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덕분에' 여전히 유효한가

발행날짜: 2021-12-16 05:45:50
  •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전 세계가 다시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다. 더욱이 위드코로나 시대를 연 직후 오미크론이 국내에도 들어오면서 더욱 혼란은 거세지는 분위기다.

연이어 확진자수는 7천명을 넘나들고 있고 이미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코로나 병상은 전쟁통이 된지 오래다.

의료진의 피로감도 이미 한계치에 온지 오래다. 이미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를 넘어 사실상 모든 의료진들이 코로나 대응에 뛰어들고 있다. 번아웃이라는 말도 사치라는 말까지 나온다.

버티다 못한 간호인력들도 사실상 엑소더스 수준으로 줄줄이 사표를 내는 분위기다. 코로나 대응은 커녕 의료기관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현실은 이미 엄살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압박하고 있다. 병상을 비우라고 하루가 멀다하고 공문을 내려보내고 사실상 24시간이 모자른 의료진들에게 더욱 더 채찍질을 하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의료기관들이 이기적인 행태로 병상을 내놓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진들이 일부러 코로나 환자를 받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의료계 내부에서 이러한 말이 터져나오면서 번아웃을 넘어 우울증에 빠져있는 의료진들을 망연자실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 대표적인 예로 A대병원은 최근 보유한 인공호흡기를 모두 가용하고도 도저히 버틸 수 가 없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알아서 하라'였다.

이 병원의 모든 보직자들과 직원들이 나서 인공호흡기를 구하러 다녔지만 결국 구할 수 없었다. 이미 오미크론의 습격으로 수입 물량은 물론 국내 생산 물량도 동이 났기 때문이다.

결국 이 병원은 코로나 병상만을 열어둔 채 중증 환자를 줄줄이 전원보내고 있다. 환자를 더 수용하고 싶어도 인공호흡기가 없는 상태로 대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대학병원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수술 중 쇼크가 온 환자를 앰뷸런스에 태우고 2시간을 넘게 서울 전역을 돌았다고 한다. 받아주는 아니 받을 수 있는 대학병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인맥을 동원해 읍소에 읍소를 거듭한 끝에 겨우 환자를 이송할 수 있었지만 환자는 중태에 빠져있고 이 원장은 소송을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쨋든 환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다.

백신 접종 또한 마찬가지다. 접종의 90%를 민간 의료기관이 진행하고 있지만 고무줄 정책에 대한 비판은 모두 이들의 몫이다.

실제로 일선에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원장들의 푸념과 불만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다. 불과 몇 일전 부스터샷 대상이 아니라며 돌려보냈던 환자들이 정부가 보낸 문자를 들고 찾아와 항의를 하고 있다.

180일이라던 부스터샷 접종 기한이 150일로, 120일로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90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한 것이 아니지만 이에 대한 항의와 민원은 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덕분에'를 외치며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을 존중하고 응원하던 것이 불과 1년전이다. 그때도 지금도 의료진들은 코로나 대응의 최전선에서 온 몸으로 이를 막아내고 있다. 오히려 1년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상황은 더욱 힘들고 척박해졌다.

하지만 자랑스럽게 K-방역을 알리고 '덕분에'를 외치던 그때의 마음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덕분에'라는 최소한의 고마움을 표현하기 싫다해도, 응원을 할 수는 없다 해도 적어도 '때문에'라는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최전선을 막고 있는 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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