 시약'으로 처방되고 있는 주사제 품목이 지난 3월부터 공급이 중단되면서 임상 의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품목은 한독이 국내 공급하고 있는 '렐레팍트 LH-RH(고나도렐린아세트산염)'이다.
원 개발사인 사노피가 이 품목을 3월에 공급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에 성조숙증 진단 시약의 씨가 마른 것.
식약처에 따르면, 렐레팍트 주사제의 2020년 수입실적은 약 11억 3226만원 수준이다. 2015년 6억 5058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증가한 실적이지만 기대보다는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렐레팍트 주사제가 성조숙증 진단 시약으로 유일한 품목이라는 점이다. 동일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페링제약의 루트렐레프주(초산고나도렐린)도 이미 유효기간 만료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지 오래다.
이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는 진단 시약이 부족해 성조숙증 환자를 진단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 현실이다.
성조숙증 진단은 '성선자극 호르몬분비 호르몬'을 투여한 후 15~30분 간격으로 2시간 동안 혈액에서 황체화 호르몬(LH), 난포자극 호르몬(FSH) 농도를 측정한다. 황체화 호르몬의 최고 농도가 5IU/L 이상이면 활성화되었다고 판단하고 성조숙증으로 진단을 내리게 된다.
즉 성조숙증 진단과정에서 '성선자극 호르몬분비 호르몬'이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를 진단하는 것이 바로 렉라팍트 주사제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렉레팍트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으면서 전국적으로 성조숙증 진단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라며 "가뜩이나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면서 성조숙증 환자가 급증하는 양상인데 약물 공급까지 차질을 빚는 상황에 보건당국이 어떠한 대비를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한탄했다.
진단 어려워진 성조숙증 '오프라벨'로 임기응변
그렇다면 의료현장에서는 진단시약 공급중단을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렉레팍트 주사제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부 병‧의원은 다른 약물을 '허과 초과 약제 사용 승인제도', 즉 '오프라벨' 방식을 거쳐 임기응변식으로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성조숙증 진단 시약으로 허가받지 않은 약물을 임시 방편으로 심평원에 허과 초과 사용 승인을 내면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심평원에 문의한 결과, 일부 병‧의원은 한국페링제약의 '데카펩틸주' 등에 대해 허가 초과 사용 승인을 신청한 뒤 이를 성조숙증 진단 시약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카펩틸주는 호르몬 의존성 전립선암이나 자궁내막증 및 자궁근종, 9세 이하 여아 및 10세 이하 남아의 중추성 사춘기조발증에 허가된 전문 의약품이다.
성장클리닉을 운영 중인 또 다른 대형병원 교수는 "태국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논문 등이 제시되면서 국내에 일부 병원들이 이미 심평원에 허가 또는 신고 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을 제출해 건강보험 급여 처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성조숙증 환자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며 "복지부나 식약처, 심평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료기관이 사용승인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기만 기다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심평원 관계자도 "렐레팍트 주사제가 공급이 중단되면서 데카펩틸주를 통한 오프라벨 사용 신청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해외 논문을 근거로 제출하는 병‧의원의 사용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등 관련 학회 중심으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렐레팍트 주사제를 더 이상 확보하기 어려울 경우 데카펩틸주에 대한 오프라벨 사용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일부 제약사를 상대로 관련 품목의 재수입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
해당 의약품을 국내에 재공급하는 제약사가 나타나 공급중단이 단기간에 끝나기 만을 바랄 뿐이다.
소아내분비학회 임원인 A대학병원 교수는 "렉레팍트 주사제가 남은 병원들은 그나마 잔여분을 활용하면서 해당 품목이 재수입될 때 까지 일단 버텨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데카펩틸주를 심평원에 오프라벨로 신청하면서 성조숙증 진단에 활용하는 방안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까지 렉레팍트 주사제 공급 중단이 일시적인 상황일지 아닐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다른 회사에서도 공급이 어렵다면 학회 차원에서 데카펩틸주의 활용을 식약처에 요청해야 한다. 공급중단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015년 8만명 대였던 환자수가 2020년 13만명을 넘어서는 등 급증 양상을 보이면서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의학계와 임상현장에서는 코로나 대유행의 장기화로 야외 활동량이 줄면서 소아청소년 성조숙증 환자가 더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성조숙증 환자를 가려낼 수 있는 '진단 시약'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선 의료현장이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 중 유일했던 '진단 시약'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가뜩이나 코로나 장기화로 급증하고 있는 성조숙증 환자의 진단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상반기 제약사 측 공급중단…하반기부터 본격 영향
4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성조숙증을 '진단 시약'으로 처방되고 있는 주사제 품목이 지난 3월부터 공급이 중단되면서 임상 의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품목은 한독이 국내 공급하고 있는 '렐레팍트 LH-RH(고나도렐린아세트산염)'이다.
원 개발사인 사노피가 이 품목을 3월에 공급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에 성조숙증 진단 시약의 씨가 마른 것.
식약처에 따르면, 렐레팍트 주사제의 2020년 수입실적은 약 11억 3226만원 수준이다. 2015년 6억 5058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증가한 실적이지만 기대보다는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렐레팍트 주사제가 성조숙증 진단 시약으로 유일한 품목이라는 점이다. 동일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페링제약의 루트렐레프주(초산고나도렐린)도 이미 유효기간 만료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지 오래다.
이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는 진단 시약이 부족해 성조숙증 환자를 진단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 현실이다.
성조숙증 진단은 '성선자극 호르몬분비 호르몬'을 투여한 후 15~30분 간격으로 2시간 동안 혈액에서 황체화 호르몬(LH), 난포자극 호르몬(FSH) 농도를 측정한다. 황체화 호르몬의 최고 농도가 5IU/L 이상이면 활성화되었다고 판단하고 성조숙증으로 진단을 내리게 된다.
즉 성조숙증 진단과정에서 '성선자극 호르몬분비 호르몬'이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를 진단하는 것이 바로 렉라팍트 주사제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렉레팍트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으면서 전국적으로 성조숙증 진단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라며 "가뜩이나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면서 성조숙증 환자가 급증하는 양상인데 약물 공급까지 차질을 빚는 상황에 보건당국이 어떠한 대비를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한탄했다.
진단 어려워진 성조숙증 '오프라벨'로 임기응변
그렇다면 의료현장에서는 진단시약 공급중단을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렉레팍트 주사제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부 병‧의원은 다른 약물을 '허과 초과 약제 사용 승인제도', 즉 '오프라벨' 방식을 거쳐 임기응변식으로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성조숙증 진단 시약으로 허가받지 않은 약물을 임시 방편으로 심평원에 허과 초과 사용 승인을 내면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심평원에 문의한 결과, 일부 병‧의원은 한국페링제약의 '데카펩틸주' 등에 대해 허가 초과 사용 승인을 신청한 뒤 이를 성조숙증 진단 시약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카펩틸주는 호르몬 의존성 전립선암이나 자궁내막증 및 자궁근종, 9세 이하 여아 및 10세 이하 남아의 중추성 사춘기조발증에 허가된 전문 의약품이다.
성장클리닉을 운영 중인 또 다른 대형병원 교수는 "태국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논문 등이 제시되면서 국내에 일부 병원들이 이미 심평원에 허가 또는 신고 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을 제출해 건강보험 급여 처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성조숙증 환자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며 "복지부나 식약처, 심평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료기관이 사용승인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기만 기다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심평원 관계자도 "렐레팍트 주사제가 공급이 중단되면서 데카펩틸주를 통한 오프라벨 사용 신청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해외 논문을 근거로 제출하는 병‧의원의 사용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등 관련 학회 중심으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렐레팍트 주사제를 더 이상 확보하기 어려울 경우 데카펩틸주에 대한 오프라벨 사용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일부 제약사를 상대로 관련 품목의 재수입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
해당 의약품을 국내에 재공급하는 제약사가 나타나 공급중단이 단기간에 끝나기 만을 바랄 뿐이다.
소아내분비학회 임원인 A대학병원 교수는 "렉레팍트 주사제가 남은 병원들은 그나마 잔여분을 활용하면서 해당 품목이 재수입될 때 까지 일단 버텨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데카펩틸주를 심평원에 오프라벨로 신청하면서 성조숙증 진단에 활용하는 방안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까지 렉레팍트 주사제 공급 중단이 일시적인 상황일지 아닐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다른 회사에서도 공급이 어렵다면 학회 차원에서 데카펩틸주의 활용을 식약처에 요청해야 한다. 공급중단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